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대의 심리학자인 리차드 펠슨(Richard B. Felson)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정신병을 앓았던 자, 폭력 전과가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다투거나 주먹다짐을 벌였던 경험에 관해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1)  펠슨은 그 상황에서 응답자들이 어떤 조건에 놓였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량적인 분석을 위해 응답자들이 경험한 사건의 상황은 다툼의 심각성 수준에 따라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첫째 '화가 났지만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 때', 둘째 '말싸움을 벌였던 때', 셋째 '주먹이 오고갔지만 무기는 쓰지 않았던 때, 넷째 '무기를 사용했던 때'로 나뉘었죠.


펠슨은 응답자들에게 던진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는데 그 중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동성끼리 다툼을 벌일 경우 단 둘이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볼 때 주먹다짐으로 번질 확률이 2배나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것은 우리의 상식과 반하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보통 여러 사람들 앞에 있을 때는 다툼이 생기더라도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참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훼손된 자신의 평판이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된다는 위협을 감지하게 됩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신경 쓰고 염려하는 인간은 평판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불릴 만큼 명예를 소중히 여깁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감행하는 폭력은 상대방으로부터 손상된 평판을 회복시키기 위한, 거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똑같이 모욕스러운 말도 단 둘이 있을 때는 말타툼으로 끝나겠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거나 설령 폭력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분노의 강도는 훨씬 높을 수밖에 없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폭력적 싸움의 3분의 2 가량이 공공장소에서 벌어지고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4분의 3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펠슨의 연구는 부하직원의 잘못을 혼내고자 하는 상사에게 한 가지 귀중한 주의사항을 전해 줍니다. 바로 '절대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혼내지 마라.'입니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직원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해서 혼내는 상사에게 주먹을 날리는 하극상의 상황을 연출하기는 어렵겠죠. 그렇게 하면 상사로부터 깎인 평판이 '상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놈'이라고 동료직원들에게 각인되어 더 깎일 테니 말입니다. 이보다는, 혼내는 목적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이든 아니면 욱하는 감정을 해소하기 위함이든 여러 사람들 앞에서 혼내는 행위는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게 만들기는커녕 반항심과 분노를 극도로 상승시킨다는 게 문제입니다. 비록 잘못을 인정하고 싶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 때문에 자기합리화와 자기방어의 프로세스가 더욱 강화되어 급기야 자신의 잘못을 변호하거나 부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존감을 타인으로부터 찾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는 인간이 자신의 사회적 가치, 선행과 악행을 관찰하여 자존감을 형성하고 평판을 높이려고 시도한다고 말합니다.2)  타인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반대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거부 의견을 밝히면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여러 연구를 통해 규명한 바 있죠. 여러 사람 앞에서 혼내는 행위는 짧은 시간에 자존감을 한꺼번에 깎아내리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물론 기대하는 행동의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죠.


부하직원을 혼낼 일이 있으면 조용한 장소에서 단 둘이 만나야 합니다(동료 간의 다툼도 마찬가지). 여러 사람들이 다 보고 듣는 곳에서 야단을 쳐야 부하직원이 더 분발할 거라고 믿는 자(또 그렇게 행동하는 자)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모르기에 유능한 관리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여러 사람 앞에서 야단을 맞는 부하직원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역지사지하면 바로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혹여 과거에 사람들 앞에서 부하직원을 망심 주듯이 혼낸 적이 있다면 그를 조용히 불러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으로 인해 깎여내려간 그의 자존감을 다시 채워주는 일은 관리자의 책무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1) Richard B. Felson(1982), Impression Management and the Escalation of Aggression and Violence, Social Psychology Quarterly, Vol. 45(4)

2) 존 휘트필드,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 김수안 역, 생각연구소, 2012

Comments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9.06 13:03

    저는 이걸 군대에서 배웠어요. 보통 후임 중 누가 잘못하면 뒷편 으슥한 곳에 데려가서 담배 하나 물려주고 혼내죠. 다 있는 내무실에서 혼내는 사람은 좋은 선임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없었어요. 역으로 정말 밉살스러운 후임은 창피 당해보라고 다 있는 곳에서 혼낸 적도 있네요. 여튼.. 그만큼 20살, 21살 어린 나이에도 모두의 앞에서 혼내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쯤은 안다는 뜻인데.... 그걸 이해 못하는 건지, 배려가 없는 건지, 모두가 있는 곳에서 보란 듯이 버럭대는 상사가 있죠. 그런 사람보면 그냥 자기가 이만한 권력을 갖고 있음을 으시대는 거 같아서 질책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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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9.06 14:16 신고

      남자다움과 '성질 못 참음'을 동일시하는 그런 상사들도 간혹 있습니다.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9.06 14:57

      ㅋㅋㅋㅋ맞아요. 아직도 우리나라 남자들은 목소리크고 뭐 좀 던지고 쾅쾅 걷어차면 남자답다고 인식하는 점이 분명 있어요. 뭐 자기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그런 성질을 부리는 거야 자기 사정인데, 조직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정말 아닌 거 같아요.

