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뿅가는' 방법   

2024. 7.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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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와 산소를 섞어 놓는다고 물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활성화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아서입니다. 글을 쓰겠다고 책상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어 놓는다고 글이 그냥 써지지는 않죠. 그냥 쓰기가 싫어집니다.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으로 글을 써야 할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렇습니다. ‘어떤 말을 먼저 써야 할까? 기승전결 구조가 나와야 하는데 구조가 안 잡히네. 결론은 또 어떻게 맺어야지?’ 첫 문장의 첫 단어를 쓰기까지 이렇게 숱한 번민에 시달릴 겁니다. 저 역시 글의 첫 문장을 쓰기까지 무척 긴 시간을 허비하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시점과 첫 문장을 타이핑하는 시점 사이의 간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글을 써야지 하자마자 바로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누가 있을까?), 적어도 그 시간 간격을 10분 이내로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요?

 



글쓰기 싫은 마음을 극복하는 방법은 ‘일단 쓰는 것’입니다. 너무 간단한가요? ‘이런 조언 같지도 않은 조언 같으니!’란 짜증스러움이 밀려들더라도 제 말을 끝까지 듣기를 바랍니다. 저는 글을 쓰기 싫어 미쳐버릴 것 같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이봐, 너무 미치지 말고. 일단 5분만 글을 쓰자. 그리고 5분이 지나면 냉정하게 글쓰기를 중단하는 거야. 어때? 5분만 쓰면 돼. 노래 한 곡 들을 시간 밖에 안 돼. 그 정도는 쓸 수 있잖아?” 그리고 빈 화면에 아무 문장이나 일단 쓰기 시작합니다. 누가 볼 것도 아니니 첫 문장부터 근사하게 쓸 필요는 없죠.

어떤 주제든 쓰고 싶은 문장들이 있지 않습니까? 문장 구조나 글을 전체 구조는 염두에 두지 말고 쓰고 싶은 내용을 떠오르는 대로 써보세요. 이렇게 첫 문장을 쓰면 이어지는 문장이 자연스레 떠오를 겁니다. 혹시나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다른 문장을 쓰면 되니까요. 

이렇게 5분을 지속해 보세요. 그러면 놀랄 만한 일이 생깁니다. 타이머가 5분이 지났다는 알람을 울려도 글을 그만쓰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어느덧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 2시간 정도가 지나면 글 한 편이 ‘짠!’하고 완성되는 기쁨을 만끽할 테니까요. 

왜 그럴까요? 오래 달리기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사점(死點, dead point)이 지나가면 팔다리 움직임, 심장 박동, 호흡이 안정화되면서 그때부터는 편안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이를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글쓰기에 '뿅'가는 겁니다.

제 경험상 글쓰기에서는 5분이 사점 도달 시간인 것 같습니다. 5분간 글쓰기에 몰두하면 5분이 지나가더라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이 글쓰기가 싫어 미쳤었던 저를 ‘하드 캐리’하듯 끌고 가죠. 떠오르는대로 문장을 쓰며 첫 5분을 잘 견디면 그 다음부터는 머리 속에 자기도 모르게 정리되고 글의 선후 관계와 인과관계, 기승전결의 구조가 저절로 완성되는 희열을 경험하곤 합니다. 저는 이것을 ‘5분 법칙’이라고 부릅니다.

2000자 가량의 글을 쓰는 데 짧으면 1시간, 길면 3시간 가량이 들곤 합니다. 글 쓰기가 싫은 까닭은 지레 겁먹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시작하지도 않았는데도 엉덩이가 아파올 테니까요. 5분만 쓰고 과감하게 손을 놓는다는 결심으로 모니터 앞에 앉아 보세요. 가족 누군가가 '밥 먹어라' 소리쳐도 전혀 들리지 않는 '라이터스 하이(writer's high)'를 경험해 보세요. 글쓰기에 '뿅'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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