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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회사에 방문하니 직급관리에 문제가 있다면서 저에게 처음 꺼낸 말이 "우리 회사에 부장들이 너무 많다"는 소리였습니다. 사실을 알고 보니 그럴 만도 했습니다. 차장을 승진시켜 주긴 해야겠고 그렇다고 부장으로 올려주면 임금관리에 부담이 되고 해서 궁여지책으로 짜낸 방법이 '호칭만 부장'이었습니다. 또한 부장에서 임원이 되지 못하고 오래 머무는 사람들에게는 호칭을 어떻게 줘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더군요. 그래서 부장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40%에 육박하는 이상한 직급체계가 됐습니다.
이처럼 회사의 업력이 20년 정도 되면 직급관리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고직급화'죠. 승진관리를 엄격하게 하지 않고 연한만 차면 승진시키는 관행이 있다면 고직급화로 이어지는 속도가 빨라지죠.
그렇다면, 우리 회사의 직급별 인력 분포가 과연 건전한지 하나의 지표로 나타낼 수 없을까요? 고직급화 지수를 활용하여 회사의 고령화 혹은 고직급화 여부를 미리 관리하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회사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급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사원비율)*1 + (대리비율)*2 + (과장비율)*3 + (차장비율)*4 + (부장비율)*5 를 계산해 보기 바랍니다.
이 값을 ‘고직급화 지수’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극단적으로 사원으로만 이루어졌다면 고직급화 지수는 1이며, 부장으로만 이루어졌다면 5가 되겠죠. 물론 회사의 직급 단계가 이와 다르다면(예를 들어, 부장-과장-사원이라면) 고직급화 지수의 최대값은 달라집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고직급화 지수를 과거 5년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래프를 그려 보세요. 전사적으로 해보고, 사업부별로도 해보십시오. 만일 그 값이 오르고 있거나 그래프의 기울기가 심하다면, 고직급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판단해야 합니다.
고직급화 지수를 만들면 사업부별로 대비해 보거나 동종업체와 비교해 보기가 용이합니다. 다만, 한 가지를 유의해야 합니다. A사와 B사의 고직급화 지수가 같다고 해서 두 회사가 반드시 똑 같은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A사의 직급별 인력 비율이 (10-20-30-20-20)이고, B사가 (10-10-30-20-24) 라면 고직급화 지수는 똑같이 3.2가 나옵니다.
따라서 동종업체(혹은 사업부별로)와 고직급화 수준을 비교할 때는 고직급화 지수와 겸하여 고직급자의 인력비율 자체를 비교해야 하죠. B사의 과장 이상 비율은 74%로서 A사의 70%보다 크므로 고직급화가 상대적으로 더 진행됐다고 판단하면 됩니다.
고직급화 지수가 얼마가 나와야 적정한 값인지 물어오는 고객이 있는데,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값은 없습니다. 그 회사가 어떤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프로젝트 방식의 사업구조를 갖는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고직급화 지수가 높으며,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이 제조업보다 더 높은 값을 가지는 경향이 있긴 하나,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띠라서, 다른 회사와의 비교만을 위해 고직급화 지수를 사용하는 것보다, 우리 조직의 고직급화가 어떤 추세대로 진행될는지, 그 속도는 어느 정도가 될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바랍니다. 고직급화 지수가 현재의 고직급화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 줄 순 없겠지만, 미리미리 대비할 시간을 버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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