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리더가 되기 어려운 이유?   

2024. 9.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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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여성이 대기업의 고위 임원직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저는 좀 의아해집니다. “이게 왜 특별한 기삿거리지?” 그 일이 축하받을 일이 아니라서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여성이‘유리 천장’을 깨고 고위직으로 승진한 일을 '예외적'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아직 존재한다는 게 이상해서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임원진을 남성으로 채우는 조치에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으면서 어쩌다 여성이 그 중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을 두고 ‘유리 천장’ 운운하는 행태를 볼 때면 ‘일터에서 성평등’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성 인력이 조직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기는 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린 게 사실이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로 이런 가설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라고 말입니다. 이 가설은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끌고 가는 리더십이 ‘남성적 특성’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기에 남성이 조직의 리더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로 이어집니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그저 가설을 이야기할 뿐이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논리가 맞다고 봅니까? 여성이 기질적으로(혹은 본성적으로) 유약하고 섬세하며 수동적이고 관계지향적이라서 목표를 달성해 생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조직의 생리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합니까?

혹시나 동의한다면, 이렇게 바꿔 질문해 보죠.그동안 남성 위주로 조직이 굴러왔기에 여성은 리더가 되기에 부족하다는 편견이 굳어진 게 아닐까요? 공격적이고 카리스마적이며 목표 지향적이고 과업 지향적인 남성들이 절대적으로 지배해 왔기에 ‘남성적 리더상’이 옳은 것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게 아닐까요? 리더십의 잣대가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진 탓에 “여자는 리더가 되기엔 미흡해”라는 편향이 무의식적으로 뇌리에 새겨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여성이 남성보다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하다’는 가설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봅니다. ‘여성이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남성보다 리더로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평가 받는다’라는 가설이라면 모를까. “여자가 팀장이나 임원이 되면 못 견디고 금방 떠나 버려.” 혹은 “여성 리더를 두는 것은 외부 홍보용이지.”라는 인식을 가진 조직이라면 자신들이 ‘마초 지향의 조직문화’에 찌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돌아볼 일이죠.

실제로 여성은 '리더로 육성되는 데 별로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상사가 직원에게 제공하는 피드백을 분석했는데요,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피드백의 특징이 미묘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상사들은 남성 직원에게는 “사소한 것은 무시하고 장기적으로 바라보라”, “운영적 관점이 아니라 전략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라”는 식으로 피드백을 했는데요, 반면에 여성 직원에게는 “재무 관련 지식을 쌓아서 활용하라”, “복잡한 이슈 해결을 위해 좀더 분석 능력을 키우라”는 피드백을 했습니다. 

무슨 차이가 있는 줄 아십니까? 네, 남성 직원에게는 ‘거시적 관점의 비전 설정’을 강조한 반면, 여성 직원에게는 ‘일상적인 업무 수행 능력’을 강조한 것이 커다란 차이입니다.

또한 상사들은 남성 직원에게 “힘을 가진 사람과 폭넓은 협력 관계를 구축하라”, “언어를 배우듯 정치력을 개발하라” 등 ‘사내 정치를 활용하라’는 식으로 피드백을 주었지만, 여성 직원에게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불쾌하더라도 잘 견뎌라”라고 피드백 했습니다. 

여기서도 어떤 차이가 발견되나요? 남성 직원에게는 주도성과 야망을 강조한 반면, 여성 직원에게는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와 관용을 요구한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사는 남성 직원에게 리더의 자질을 강조하고, 여성 직원에게는 직원의 자질을 요구한다." 이것이 바로 여성 직원들이 리더로 육성되는 데 있어서 별로 지원을 못받는 이유, 그래서 리더로 선발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유입니다. 사소하고 미묘한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 여성 직원은 '나는 이렇게 행동해야 해'라고 자신도 모르게 '설정'되고 말죠.

그렇다면 여성 직원들에게 어떻게 피드백해야 할까요? 직원이 여성이냐 남성이냐를 떠나서 ‘리더라면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하고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동등하게 피드백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리더십을 표출하라는 조언과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라는 조언을 남성 직원과 여성 직원 모두에게 동등하게 해야 합니다. 상사가 임의로 성별에 ‘어울릴 법한’ 조언을 편향적으로 해서는 곤란합니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의의 피드백이 사실은 일종의 '가스 라이팅'일 수 있다는 걸 늘 경계해야 합니다. 자신이 성평등주의자임을 자부하는 리더일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참고논문
Doldor, E., Wyatt, M., & Silvester, J. (2019). Statesmen or cheerleaders? Using topic modeling to examine gendered messages in narrative developmental feedback for leaders. The Leadership Quarterly, 30(5), 10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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