  2. 세미 2012.11.21 21:22

    저는 조용히 불러서 혼내는데;지금의 상사는 모든 사람을 싸잡아서,모든 사람앞에서 버럭버럭거립니다. 말도 섞기 싫고 얼굴도 보기 싫어요. 이성과 감성의 경계는 정말 멀고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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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세미 2012.11.22 08:23

    저는 조용히 불러서 혼내는데;지금의 상사는 모든 사람을 싸잡아서,모든 사람앞에서 버럭버럭거립니다. 말도 섞기 싫고 얼굴도 보기 싫어요. 이성과 감성의 경계는 정말 멀고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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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avicon of http://makeityourringdiamondengagementrings.blogdetik.com/commonwealth-life/ BlogIcon Commonwealth Life Perusahaan Asuransi Jiwa Terbaik Indonesia 2012.11.25 16:03

    좀.. 쌩뚱맞은 댓글일수도 있겠네요...... 초대장 부탁드려요.... 사무실 컴퓨터론 블로그 관리하기가 조금 힘들어.. 스마트폰으로 할려니.. 초대장이 필요하다고 하네요...ㅠㅠ - 이쪽으로 보내주심 감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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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그 사람이 과연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을 사람인지 알고자 합니다. 이때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정보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사람이 과거에 보였던 실제 행적이고, 또 하나는 그 사람에 대한 타인의 평가입니다. 전자는 그를 직접 관찰하면서 얻는 정보인데 반해, 후자는 다른 사람의 관찰과 해석을 통해 간접적으로 습득하는 정보입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두 가지 종류의 정보가 동일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평가는 강화될 겁니다. 


그런데 내가 관찰한 그 사람의 실제 행적과 타인이 그 사람을 놓고 '뒷담화'하는 내용이 상반된다면,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평가는 어떻게 바뀔까요? 예를 들어, 나는 과거의 행적을 통해 그를 좋게 보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그에 대한 나의 긍정적 평가는 약화될까요? 반대로 사람들이 그에 대해 뭐라고 수근거리든 간에 직접 관찰해서 얻은 정보로 그를 평가하려 할까요? 정리하면, 사람들은 직접 관찰한 사실과 소문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무엇을 믿으려 할까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랄프 조머펠트(Ralf Sommerfeld)과 그의 동료들은 컴퓨터 상에서 자신의 짝에게 돈을 주고 받는, 일종의 신뢰 게임을 고안했습니다. 조머펠트는 참가자 126명에게 10유로씩 나눠주고 매번 짝을 바꿔 가며 게임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이 매 게임마다 자신의 짝에게 1.25유로를 내어 주기로 결정하면 짝은 여기에 0.75유로를 더해 2유로를 받을 수 있었죠. 참가자들은 1.25유로를 내주기보다는 짝으로부터 돈을 받기만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짝에게 돈을 내주지 않는다는 정보가 다른 참가자들에게 퍼지면 자신이 돈을 벌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을 잘 알기에 무작정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겠죠.


조머펠트는 몇 라운드를 진행한 후에 참가자들에게 짝이 과거의 게임에서 보였던 행태를 보여주고 게임에 임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전 게임에서 이기적인 결정을 했던 짝에게는 돈을 내주기를 꺼려 했습니다. 그 다음 라운드에서는 과거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 대신에 여러 참가자들이 짝에 대하여 짤막하게(50자 이내) 평가한 글을 보여주고 게임을 진행하게 했습니다. 직접 관찰한 정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한 간접적인 정보를 제시한 셈이죠.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다른 이들로부터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짝에게는 돈을 내주지 않으려 했고, 반대로 너그럽다는 평가를 받은 짝에게는 쉽게 자신의 돈(1.25유로)을 주었습니다.


직접적인 정보(과거 행태)와 간접적인 정보(타인의 평가)를 모두 보여주되 그 내용이 동일하거나 상반될 경우 참가자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조머펠트는 짝의 과거 행적과 함께 무작위로 '너그럽다', '구두쇠다', '멋진 친구다', '매우 비협조적이다'란 소문을 제시하고서 게임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뒷담화'가 어떻든 간에 흔들리지 않고 짝의 과거 행적(이타적 혹은 이기적)에 근거해 게임을 진행했을까요? 


