상시 구조조정 시대에서 살아남기   

2013. 10. 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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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구조조정 시대에서 살아남기] 2013년 10월 22일(화)



1.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 대표와 연결돼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


아마도 오늘 출근하면서 “이 회사를 앞으로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분이 제법 있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회사에 헌신하고 충성하면서 살면 정년이 보장됐지만, 아시다시피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언제 회사에서 해고될지 모르는, ‘상시 구조조정 시대’에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살다가 하루 아침에 해고 당하면 그야말로 개인이나 사회에게 큰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늘은 이러한 상시 구조조정 시대에서 우리가, 특히 회사원들이 현재의 조직을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2. 회사가 전부인 줄 알고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따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일 중심, 회사 중심으로 사는, 그런 사람을 ‘회사형 인간’이라고 부른다. 회사형 인간은 거의 모든 시간을 일하는 데 투자하고 가족을 등한시하는데, 조직의 틀에 맞추기 위해서 자신의 개성을 버리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물과 상황을 보는 균형있는 감각을 잃어 버린다. 삶의 모든 가치를 회사에서 찾기 때문에, 직장 내의 정치에 매우 민감한 특성을 가진다. 실세가 누군지 알아내서 그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회사형 인간은 야근을 많이 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오면서도 오히려 그걸 편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에 회사가 망해 버리면 회사형 인간들은 가장 힘들어 한다. 청취자들도 자기 주위에서 전형적인 회사형 인간이 하나쯤은 있을 텐데, 문제는 자기만 그렇게 살면 좋은데, 다른 사람까지 회사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살펴보면 회사형 인간들은 대개 베이비 부머 세대들인 것 같다.



3. 베이비 부머 세대들에게서 회사형 인간이 많다고? 왜 그런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은 6.25전쟁 후 1955년 무렵에 태어난 사람들인데, 그들이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을 한 게 대략 1980년대 초였다. 그때는 우리나라 산업이 크게 발전하던 시기였고, 아시다시피 여러 번의 군사 정권을 경험하면서 조직에 충성을 다하는 것에 가치를 두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가 중요시되고, 창의성보다는 효율성이 우선시되던 때였다. 그땐 요즘과 같은 벤처 창업이란 개념도 미약했다. 그러니 조직 구성원으로 살면서 거기에서 승진해서 임원으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자아실현의 방법이었기 때문에 회사형 인간으로 사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로 인식된 것이다.





4. 회사형 인간으로 살겠다는 생각은 시대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IMF 외환위기 이후로 상시 구조조정 체계가 되면서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에 회사형 인간으로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게 됐다. 시쳇말로 ‘회사에 뼈를 묻겠다’라는 생각은 공허한 말이 되어 버렸다. 나는 면접 때 누군가가 ‘회사에 뼈를 묻겠다’라는 말을 하면, 끌린다기보다는 그렇게 말하는 지원자를 떨어뜨릴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회사형 인간일 가능성이 큰데, 실력보다는 정치 술수를 써서 남들을 짓밟고 올라가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직원들에게 “같이 회사를 한번 크게 일구어보자. 그렇게 될 때까지 참고 인내하자”라고 말하는 경영자가 제법 있는데, 시대가 상시 구조조정 시대인데, 회사형 인간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좀 과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 평생 직장 개념이 깨진 마당에 회사형 인간이 되겠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도 문제고, 회사형 인간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영자도 문제라고 본다.



5. 그래도 조직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조직에게 자신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일하는 댓가로 월급을 받는다면, 조직에서 요구하는 바를 준수하는 것이 직장인의 윤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형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거기에 나오는 ‘미스 김’ 캐릭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는데, 미스김은 회사에 충성을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을 ‘조직형 인간’이라고 부르고 싶은데, 조직의 룰에 맞추고 개인에게 주어진 목표를 준수한다는 점에서는 회사형 인간과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 점은, 조직형 인간은 자신을 실력으로 평가 받으려고 하지, 힘있는 사람에게 줄을 서거나, 할일도 없는데 야근하거나 하는 것으로 자신을 인정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의 신’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실력은 없는데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형 인간에 대한 반감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진정한 조직형 인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6. ‘미스김’ 캐릭터처럼 자기 생활을 추구하기 위해 회사라는 울타리를 탈출하는 것은 좋은 건가? 


미스김처럼 멋있게 살고 싶어서 회사라는 울타리를 자주 탈출하는 것은 당연히 위험하다. 회사형 인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해도, 아까 말한 ‘조직형 인간’은 계속 필요하다. 조직형 인간은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조직에서 이미 갖춰 놓은 틀과 자원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곳저곳 옮겨 다닌다면 어떤 회사든 잘 뽑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조직형 인간이라면 회사를 옮겨 다니는 걸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평생 직장이 아니라고 해서 사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업형 인간’은 사실 다른 유형의 인간이다. 예전에 ‘사업은 아무나 하나’란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회사 때려치고 사업이나 할까?’라고 생각하지만, 사업할 때는 회사 다닐 때보다 눈치 봐야 할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걸 사실 몰라서 하는 소리다. 고객, 투자자 눈치 봐야 하고, 데리고 있는 직원들 눈치도 봐야 한다. 자신이 조직형 인간이라면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보다는 회사라는 조직을 충분히 활용해야 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7. 조직형 인간이 되려면 직장에 대해 어떤 사고방식을 갖는 게 좋은가?


나는 회사에서 자아를 실현하겠다는 꿈이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주위를 보면 회사 일이 힘들고 상사와 관계가 안 좋아서 일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제법 많은데, 그런 사람들은 발전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를 자아실현의 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좀 냉정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회사는 경제적인 이유로 돈을 벌기 위한 장소라고 보고, 자신이 노력한 만큼 연봉을 받겠다는 자세로 직장생활을 하는 게 어떨까 제안해 본다. 자아실현의 꿈은 회사가 아닌 개인적인 생활 속에서 찾으려는 것이 현명하다. 간단히 말해서, 회사에 목숨을 걸어서도 안 되고, 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8. 끝으로, 상시 구조조정 체계에서 직장인들이 어떻게 자신의 경력을 관리해야 하는지 조언한다면?


‘삼포 세대’라는 말이 있는데,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요즘엔 취업도 포기하고 내집 마련도 포기했다는 ‘오포 세대’도 있다고 한다. 희망을 잃고 사는 세대인데, 개인들에게 경력을 계발하라, 꿈을 가져라, 노력하라, 이렇게 메시지만 남발하지 말고 국가적으로 사회 안전망 시스템을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개인들도 경력 관리를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회사 다니는 동안,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가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그 일을 가지고 나중에 사업을 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전문가적인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회사 그만두면 식당이나 차릴까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만약 회사 안에서 일의 재미를 느낄 수 없다면, 동호회 활동이나 취미 활동 같은 것을 통해서 소명이 될 수 있는 일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 미스김처럼 여기저기서 부르는 진정한 ‘조직형 인간’이 될 수 있다.



(끝)


(*본 인터뷰는 예전에 올린 글을 대부분 인용하여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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