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보면 압니다!   

2008. 5. 2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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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천부적인 이야기꾼, 말콤 글래드웰의 책이다.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던 그의 지난 저작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서 갑작스럽게 유행이 되는 현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더니, 이번에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블링크(Blink)’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우리에게 들이민다. 블링크란, 2초 안에 일어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말한다. 흔히 ‘감’이라고 말하는 그것이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개인적인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책날개 표지에 나온 그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헤어스타일은 흑인들이 주로 하고 다닐 법한 ‘부풀려진 뽀글뽀글 머리’다. 하루는 그가 과속단속에 걸렸는데 경찰들이 그를 빙 둘러싸고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이 다뤘다고 한다. 그의 요상한 헤어스타일이 문제였다. 겉모습이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놀랍게 달라졌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그는 사람들이 타인을 보는 첫 2초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날마다 정보가 양산되고 매시각 변화하는 세상을 살면서 중요하게 된 것이 ‘빠르면서도 옳게 판단하는 일’이다.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일일이 분석의 잣대를 들이대어 과학적이며 논리적인 각종 해석을 통해 답을 구하는 일은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어리석은 일인가. 저자는 사물이나 사건의 순간 포착만을 통해 옳은 판단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각가지 사례를 들어 알려주고 있다.

고대 조각상의 위조 여부를 순간의 느낌만으로 마음 깊숙한 곳의 무의식을 통해 알아차린 능력, 부부의 대화를 녹화한 화면을 몇 분만 봐도 그들이 후에 이혼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 테니스 선수가 어떤 자세로 서브를 넣는지만 보고도 더블포트가 날지를 예견하는 능력, 수억 달러가 투입된 ‘워 게임(War Game)' 시스템에 맞서고도 재래식 작전체계로 승리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이렇듯 ‘척 보면 안다’ 라는 경지에 이르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의 본능에만 의지하면 되는 것인가? 저자는 오랜 기간의 경험, 부단한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평소에 다양한 경험과 사례를 체계적으로 반추하여 내적 감성과 연결시켜 무의식에 축적하는 끊임없는 수련과정이 있어야 통찰의 빛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야 ‘진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블링크(첫 2초의 힘) 상세보기
말콤 글래드웰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2005년 <타임즈>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이자『티핑 포인트』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최신작.『티핑 포인트』가 집단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면,『블링크 : 첫 2초의 힘』은 비즈니스 세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얼마나 직관과 통찰력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찰나에 이루어지는 인간의 본능적인 판단이나 인식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쉽다. 게다가 뿌리


자신의 느낌을 과신하여 순간을 판단하는 일은 때에 따라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죄 없는 흑인 청년을 무려 마흔한 발의 총을 쏴 숨지게 한 4명의 경찰관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청년의 모습과 주변의 상황을 차분하게 살펴 정해진 절차에 의해 행동했어야 할 그들은 청년이 주머니에서 총과 비슷한 물건을 꺼내는 것만 보고는 미친 듯이 총을 쏘아댔다. 알고 보니 청년이 꺼내려고 한 것은 총이 아니라 지갑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마흔한 발의 쏘는 데 고작 2.5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는데, 이렇듯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되돌리지 못할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블링크’는 또 마케팅 관행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흔히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습관처럼 소비자 시장조사를 통해 사전에 성공가능성을 타진해 보려고 한다. 저자는 사전 시장조사를 신뢰하지 말라고 단언한다. 펩시콜라가 경쟁자인 코카콜라를 상대로 ‘시음테스트’를 통해 공세를 펼치던 TV광고를 아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57대 43으로 펩시가 더 좋다고 선택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코카콜라는 여전히 펩시콜라보다 우위에 있다. 허먼밀러의 곤충 날개같은 의자는 처음 시장에 나올 때 괴상망측하다며 손가락질을 받았으나 가장 편안한 의자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한 모금의 맛에 속거나,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이 시장조사가 무의미한 이유이다.

나는 ‘티핑 포인트’를 읽고 그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이 있다. 당시 지식경영을 컨설팅하고 있었는데 지식경영에 관한 그의 독특한 시각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답장은 받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의 책은 잘 읽힌다. 마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를 읽을 때처럼 손에서 놓기 어려워 밤을 새울 정도다. 재미있으면서도 새로운 지식과 관점에 눈 뜨게 하는 책으로서, 많은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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