조머펠트는 직접적인 정보가 있을 경우 소문은 아무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가설은 빗나갔습니다. 과거 행적만을 제시 받을 경우 참가자들이 이타적으로 결정(1.25유로를 내주기)할 확률은 60% 가량이었습니다. 여기에 긍정적인 소문이 더해지면 그 확률이 75%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소문이 더해지니 확률은 50%로 뚝 떨어졌습니다. 또한 참가자의 44%가 소문에 의해 자신의 결정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참가자들은 실제 행적에 대해 알더라도 소문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았던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참석자에게 제시된 상대방의 과거 기록이 지나간 라운드에서 얼마나 짝에게 돈을 내어주었는지를 나타내는 '정량적인' 데이터였다는 점입니다. 참석자들은 사실이 수치로 정확하게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문에 휩쓸렸던 것입니다. 이는 사실보다는 소문(다른 이의 평가)에 따라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편향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결과였죠.


이 실험은 조직 내에서 시행되는 평가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상사가 부하직원의 역량과 성과 달성 과정을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더라도 그 부하직원에 관해 주변인들(동료, 타부서 직원, 고객 등)이 수근거리는 '뒷담화'에 의해 평가가 크게 영향 받을 수 있다는 점이죠.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그 부하직원을 음해한다면 상사는 그런 악의에 쉽게 동조할지 모릅니다. 집단의 의견에 따름으로써 집단의 일원으로 인정 받으려는 인간의 습성 탓에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평가를 절하하려고('그럴 이유가 있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겠지?') 합니다.


이런 심리적 한계 역시 타인에 대한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다면평가와 같은 장치를 통해 보통 여러 의견을 들으면 피평가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런 믿음은 지근거리에서 직접 관찰한 상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도 합니다. 상사의 평가와 주변인들의 평가가 일치할 경우에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그 둘이 일치하지 않을 때는 과연 누구의 평가가 옳은지, 누구의 평가를 더 우선해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대두됩니다. 더군다나 주변인들의 평가가 별다른 근거 없는 '자기만의 느낌'이거나 일부러 왜곡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겠죠. 


요컨대 다면평가도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로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예전에 다면평가를 추천하는 글을 올린 적 있는데, 반성합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옹색하지만, 평가자(상사)들은 평가가 소문에 의해 좌우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닐까요? 소문을 참조하되 그것이 자신의 평가와 상반된다면, 그 소문의 진위 여부를 따져 물어야 합니다. 자신의 평가를 온전히 신뢰해도, 타인의 소문에 귀가 팔락거려도 곤란합니다. 여기에서도 중용의 미덕이 발휘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참고논문)

Ralf D. Sommerfeld, Hans-Jürgen Krambeck, Dirk Semmann, Manfred Milinski(2007), Gossip as an alternative for direct observation in games of indirect reciprocity, PNAS, Vol. 104(44)


Comments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8.27 13:15

    사람을 평가하는건 그래서 참 어려운 거 같아요. 어떤 한 면만 보고 좋다, 나쁘다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저는 그래서 최대한 언제나 누구한테나 솔직하려고 합니다. A라는 사람한테 이랬다가, B라는 사람한테는 저러면 나중에 혹시 A와 B가 만나서 제 얘길할때 오류가 생기면 그건 저에게 치명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누군갈 평가할때는(직업적으로 아니고 사람으로서), 저도 자신의 눈만 믿으면 안된다고 알고 있지만, 그래도 소문보다는 제 눈을 더 많이 믿으려 해요. 사람의 가치를 판단할때 중요시하는 포인트가 사람마다 다르니까, 소문이 사실이라고 해도 신경 안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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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9 09:58 신고

      결국 사람에 대한 평가도 스스로 결정할 몫이지요. ^^ 그 평가가 잘못된 것이면 그 평가에 책임을 지어야 한다는 전제도 있어야 하구요.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8.29 10:15

      아. 맞아요. 책임이 있어야죠^^ 그런 말씀을 들으니까, 남의 말을 듣고 평가하는 건 다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드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쟤가 얘 잘한다고 했는데..."라면서요. 역시 스스로 판단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책임감도 생기고. ㅎㅎ


지난 번 포스팅('벌금이 나쁜 행위를 오히려 조장한다?')에서 탁아소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물렸더니 오히려 늦게 찾아가는 경우가 더 늘었다는 연구 사례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벌금이라는 금전적 장치가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미안함을 늦게 찾아가도 되는 권리로 치환시켜서 기대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 사례였죠. 오늘은 이와 비슷한 사례를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2001년 12월 1일에 보스턴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에게 일수 제한 없이 유급으로 제공하던 병가를 최대 15일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만약 병가가 15일을 넘으면 그만큼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었죠. 아마도 소방관들이 무제한 유급 병가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아프지 않은데도 핑계를 대며 일을 게을리할까 우려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제한을 가하면 실제로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병가 일수도 줄어드리라 기대했겠죠.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고 나니 크리스마스와 신년 첫날에 병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전년과 비교하여 10배나 증가했던 겁니다. 소방본부장은 소방관들이 꾀를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명절 보너스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소방관들은 총 13,431일 분의 병가를 신청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6,432일에 비하면 2배나 증가한 양이었습니다. 병가를 악용할까 염려되어 실시한 제도가 오히려 병가 사용을 늘리는 역효과를 일으킨 것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기본적으로 소방관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헌데 새로운 제도가 사회규범 하에 위치하던 소방관들의 마인드를 자신의 서비스를 돈을 받고 제공하는 시장규범으로 이동시켜 버렸습니다. 새 제도는 예전에는 몸이 아파도 출근하던 소방관들에게 조금만 아파도 15일까지는 병가를 써도 괜찮고 그게 시장규범 하에서는 당연하다는 엉뚱한 신호를 준 꼴입니다. 탁아소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면 안 된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내면 아이를 늦게 찾아가도 미안할 것 없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발부한 사례와 맥을 같이 합니다. 


