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수 곱하기 음수는 왜 양수인가?   

2008. 4. 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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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虛數)란, 제곱하면 -1 이 되는 수를 말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 즉 실수(實數)의 세계에서는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는 없다. 그래서 허수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왜 우리는 허수를 알아야 할까? 왜 고등학교 때 골머리를 앓아 가며 허수를 배웠어야 했을까? 배우긴 했는데, 과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모르긴 해도 몇몇 비상한 천재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허수의 사칙연산이나 복소수 평면 등을 접하면서 '그냥 그런게 있는갑다'하며 기계적으로 배웠을 게 분명하다. '정석'에 나온 문제만 달달 풀 줄 알았지, 우리가 왜 허수를 알아야 하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 배운 적은 없는 것 같다. 선생님들(물론 지각 있는 몇 분을 제외하고) 대부분도 허수의 숨겨진 의미 따위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듯하다. 설명해 봤자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게 학력고사(수능)에 나올 리가 없기 때문이었을까?

허수는 좀 어려운 개념이라서 '그냥 그런게 있는갑다'하며 넘어가도 괜찮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건 어떤가? 여러분은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왜 양수가 되는지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1 과 -1 을 곱하면 1이 된다는 것은 중학생이라면(요즘은 초등학생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왜 1이 되는지 물어보면 몇이나 명쾌하게 답을 할까? 여러분은 혹시 이걸 증명할 수 있는가? 당연한 것인데 왜 증명이 필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음수 곱하기 음수가 음수가 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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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은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왜 양수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괴로워 했다고 한다. 수학자인 친구들이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스탕달이 글은 잘 쓰지만 수학에 잼병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수학자 친구들이 수학에 문외한인 스탕달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해서 일까? (나는 후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탕달이 무식하다고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역시 그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양수가 되는 사실을 증명할 의도는 없다. 생각보다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깨달아야 할 요지는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가 된다는, 우리가 거의 자동적으로 외운 법칙들 하나하나의 의미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문제다. A + B = B + A 이라는 교환법칙이 왜 성립하는지, 이 당연하게 보이는 식의 의미가 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증명 없이 당연히 그렇다라고 약속한 것을 수학에서는 '공리(公理)'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평면 위의 두 개의 점을 지나는 직선은 반드시 존재한다라는 것이 공리인데, 이런 공리는 몇 개 안 된다. '음수 X 음수 = 양수', 'A + B = B + A'는 공리가 아니라 증명이 가능하고 증명해야 할 법칙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은 수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나 경험법칙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왜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전혀 고민하지 않은 채 그냥 '흡수'해 버렸다는 것이다.

당연한 거라 여겨지는 것들을 다시 뜯어보자. 습관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과연 그런지, 그래야만 하는지 따져보자. 그렇게 하면 2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미처 알지 못했던 오묘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며 기초를 잘 다질 수 있다. 허수의 의미와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가 된다는 의미를 근본적으로 뜯어보면 잘 몰랐던 세계가 환하게 열리는 걸 느낄 수 있다.

둘째, 경험법칙으로 알고 있거나 이론적으로 배운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과주의 제도가 회사의 성과를 높인다며 '그냥 그런갑다'라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외려 조직의 성과를 해치는 주범일 수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음수 곱하기 음수는 왜 양수가 될까? 오늘은 이처럼 일견 당연한 듯이 보이는 질문을 고민해 보자. 아마 스탕달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 속이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삶의 지혜는 이렇듯 단순하며 자명한 듯 보이는 질문에 답을 하려는 노력을 통해 체득됨을 기억해 두자.

(*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가 되는 걸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분은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저도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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