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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아마존은 독특한 회의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존에서는 회의가 20분간의 침묵으로 시작된다고 해요.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회의가 시작되면 발표자가 스크린에 비쳐진 파워포인트 화면을 넘겨가며 참석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아마존 직원들은 아무말없이 발표자가 ‘워드’ 형식으로 작성한 6페이지 짜리 문서를 읽습니다. 이 회사는 PPT를 사용하지 않도록 금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에 나와 프레젠테이션하는 사람은 없죠. 20분간의 기이한 침묵이 끝나면 그때야 참석자들은 문서 내용을 기반으로 발표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발표자는 질문에 응수하거나 참석자가 제시한 반론을 수용하는 식입니다.

 



이런 독특한 회의 방식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어요.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발표자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에 의해 회의 진행과 의사결정이 영향 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역량모델 속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포함시켜 놓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상당 비중을 프레젠테이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프레젠이션 스킬이 부족하거나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이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뛰어나다 해도 평가절하되곤 하잖아요? 반대로, 별것 아닌 아이디어라도 소위 ‘말빨’ 좋고 파워포인트를 그럴듯하게 구성할 줄 아는 발표자의 입을 거치면 혁신적 아이디어처럼 평가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스킬이 좋아서 나쁠 것은 없지만, 청중의 객관적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그 아이디어를 낸 구성원을 낮춰 평가하는 오류, 그저그런 아이디어가 혁신의 깃발을 잘못 달았다가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는 오류가 프레젠테이션 스킬에서 비롯될 수 있죠.

청중을 PT로 설득시켜야 한다는 발표자의 부담감을 경감시키고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도록’ 만든다는 면, 발표자의 PT 스킬로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경우를 최소화한다는 면에서 ‘6 페이지 짜리 워드 문서’는 매우 혁신적인 회의 도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고 아마존 구성원들이 모두 '내러티브 방식'을 선호하는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어색함과 불편함을 이겨낼 만한 효과가 충분하니 여러분의 조직에도 도입해 보면 어떨까요?


*참고도서
<순서파괴>, 콜린 브라이어 , 빌 카 저자(글) · 유정식 번역, 다산북스,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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