통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앙갚음을 유도합니다. 직원들을 믿지 않아서 생기는 댓가는 통제를 가함으로써 얻는 이득을 훨씬 뛰어 넘습니다. 뭔가 제한을 가하거나 벌칙을 부여하면 직원들이 '이제부터 조심해야겠다'라고 기대하는 것은 직원들이 어린 아이와 같다는, 계몽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런 통제 조치들은 성인으로서 직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극소수의 직원들이 보이는 일탈을 막겠다고 새로운 규정을 설계할 때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사회규범에 따라 움직이던 직원들을 돈의 왕래라는 시장규범에 움직이도록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을 믿지 않으면 직원들도 회사를 믿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 할 뿐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그냥 놔둬도 별 문제 없었을 것을 제한을 둔다든지 통제를 가한다든지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던 사례가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공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고논문)

Samuel Bowles, Sandra Polanía-Reyes(2009), Economic incentives and social preferences: substitutes or complements?,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Vol. 50(2)


Comments

  1. BlogIcon netbue77 2012.08.23 11:06

    저의 경우 회사에서 12시 넘어야 택시비 비용 청구가 가능한데 지하철은 모를까 버스는 11시에 막차 끊기는 경우도 있고 해서 직원 몇이 11시에 청구한적이 있는데 경영지원부에서 12시 이전에 택시탔다고 뭐라고 한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때 저희 직원들은 조금 늦게 끝나면 PC방에서 게임하다가 12시 되면 택시타고 집에가서 택시비가 과다 청구된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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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꺄르르 2012.08.23 12:08

    반대 케이스에 근접한 거 같습니다만,
    회사가 특성상 긴급업무가 잦은데, 긴급업무 기여도를 연봉과 연관된 평가에 반영하던 당시 팀원들이 불만이 참 많았었는데(그렇게나 불려나왔는데 평가는 고작 이거냐 같은 느낌?) 최근 긴급업무를 감안하여, 특별 휴가 지급이나 다른 팀원들에게 우수사원(?)같은 느낌으로 변경해나가면서, 팀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간 것을 느꼈습니다.

    지각에 대한 벌금 제도에 대해선 제가 신입 당시 딱 그 케이스였습니다.
    돈으로 내면 되니까 맘놓고 지각해댔었죠.
    벌금으로만 떼워진다고 해놓고, 나중에 평가에도 반영하신 당시 팀장님이 원망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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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3 신고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함께 말씀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3. 바바바 2012.08.23 20:28

    야근이 많기도 하고 다소 자발적인 분위기였는데 회의실 에어컨이 켜진 상태로 퇴근한 경우가 있자 사장님이 퇴근할 때 소등을 모두 체크한 뒤 퇴근토록 하자 모두 한시바삐 집으로 가려고 하고 야근을 피하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고 심적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었죠. 그게 시간이 지나 체크같은건 흐지부지 되고 나자 원래대로 복구되는 일이 있었네요. 맨 끝에 남게 되는 사람에게는 농담조의 별명이 붙기도 하고 그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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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3 신고

      음, 그런 역효과가 있었군요. 작은 걸 시행하려고 해도 그런 파급효과를 충분히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4. 임헝그리 2012.08.23 22:50

    처음 입사하고 네달동안은 구인공고에 적혀있는 8시를 퇴근시간으로 알고 근무했습니다.(원래는 8시 반) 그 네달의 기간동안 입사한지 얼마 되지않아 의욕도 충만했고 업무가 많아 자진해서 야근을 자주 했기때문에 사실 퇴근시간에 대해 큰 의미없이 지내면서 9시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후 제가 퇴근시간을 8시로 알고있다는것을 안 사장님은 즉시 8시 반으로 변경하며 불쾌한 기분을 내비치셨고 저는 업무에 의욕이 상실됨을 느껴 그후 절대 야근하지않고 제 할당량의 업무만 맡아 근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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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ungjun419 2012.08.24 09:43

    조금 생뚱맞지만 본질은 같기에 남김니다.
    요즘 유치원,초등학교에서는 체벌 대신 스티커를 활용한 포인트나 벌점제를 상벌제로 운영하죠. 그리고 많은 육아관련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 제가 관찰한 바로는 그리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더군요.
    무엇보다 문제는 '지속성'에 있는 듯 합니다.
    아이들, 학부형, 학교 간의 공감과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냥 유야무야 되기 쉽상이죠.
    그리고 스티커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아이들이 하지 않는다면, 소기의 교육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테구요.

