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소년 이야기의 본질은?   

2013. 7.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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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8일부터 7월 11일까지 페이스북에 남긴 짧은 생각들.


저는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나 길을 걸을 때 하나의 화두(그게 단어이든 어떤 상황이든)를 가지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 즐겨 합니다. 어떨 때는 생각이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처럼 주렁주렁 매달리지만, 대부분은 그냥 하나의 단편으로 끝나버리고 말죠. 가능하면 저만의 생각을 떠올리려고 하는데, 부지불식 간에 어디선가 읽었던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인 양 착각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쨌든, 그 단상이 휘발되기 전에 여기에 붙들어 매둡니다. 즐거운 금요일 맞으시길... ^^


[일의 가치에 대하여]


수영장 안전요원들을 보면 늘 한없이 따분한 표정이다. 그들의 속내는 차라리 사고가 자주 일어나길,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아닐까? 가치 없는 일은 우리를 권태롭게 만든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의 본질은 거짓말하는 자의 최후가 아니라, 개인이 느끼는 일의 가치가 적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냐는 것에 있다. 외부에서 그에게 일의 가치를 어떻게 부여했든, 그게 생명을 지키는 숭고한 일이든 어떻든 간에 개인이 그 일로부터 어떤 가치를 얼마나 느끼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범죄사건을 일부러 일으키는 경찰이 등장하는 '슈퍼 트루퍼스'란 영화는 이 불편한 진실을 풍자한다.


어떤 일에 대한 절대적인 가치란 없다. 절대적인 가치가 설령 있다 해도 그것을 강요할 이유도 없다. 가치는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에 의해서만 매겨진다.





[개인의 비전에 대하여]


장기적인 비전이 없다면 가지려고 노력하지 마라. 내가 지금 가진 능력으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 장기적인 비전은 나의 현재 능력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자신감이 부족하고 의욕이 없다면 성공의 기준을 아주 낮게 잡아라. 당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성공했다는 경험이다.


자기계발서의 폐해 중 하나. 자기계발이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안겨준다.



[동기부여란 말에 대하여]


'동기부여하다'란 뜻을 가진 motivate란 동사의 목적어는 반드시 주어의 재귀재명사가 되어야 한다.  I motivated myself.  동기는 누군가가 부여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니까.


동기부여란 말. 누가 누구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말인가? 동기는 누가 부여할 수도, 누가 부여 받을 수도 없는 것이다.



[미루기에 대하여]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을 미루고 싶을 때 다른 일을 하며 그 일을 잠시 잊으려 한다. 바쁘게 일함으로써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저질러 버린 것에 대한 후회가 크지만, 나이가 들수록 저지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커진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이유.


매일 반성하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었는가? 그리고, 내일 해도 될 일을 오늘 해버렸는가?"


사람들은 '미래의 자신'를 타인처럼 여긴다. 특히 충동적인 사람들은 더 그렇다. 충동적인 사람은 그래서 곧잘 미룬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선 낙관적으로, 남에 대해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불행을 피할 수 있는데, 남들은 불행을 피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결과가 안 좋다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세상에는 이동 소요 시간을 감안해 딱 맞춰서 약속장소로 출발하는 사람과, 가능한 한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는 사람이 있다. 난 후자. 당신은?



[감정이입에 대하여]


남의 슬픔에 쉬이 전염되고 공명되는 까닭은 그 슬픔의 주인공으로 자신을 대입하는 무의식적인 습성 때문이다. 남의 기쁨엔 이상하게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남의 슬픔은 전염성이 높지만, 남의 기쁨은 전염성이 매우 약하다.



[기타]


배신이란,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라기보다 상대방이 날 신뢰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에 가깝다.


글을 쓸 때 대명사를 자주 쓰면 독해가 어렵다. 가능하면 안 써야 문장이 간결하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상상할 수도 없다.


행동이 없는 앎은 앎이 아니라 암이다.


행복하기 위한 노력은 결국 통제감을 갖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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