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쓴 글을 수정하여 올립니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의 IQ를 알고 나면 과연 그를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지, 그리고 IQ를 지적 능력의 측정치로 볼 수 있는지 의심이 들 겁니다. 파인만은 운이 좋았다면 노벨상을 하나가 아니라 3개나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죠. 그녀의 여동생인 존이 학교에서 실시된 IQ 검사 결과를 몰래 훔쳐 보았는데, 그녀는 124였고 오빠는 123이었습니다. (여동생은 역시 과학자가 됐죠.)
둘 다 통상적으로 천재의 IQ에는 미치는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IQ 148 이상이고 상위 2%에 해당하는 사람의 클럽인 ‘멘사’(Mensa)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파인만에게 가입을 권유했을 때 평소 장난기가 많은 그는 “미안하지만 당신들만큼 지능지수가 높지 않기 때문에 가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평소 지적 허영에 찬 집단이라고 멘사를 비꼬던 그는 이렇게 말하며 아주 재미있어 했죠.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비네에 의해 처음 도입된 IQ는 원래 특별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능력이 뒤떨어지는 아이들(학습지진아)을 식별하기 위한 도구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비네는 학습지진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지적능력을 측정하고 싶어했을 뿐, IQ가 일반화돼서 모든 사람의 지능 수준을 측정하는 도구가 되는 걸 두려워했습니다.
하지만 IQ가 비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능 서열 매기기의 장치로 오용된 것은 미국의 루이스 터먼(Lewis M. Terman)의 공(?)이 컸죠. 그는 오늘날 범용적으로 쓰이는 IQ 테스트의 기초를 만든 사람입니다. 그는 전5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 ‘천재에 대한 유전적 연구(Genetic Studies of Genius)’를 통해 이미 세상을 떠난 천재들의 IQ 테스트 결과를 과감히 발표하기도 했죠. 어처구니 없게도 그는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은 135, 지동설을 주장한 천체 물리학자인 코페르니쿠스는 겨우 105 정도로 측정했습니다.
측정방법은 이랬습니다. 먼저 기본 점수로 IQ 100을 할당한 다음, 남아있는 역사 자료를 토대로 해서 이 값에 점수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을 취했죠. 이 방법의 문제는 남아있는 자료의 양에 따라 IQ 측정값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료가 많은 사람은 IQ를 높게 받을 수 있어서 유리했죠. 반면, 코페르니쿠스와 같이 유년기 정보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는 인물은 터무니없이 낮은 IQ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IQ는 지능검사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 높게 나올 뿐, 창의력, 문제해결력, 탐구력과 같은 진정한 ‘지적 능력’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IQ의 창시자인 비네가 주장했듯이, IQ는 학습지진의 여부를 측정하는 도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IQ가 학교 성적, 연구 업적, 사회적인 성공 등과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걸 볼 때 IQ를 한 사람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기는 것은 곤란합니다. IQ가 높다는 것이 능력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또 능력 있는 사람이 IQ가 높은 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IQ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 그저 어떤 사람이 지닌 잠재력의 크기를 나타내는 측정치 정도로만 여겨져야 합니다. IQ를 대신해서 등장한 EQ니 SQ니 하는 것들도 인간의 능력을 서열화하는 도구가 될까 염려됩니다.
찰스 다윈은 자신의 사촌이자 지능 신봉자인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보를 제외하고, 인간은 지능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차이가 나는 것은 열의와 노력뿐입니다.”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의 기본적인 지적 능력은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나는 것은 열의와 노력을 통해 얻어진 능력이다.”
아직도 당신의 IQ가 낮음을 책망하고 혹은 IQ가 높음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까? 그리고 인류 발전을 위해 별다른 공헌을 하지 못하는 멘사라는 '자기만족형 클럽'에 부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듭니까? 그렇다면, 인간의 지적 능력은 토마스 에디슨의 유명한 말처럼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루어짐을 오늘 하루 가슴 속에 새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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