    참 어렵습니다. 신뢰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건.. 역시 나부터 실천..이런 걸텐데..

    중요한 것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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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Favicon of http://whitense.blog.me/130104339575 BlogIcon 지나가다 2012.08.24 23:32

    sungjun419님이 말씀하신 것과 유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EBS다큐 '칭찬의 역효과'를 한 번 보시죠...
    http://whitense.blog.me/130104339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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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표 달성에 힘겨워하는 누군가를 격려하기 위해 "목표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간혹 합니다.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자신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여러 요소에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목표를 향해 달려 가라고 충고합니다. 힘겨운 과정을 끝내고 마침내 도달할 그 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모든 방해요소와 유혹을 떨쳐내는 것이 목표를 이루어내는 왕도라고 믿습니다.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이런 논지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그러나 목표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직관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에일렛 피시바흐(Ayelet Fishbach)와 고려 대학교의 최진희(Jinhee Choi)는 어떤 일의 목표가 처음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일을 시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성취하게 될 목표에 집중하면서 과정을 수행하려는 마인드가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대학 내 체육관에 다니는 103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그 중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운동을 통해 이루어낼 목표를 제출(예 :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한다)하도록 하고 운동하는 동안에도 그 목표에 집중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반면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들이 행하는 운동의 과정을 묘사(예 : 나는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러닝머신을 뛴다)하도록 했죠. 역시 운동하는 동안 자신의 운동 과정에 몰두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조치 후에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각 그룹의 학생들을 두 개씩 소그룹으로 나눠서 첫 번째 소그룹에게는 운동하기 시작하기 전에 얼마나 오랫동안 운동할 생각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소그룹에 대해서는 그들이 실제로 운동하는 시간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목표에 집중하거나 과정에 집중할 때 각각의 경우 운동을 얼마나 오래 할 생각인지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운동할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입니다.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보다 8분 정도 더 오래 운동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운동한 시간을 살펴보니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보다 대략 10분 정도 적게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목표에 집중하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욕이 커지지만 목표에 의해 자극 받은 의욕은 오래가지 못하여 결국 목표 달성을 더디게 만든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 과정(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그 일을 착수하도록 유도하는 힘은 약하지만 일단 일을 시작한 후에는 목표 달성 과정을 지속하도록 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미죠.


하지만 이 실험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운동한 시간이 목표 달성에 들인 노력의 양으로 볼 수 있느냐가 문제죠.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이 비록 적은 시간 운동했더라도 목표 달성의 투지가 솟아올라 힘을 더 많이 들여 운동한 나머지 쉽게 지쳐서 운동을 중단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이 목표 달성의 의지가 약해 러닝머신의 난이도를 쉽게 조정하여 더 오래 운동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이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후속실험에서는 '종이접기'와 같이 신체적인 노력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 과제를 선택했습니다.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색종이로 개구리를 접는 활동이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물리치료 목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들은 후 종이접기를 하는 동안에 그 목표를 상기하라고 요청 받았습니다. 반면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종이접기 그 자체는 취미 활동일 뿐 별다른 효과는 없다는 말을 들었고 개구리를 만들어 가는 경험에 집중하도록 요청 받았죠.


종이접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자들은 종이접기의 목표에 집중할 때 종이접기에 더 많은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종이접기를 직접 해본 참가자들은 목표에 집중할 때보다 과정(경험)에 집중할 때 종이접기가 더 재미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앞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목표를 떠올리는 것이 최초의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그 흥미를 지속시키지는 못했던 겁니다. 종이접기 활동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흥미와 재미를 지속시키고 그로 인해 목표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만든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치실 사용하기', '요가하기'와 같은 과제를 가지고도 후속실험을 진행했지만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해가 된다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누군가가 목표 달성 과정에서 힘겨워 하거나 애를 먹을 때 상투적으로 던지곤 하는 '목표에 집중하라', '목표를 생생하게 그려라', '그 날에 얻게 될 열매를 상상하라'는 조언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이 실험의 시사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어떤 일의 목표가 사람들에게 돈과 같은 외적 보상(External Incentive)처럼 인식된다고 말합니다.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을 저하시키는 것처럼 목표도 그렇다는 것이죠. 살 빼기라는 목표는 운동을 하는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운동을 완료한 후에 얻어지는 보상으로 인식되는 까닭입니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이 실험으로 내적 동기를 지속시키고 강화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과 경험에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처음에 '이 일을 한번 해보라'고 할 때는 그 일을 달성한 후에 얻게 될 목표로 자극해야 하지만, 그런 자극을 일을 진행하는 과정 내내 강조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날을 위해 참고 견뎌라'라고 말하기보다는 일의 경험과 경험을 통해 얻는 소소한 재미를 강조하는 것이 내적 동기라는 목표 달성의 엔진을 유지시킵니다. 100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은 사실 '완주했을 때의 너의 모습을 그려봐'가 아니라 '네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라'인 것처럼 말입니다. 



