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방어하고 변호하며 타인에게 본인의 생각을 이해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욕구는 생존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서 뭐라 탓할 수 없고 탓해서도 안 되죠. 하지만 문제는 엄밀한 조건 하에 실시된 과학 연구 결과가 자신의 의견과 반할 때조차 자기 의견을 수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 그 연구는 나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고!’라고 반응하며 연구 결과를 무시하더고요.
저는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매일 한 편씩의 논문을 읽고서 제 관점을 가미해 연구 결과를 블로그에 소개하는 것을 꽤 오랫동안 지속했었습니다(그 결과물이 <착각하는 CEO>란 책이다). ‘연봉을 많이 줘도 동기는 올라가지 않는다’, ‘일잘하는 사람을 아무 생각 없이 승진 시키지 마라’ 등 기존의 통념과 반대되는 연구나 누군가가 ‘기분 나쁠 만한’ 연구를 소개할 때면 어김없이 ‘난 안 그래. 그러니 너는 틀렸어’라는 식의 댓글이 달리곤 했습니다. 별다른 논리를 제시하지도 않고 ‘그냥 아닌 것 같다’라는, 뭐라 대꾸하기도 어려운 댓글도 달렸죠. 자신의 신념에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면 즉각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것이 인간의 습성처럼 보일 정도로 저는 그런 댓글을 자주 접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논리나 개념에 반대되는 것이 출현하면 그것은 우리의 울타리 밖에 존재하는 이방인들의 관점이라고 보는 걸까요? 이방인들은 우리의 안락한 삶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생존력을 보존하려면 이방인을 경계하고 강하게 거부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DNA 어딘가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건 아닐까요? 이방인들의 관점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이라 해도 일단 거부함으로써 방어할 시간적 여유를 갖고자 함은 아닐까요?
지금까지의 글을 읽고 이렇게 반응하는 분이 있을 겁니다. “나는 명백하게 옳다고 증명된 것이라면 바로 내 의견을 수정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야."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삼단논법이라는 개념을 다들 아시죠? 삼단논법의 전개가 논리적으로 옳은지는 '보통의 교양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삼단논법의 내용이 자기 신념과 다르다 해도 '논리적으로 옳은지'의 여부는 맞혀야 하죠.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다는 연구가 있어요. 연구자는 낙태 찬성파와 낙태 반대파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각 '낙태 반대'를 지지하는 문장과 '낙태 찬성'을 지지하는 문장을 각각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유효한 삼단논법인지를 맞혀 달라고 요청했죠.
연구자가 "자기 신념은 잠시 내려놓고 삼단논법이 논리적이냐 아니냐만 따져 달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에 관한 자기 신념과 반대되는 내용을 가진 삼단논법에 대해서는 논리적 유효성을 잘 맞히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오류를 범하지 말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자기 신념에 경도됐던 겁니다. 심지어 논리학을 배운 참가자들이 더 경도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참 어이없죠?
이러한 경향을 ‘우리편 편향(My-side bias)’라고 부릅니다. 나의 신념은 무엇인가, 내가 어느 편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판단하려는 경향이 바로 ‘우리편 편향’입니다. 우리편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말하죠.양팀의 팬들이 격하게 응원하는 축구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반칙처럼 보이는 행동을 한다면, 그걸 당한 팀에서는 “왜 저런 행위에 반칙 휘슬을 불지 않느냐!”며 심판을 욕하고, 상대팀에서는 “우리가 반칙을 한 게 아니라 쟤네가 헐리우드 액션을 하는 것이다. 심판은 뭐하냐! 시뮬레이션 파울을 선언해야 할 거 아냐!”라고 하는 게 우리편 편향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나는 토론 프로그램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예 보려고 하지 않죠. 첨예한 주제를 놓고 찬성측과 반대측이 벌이는 논쟁은 의견 차이를 좁히고 공통분모를 찾아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결론으로 절대 마무리되지 않기 때문이죠. 토론은 각자가 가진 신념을 더욱 강화할 뿐이고 양측은 토론 전보다 더욱 적대적인 눈빛을 교환하며 등을 돌리니까요.
누구에게나 마음 속에 '적'이 있습니다. 그를 떠올리면서 '내가 혹시 우리편 편향에 빠져 있지 않는지', '그 사람의 논리 중에 옳은 것은 없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면 어떨까요? '내 논리가 맞아!'라고 고집은 좀 그만 부리자고요. 우리편 편항을 줄이려는 노력이 첨예한 양측의 대립을 풀고 화해하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참고논문
Čavojová, V., Šrol, J., & Adamus, M. (2018). My point is valid, yours is not: myside bias in reasoning about abortion. Journal of Cognitive Psychology, 30(7), 656-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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