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많은 직원들이 리더가 되기를 원할 거라 추측하겠지만, 놀랍게도 상당수의 직원들은 가능하다면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 팀장으로 승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실태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굳이 리더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속내를 그대로 내보인다. 승진을 성공 척도라 보지 않는 것이다.
서점에 리더십 관련 도서가 한가득 쌓여 있고, 여러 매체에서 다종다양한 리더십을 강조하며, 어릴 때부터 리더가 지녀야 할 소양을 학습하는 사회에서 왜 요즘 젊은 직원들은 딱히 승진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리더 수행의 첫걸음이라 할 만한 ‘팀장 보임’을 예전만큼 갈구하고 반기지 않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리더의 역할이 조직의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곳저곳에서 강조하다 보니 그것이 커다란 압박으로 느껴지기 때문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비전 제시, 전략적 문제 해결, 갈등 관리, 성과관리, 정확한 일처리, 의사소통 등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할과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 목록을 보면서 나는 “저걸 내가 다 잘해야 한다고? 신이 아니고서야 과연 가능하긴 해?”라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 그리고 무언가 문제가 발생하면 리더의 역량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모든 책임을 리더들에게(특히 중간리더들에게) 돌리는 것도 원인이리라.
팀장의 어깨 위에 올려 놓으려는 책임은 많지, 문제만 생기면 팀장 수준이 낮아서 그렇다고 손가락질하지, 직원들은 자기네끼리 궁시렁거리며 ‘팀장 뒷담화’를 하지, 게다가 팀장이라고 해서 딱히 연봉이 많은 것도 아니지… 이러니 팀장이 됐다가는 호구가 되겠다 싶을 것이다. 팀장이 아직 못된 ‘과년한 팀원’이라 해도 명절날에 보는 친척이 걱정한답시고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 팀장도 안 되고 뭐했어?”라는 소리를 참아낼 수 있다면, 팀원 연봉으로도 충분히 재밌고 여유있게 살 수 있다면 “팀장 안 하고 말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을 위해 리더십은 무엇보다 필수적인데, 상당수의 직원들이 리더 역할을 거부한다면 어쩌겠는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능력 있는 직원’ 그러니까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할 만한 직원일수록 리더 역할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첸 즈앙(Chen Zhang)과 동료들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 결과를 거꾸로 생각하면 리더 역할을 자청하고 나서는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그리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다는 것이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리더의 자리가 별로 능력은 뛰어나지 않으나 ‘정치적 수완’이 좋은 이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클 테니 말이다.
즈앙은 100명 이상의 직장인들을 인터뷰하여 리더 역할을 수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야기를 청취했다. 또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400명의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현장 실험을 진행하여 각자가 리더십에 관련된 리스크를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다른 팀원들이 이번 학기에 수행하는 프로젝트에서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하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리고 300명 이상의 관리자와 직원들에게 리더가 됐을 때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무엇인지, 동료들의 실제 리더십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물었다.
이런 일련의 조사 끝에 즈앙은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를 거부하는 이유가 3가지라는 점을 규명했다. 첫 번째는 ‘대인적(interpersonal) 리스크’로서, 리더가 행하는 조치들이 직원들과의 관계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팀원일 때는 같이 밥을 먹었는데 팀장 되니까 자기네들끼리 놀려고 한다”는 말은 대인적 리스크를 그만큼 크게 인지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이미지(image) 리스크’인데, ‘명색이 리더라면 이래야지’하며 사람들이 가진 이미지에 부합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잘 몰라도 겉으로는 모든 것을 아는 척을 해야 직원들이 무시를 못한다”는 말은 이미지 리스크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 번째는 ‘비난 받을(being blamed) 리스크’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무슨 문제만 터지면 팀장에게 책임을 물으니 ‘아무리 리더가 그런 자리라지만 내가 맡을 이유는 없지.’라며 거부하고 싶은 이유를 뜻한다.
즈앙이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이 3가지 리스크를 크게 느낄수록 프로젝트의 리더 역할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적었고, 부하직원들로부터 제대로 리더십(비전 제시, 높은 기대수준 설정 등)을 발휘하지 못하는 관리자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동료들로부터도 리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재원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것은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 관리자 혹은 직원이라 해도 리더가 감수할 3가지 리스크를 우려한다면 주변 사람들(동료, 부하직원)로부터 좋은 리더라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3가지 리스크는 당연한 두려움이고 어찌보면 건전한 걱정이지만, 정도가 심하면 조직에게나 개인에게나 모두 손실로 작용한다. 아무도 리더를 자청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리더가 됐다 해도 좋은 리더라는 평을 받지 못해서 조직을 올바르게 장악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3가지 리스크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리더의 자리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렵고 고된 자리는 아니라고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즈앙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조치가 리스크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 직원들을 중요한 미팅과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충분히 의견을 반영하고 직원들이 기여한 바에 대해 공개적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팀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상대방에 대한 공격으로 발전할 때까지 놔두지 말고, 무엇이 서로 맞지 않는지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도록 유도한다. 갈등은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이라고 인식하게 하라.
- 리더십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기회들을 부여하라. 잘못 수행했다가는 파급효과가 큰 역할을 부여하면 리더 역할을 거부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안전한 환경에서 ‘리더십 근육’을 키울 수 있는 작은 역할을 맡겨라.
예전에는 한번 팀장이면 계속 팀장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팀장이 팀원들과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면 다른 팀의 팀장으로 이동시키는 일은 잦았어도 팀장이었다가 팀원으로 ‘강등’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팀장 자리를 보전해주기 위해서 한 팀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는 우스운 조치도 벌일 정도였다. 실제로 내가 컨설팅한 모 조직에는 팀에 팀장 혼자 있는 ‘1인팀’이 무척 많았다. 하도 이상해서 물었더니 “어떻게 팀장이었던 사람 보고 팀원으로 내려가라고 합니까?”라는 반문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 또한 옛날 이야기가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팀장이었던 이가 금년에 만날 때는 팀원 명함을 별 부끄럼 없이 내밀곤 한다. 부끄럼은커녕 이제 팀장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감정이 표정에서 느껴진다. 강등이 아니라 ‘해방’인 셈일까? 리더의 어깨에 짊어지우는 책임과 의무가 얼마나 컸던지 연봉이 깎였어도 싱글벙글인 얼굴을 보면, 조직의 인력 운용이 그만큼 자유로워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은 짠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모두가 리더가 되겠다고 나서는 조직도 문제지만, 가능하면 리더 역할에 발을 담그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조직 역시 건강하지 않은 듯 해서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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