(*참고논문)

Ayelet Fishbach, Jinhee Choi(2012), When thinking about goals undermines goal pursui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8(2)


Comments

  1. Favicon of http://blog.fujixerox.co.kr/ BlogIcon 색콤달콤 2012.08.22 14:03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목표보다는 과정에 집중해야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목표를 아무리 크게 세우더라도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노력과 집중이 없다면 말짱 꽝일테니 말이죠. 30살 영어꼴지에서 외국계 기업 CEO가 되신 조병수 대표님께서도 과정의 양(quantity)보다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효율적(quality)으로 시간을 보내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셨다고 하더군요(http://blog.fujixerox.co.kr/545 ) . 많은 깨달음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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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5 신고

      목표에 집중하면 환상을 가지거나 과정이 힘겹다고 느껴서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오늘에 충실하라는 조언을 새겨 봅니다.

  2. 지나가다 2012.08.22 14:49

    등산과 비슷한 것 같네요. 정상에 빨리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면 빨리 지치지만, 정상에 오르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 더 여유가 생기고 덜 지치게 되는 것처럼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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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6 신고

      네, 등산도 마찬가지죠. 산봉우리만 쳐다보면 저길 어떻게 올라가나,란 생각에 힘이 빠지죠.

  3. BlogIcon netbue 2012.08.23 13:55

    실생활로 비유 하자면 부킹이 목적이면 실패하지만 술과춤에 집중하면 부킹 홈런 친다...???
    부적절한가요???
    예전에 운동할때 한개만 한개만 하면서 목표량 다 채우는거랑 비슷한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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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avicon of http://www.facebook.com/profile.php?id=1647638111 BlogIcon David Chang 2012.08.24 10:31

    조동진 노래 좋아하시는 유정식님, 기억하시는지... :) 오랜만입니다. 실험 결과에 대한 이유를 '리얼리티 트랜서핑'의 원리를 적용해서 설명해 봤습니다. 아침에 벤처스퀘어 기사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떠올라 급히 블로그 포스팅하고 트랙백 했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즐거운 주말 맞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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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노을이네 2012.10.17 10:42

    성과지상주의에 대한 부정적 실험결과일수도 있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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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지원자가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사람은 해당 분야에 2년 동안 근무하면서 리더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이제 막 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은 자인데 리더십의 잠재력에서 앞의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 다른 조건(나이, 성별, 학력, 전공 등)들은 동일하고 회사가 원하는 조건에 두 사람 모두 부합할 경우, 여러분은 둘 중 누구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채용하겠다는 악수를 청하고 싶을까요?


자카리 토르말라(Zakary Tormala)와 동료들은 84명의 참가자들에게 위와 같은 상황을 제시하고는 향후 5년 동안 누가 더 일을 잘 해낼 것인지를 질문했습니다. 참가자들 대부분은 높은 성과를 이미 나타낸 지원자보다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된 지원자를 더 선호했습니다. 리더십에서 이미 검증된 사람보다는 리더십을 잘 발휘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 것입니다.





이어지는 여러 번의 후속실험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지원자에게 얼마나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지, 어떤 지원자를 뽑을 때 리스크가 덜 할지 등을 물었더니, 참가자들은 과거에 높은 성과를 달성한 지원자보다 높은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 받은 지원자를 뽑으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잠재력이 높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리스크가 낮다고 여겼죠. 이미 높은 성과를 보인 지원자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걸까요? 잠재력이 어떻게 이미 객관적으로 증명된 실력을 능가하는 걸까요? 잠재력이 있다고 해서 향후에 실력을 발휘할 거라 확신할 수 없는데 말입니다. 물론 과거에 높은 성과를 보였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러할 거라는 보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사람의 기질이나 역량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최근까지 실력으로 입증된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토르말라가 수행한 일련의 실험은 잠재력을 실력보다 우선하는 경향은 우리가 직원을 채용할 때 범하는 여러 가지 오류 중 하나입니다. 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잠재력이 미래의 불확실함을 줄여 줄 보험적 요소로 인식하는 듯 합니다. 좋은 지원자를 뽑고자 하는 면접관들은 잠재력을 실력보다 과도하게 높이 평가할 위험을 꼭 유념해야 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토르말라의 실험은 다른 사람에게 선택 받으려면 자신이 과거에 어떤 성취를 했다고 단순하게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러한 과거의 성취가 앞으로 더 뛰어난 성과를 달성할 잠재력이 있음을 증명하는 근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임을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프레임을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두어야 합니다. 직업을 구하는 구직자 뿐만 아니라,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받으려는 영업 담당자들, 협상 테이블에 앉은 협상가들도 알아두어야 할 설득의 팁입니다. 



