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의 한계, 어떻게 극복할까?   

2010.04.21 09:00

외국 학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전공과 연구 분야를 특정 학문에 국한하거나 경도시키지 않고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등으로 폭넓게 펼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그들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제 파릇파릇한 봄이네요)


단적인 예로,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 Gould)는 진화생물학과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언어, 음악, 건축, 문학 등에 조예가 깊기로 이름이 높았습니다. 그는 야구 통계 데이터 분석 결과와 성당의 건축 구조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진화의 올바른 의미를 설명하려고 노력했죠. 그의 이론이 맞고 틀림을 떠나 르네상스적 인간형의 표본으로서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영학의 구루(Guru)라 할 수 있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법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 전 분야에 걸쳐 왕성한 저술 활동을 벌였으며 소설과 수필을 쓰는 등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습니다.

예외는 있겠지만, 위대한 학자들의 위대한 연구 업적의 대부분은 이처럼 폭넓은 지적 활동과 열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들에게는 여러 학문들과 왕성하면서도 의도된 만남을 통해 자신들의 독특한 지식 체계를 확립하고 사상의 외연(外延)을 확대하려 한 공통점이 있었죠.

경영학도 이러한 학자들의 ‘넘나듦’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출현한 학문이었습니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경영학은 테일러리즘(Taylorism)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W. Taylor)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비교적 젊은 학문이라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이 빠른 속도로 학문적 체계를 갖춰 나간 이유는 타 학문을 전략적으로 폭넓게 수용하여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갔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을 받아들여 조직행동이론을 수립하고, 수학과 통계학을 바탕으로 회계학과 재무학의 토대를 쌓았죠. 경제학과 게임이론 등을 수용하여 경영전략이론으로 발전시키고, 정보기술(IT)을 경영에 접목하여 경영정보시스템이란 분과도 탄생시켰습니다.

경영학은 기업의 경영을 다루는 응용학문으로서 이처럼 다양한 학문들이 융합되거나 파생되면서 체계를 갖추어 나갔기 때문에 결코 타 학문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영학이 학문적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경영학은 어느새 일정한 울타리 내에서 동어반복적인 컨텐츠를 계속 재생산하는 듯 보입니다. 서점에 가보거나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경영 관련 도서와 논문 리스트를 훑어보면 학문의 텍스트가 얼마나 곤궁해지고 있는지 금방 깨달을 수 있습니다. 

경영학의 발전이 기업환경의 변화를 뒤에서 겨우 따라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새로운 화두를 던지지 못하고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이 오늘날 경영학의 현실은 아닐까요? 경영학이 길을 넓혀갈 새로운 땅은 이제 더 이상 없는 것일까요?

이제부터는 시선을 거꾸로 돌려 볼 것을 제안합니다. 경영학 중심의 시각을 버리고 타 학문의 입장에서 경영학을 바라보는 시선을 채택해 보는 건 어떨까요? 예술, 자연과학, 인류학, 사회학 등 우리가 흔히 경영학과 전혀 상관 없다고 간주해 버리는 학문의 체계와 관점 속에서 경영의 의미를 탐구하자는 제안입니다. 경영학에서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이 타 학문에서 이미 고민했던 것일지 모릅니다.

쉽게 말하면, 특별한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경영학이 새로 디딜 땅을 확보하려면 위대한 탐험가들이 그러했듯이 미지의 신세계를 향해 중단 없이 돛을 올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리학을 연구하던 학자가 진화론에 뛰어 들고, 하늘을 바라보던 천문학자가 시선을 아래로 내려 인간의 뇌 연구로 전향하면서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깨달음을 얻었듯이(칼 세이건), 경영학이란 학문의 폭과 깊이는 타 학문에 대한 탐구로부터 경영학적 함의를 모색하는 과정 속에서 더욱 넓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경영이론이 창발(創發)될 때 더욱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여러 학문과의 통섭만이 경영학의 지평을 새로이 열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한계에 다다른 경영학을 구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유정식)'의 머리말 부분 발췌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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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10.04.22 06:12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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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y2psh.tistory.com BlogIcon 칼날눈썹 2010.04.24 09:38

    경영은 학문이 아니라 종합예술이라고 한 어떤 구절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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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4.28 12:43 신고

      맞습니다. 경영은 예술이지요. 예술을 공식화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매번 실패합니다. ^^

  3. 노자처럼 2010.04.28 11:50

    동감합니다. 경영학은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는 학문이 아니라, 기업의 성과를 만들어 주는 방법론입니다. 수 많은 경영학 도서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그 책을 접하는 기업의 수많은 변수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한 변수는 역동적이어서 매일매일 변하기도 하지요. 결국 그 경영학 도서는 저자 개인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그 책에서 요구하는 변수와 완벽하게 충족되는 기업(과연 몇 개가 있을 까요?)에게만 가치가 있지요. 톰피터스나 제임스 콜린스 류들의 책들이 출간되서 5년이 넘어 몰락하는 기업들이 나오는 이유도 그렇고요. 아니면 서양의 경영학자들이 그들의 문화 원형질인 분석적 사고가 고착화 되어, 동양의 덕목인 통찰의 내공을 체득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요. 결국 일정 시점 경영학 도서의 투어가 끝나면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스스로 경영학을 재정의 하고, 프레임을 만들고, 자신만의 경영 관점을 재창조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생각에 감탄하고 흠뻑 젖기 보다는, 내 경영학에 씨를 뿌리고 잘 가꿔서 결실을 보는 것이 진정한 경영연구가의 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에서 경영대가가 탄생하기 쉽지 않은 것은 경영이란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우주적인 통찰과 상상력을 동원해서 창조적인 논리를 만들어 내는 발상의 전환에 취약성도 있지만, 자신의 이론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자신감'의 결여가 더 큰 문제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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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4.28 12:45 신고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경영학자들은 자신만의 관점(틀리건 맞건)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듯 합니다. 서양의 것을 겨우 뒤쫓아가는 형국이지요. 반성할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