(*참고논문)

Tormala ZL, Jia JS, & Norton MI (2012), The Preference for Potential,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P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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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fujixerox.co.kr/ BlogIcon 한국후지제록스 2012.08.16 16:07

    사람은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는 편이 훨씬 더 신뢰가 가는 것 같아요. '이야기의 프레임을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두어라' 가슴에 와닿는 말이네요. 앞으로 머릿속에 담아두어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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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6 신고

      미래에 프레임을 두는 것, 자신 뿐만 아니라 설득의 효과를 높이는 데도 아주 효과적이죠. ^^

  2.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8.17 23:37

    헐.. 오히려 경력자를 뽑을 거 같은데 희한하네요. 실제로 구인시장에는 신입사원이 아니고 일정 이상의 자리에 경력을 안 보고 뽑진 않잖아요? 다 경력자를 뽑지. 우리나라 구인구직 환경과는 잘 안 맞는 실험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박사학위를 딴 신입이라면 몰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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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8 신고

      동일한 조건이라면 경력보다는 잠재력이 돋보이는 사람이 실제보다 높게 평가 받는다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채용은 경력자를 뽑더라도 말입니다.


할일이 쏟아져 매일 같이 야근이 계속됩니다. 일이 많은 것은 그래도 참아내겠는데 감당하기 힘든 책임만 주어질 뿐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내놓은 결과에 대해 상사는 질책을 쏟아냅니다. 이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우리는 말 그대로 '번-아웃(Burnout)' 되고 맙니다. 습관적으로 회사에 나갈 뿐 자신의 업무에서 아무런 성취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관성에 의해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별것도 아닌 일에도 동료에게 화를 내고 갈등을 부추깁니다. 동료들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돕기는커녕 꼬투리를 잡아 비난하거나 방해합니다. 급기야 외부인들에게 회사를 욕하고 별로 필요도 없는 소모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거나 훔치기까지 하죠.


이렇게 조직의 생산성을 갉아먹는 행동을 CWB(counterproductive work behavior)라고 부릅니다. 조지 뱅크스(George C. Banks)는 이런 CWB가 직원들의 '감정 고갈(Emotional Exhaustion 혹은 Emotional Depletion)'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감정적인 고갈 상태가 조직과 업무에 헌신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자극한다는 것이죠.



뱅크스와 그의 동료들은 한국에 있는 모 은행 직원 113명과 그들의 상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였습니다. 직원들은 "나는 내 업무에서 좌절감을 느낀다"와 같은 항목들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고갈 상태인지를 스스로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조직의 운명을 진정으로 염려한다"와 같은 항목으로 조직에 얼마나 헌신하는지도 평가했죠. 한편 상사들은 "조직에서 용인되는 시간 이상으로 휴식을 취하는가?", "다른 직원들을 놀리거나 조롱하는가?" 등의 질문으로 직원들의 CWB 빈도를 평가했습니다. 결과를 분석하니 감정적으로 고갈 상태에 있는 직원일수록 업무에 몰입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CWB를 더 많이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감정 고갈이 덜한 직원일수록 조직을 긍정적으로 느낄 뿐만 아니라 CWB와의 관련성이 떨어졌습니다.


이 연구에서 뱅크스는 직원들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CWB를 범한다는 사실도 규명했습니다. 감정이 고갈된 직원이 CWB를 저지르는 이유는 그런 행동을 일종의 보상으로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조직에서 허용되지 않는 행동을 범할 때의 쾌감, 회사 물건을 훔침으로써 빼앗긴 무언가를 보상 받는다는 느낌 등이 CWB를 저지르도록 한다고 뱅크스는 지적합니다.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지만, 직원들이 업무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감을 경감시키려는 노력이 먼저입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CWB가 조직 여기저기에서 저질러질 경우, 그런 행동을 한 직원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고단하고 지친 직원들이 누구인지, 그들의 감정을 고갈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고갈된 직원들의 감정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시킬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참고논문)

George C. Banks, Christopher E. Whelpley, In-Sue Oh, KangHyun Shin(2012), (How) are emotionally exhausted employees harmful?, nternational Journal of Stress Management, Vol.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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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8.15 20:10

    저처럼 생각하는게 그런 직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는 못하지만요. 저는 그런 직원들의 문제는 그들 스스로에게 있다고 봅니다. 그런 사람들은 뭐든 불만인 거죠. 아마 그들의 불만을 해소시켜주면 또다른 불만이 생기고 또 CWB를 저지를 거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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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9 신고

      물론 조직내에 그런 썩은 사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화해서는 안 되겠죠? ^^


조금 규모가 있는 동물원에 가보면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주홍 빛깔의 새들이 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듯이 이리저리로 몰려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홍학(Flamingo)입니다. 홍학은 조류 중에서 사회성이 높은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무를 추는 듯한 행동은 음악에 반응한다기보다는 아마도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본능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홍학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또 하나의 단적인 이유는 번식율이 무리의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홍학은 무리의 규모가 20마리 미만일 때는 번식하지 않으려는 습성을 지녔습니다. 20~30마리는 되어야 그때부터 활발하게 번식하는 경향이 있죠.1) 그래서 동물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홍학을 관리 보존해야 하는 사육사들은 무리를 일정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호주 시드니의 타롱가 공원 동물원은 홍학 숫자가 적어 서로 짝짓기를 하려고 하지 않자 커다란 거울로 우리를 둘러싸서 개체 수가 많아 보이도록 꾀를 쓰기도 했습니다. 거울은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2)





홍학의 이런 습성은 '앨리 효과(Allee Effect)'로 설명됩니다. 앨리 효과는 생태학자인 월더 앨리(Warder C. Allee)가 어항 속 금붕어들이 개체 수가 많을수록 더 빨리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데에서 유래합니다. 앨리는 그 연구를 통해 단독으로 생활하는 것보다 군집을 이루는 것이 개체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고 협력이 사회의 전반적인 진화에 핵심적일 거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물론 무리를 이루면 부정적인 효과도 발생합니다. 서식지의 밀도가 증가하면 개체에게 돌아가는 먹이의 양이 줄어들고 그 때문에 먹이를 놓고 무리 내에서 싸움이 벌어집니다. 또한 짝짓기 대상을 가지고도 과도한 경쟁(특히 수컷끼리)이 야기되죠. 


하지만 무리가 규모가 작아도 문제는 있습니다. 짝짓기를 할 대상이 적어 번식력이 떨어지는 문제와 천적의 공격을 공동으로 막아내지 못한다는 문제는 매우 심각하죠. 앨리 효과는 무리의 규모가 어느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각 개체의 건강과 번식 뿐만 아니라 무리 전체의 안녕을 기대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집단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임계 밀도'가 요구된다는 앨리 효과가 기업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시사점은 업무의 특성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개인보다는 팀이 일을 더 잘 수행해 낸다는 것이겠죠. 무리가 클수록 짝짓기 대상이 풍부해진다는 효과는 팀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의 화학적 융합으로 비유될 수 있고, 포식자들의 위협을 막아내는 협력의 이점은 조직 내부에서의 정치적 역량과 외부 경쟁자들의 공격에 대한 대응력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사람들을 끌어모아 팀을 이루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죠. 핵심은 집단의 규모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크기입니다. 집단의 규모는 활발한 상호작용을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협력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개체 자신과 집단 전체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앨리 효과의 진짜 의미입니다. 앨리 효과를 조직 내에서 극대화하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의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기회를 점화시키고 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앨리 효과를 위한 한 가지 팁은 직원들의 동선이 가능한 한 여러 사람을 거쳐 가도록 사무실의 레이아웃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직원과 눈을 맞출 수 있도록 파티션의 높이를 낮추거나 없애는 것도 필요합니다. 비록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그리고 이런 조건 이외에 다른 조건들(예컨대 합리적인 관리자)도 만족해야겠지만, 인간의 심리가 물리적인 환경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 받는다는 사실에서 볼 때 이런 물리적인 환경이 언어적이거나 비언어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축적시켜 어느 순간 창조적인 업무 환경의 '임계 밀도'에 이르도록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충분히 고려할 만한 조치입니다.


홍학들이 기분 좋게 짝짓기하도록 우리 주변에 커다란 거울을 둘렀듯이, 직원들이 창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사무실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보면 어떨까요? 그렇다고 인테리어 비용을 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직원들 사이의 협력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을 막는 시설이나 물건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것을 없애기만 하면 되니까요? 정수기나 복사기의 위치를 바꾸는 것도 도움이 되겠네요. 적어도 출근하여 퇴근할 때까지 다른 부서 사람과 눈을 맞추거나 이야기를 나누기 힘든, 그런 사무실 구조는 아니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1) Elizabeth Franke Stevens(2005), Flamingo breeding: The role of group displays, Zoo Biology, Vol. 10(1)


2) 렌 피셔, <재난은 몰래 오지 않는다>, 웅진지식하우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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