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은 왜 항상 가혹한가?   

2014. 6. 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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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여러분에게 장난스럽게 어깨를 툭 칠 때 그의 행동이 약간 언짢게 여겨져서 여러분도 그의 등을 찰싹 때려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이때 그가 손으로 여러분에게 가한 압력과 여러분이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역시나 손으로 가한 압력을 서로 비교한다면, 무엇이 더 클까요? 장난스럽게 툭 친 것뿐인데 여러분의 보복 행동을 보고 그가 다시 여러분의 팔뚝이나 등을 때린다면, 이때의 압력(혹은 고통의 크기)는 여러분이 그에게 가한 압력보다 작을까요, 아니면 클까요?


장난 삼아 어깨를 툭 쳤다가 나중에 서로 ‘본격적으로’ 치고 박고 싸우는 폭력으로 비화됐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일일 텐데, 그 이유는 바로 보복이 원래의 공격보다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위의 질문에 답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보복 행동은 그 이전의 행동보다 더 과격하게 이루어집니다. 영국의 신경학자 서퀸더 셔길(Sukhwinder S. Shergill)과 동료들은 상대방이 나에게 가한 고통을 실제보다 더 크게 느끼는 바람에 상대방에게 더 큰 고통을 가한다는 신경과학적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셔길은 12명의 참가자들을 둘 씩 짝을 이루게 한 후에 각자의 왼손 검지를 압력을 가하는 장치 아래에 두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는 참가자들에게 파트너가 자신에게 가한 압력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파트너에게 가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오른손 검지를 이용해 파트너의 왼손 검지에 3초 동안 압력을 가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압력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점차 그 압력의 크기가 상승하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처음에 0.25N(뉴턴)의 압력으로 시작됐던 것이 8회가 진행된 후에는 평균 3.2N으로 크게 상승했던 겁니다. 매 회마다 평균적으로 압력이 38%나 상승했다는 의미죠.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추가적으로 셔길을 12명의 참가자를 모았는데, 이번엔 짝을 이루게 하지 않고 압력 장치로 전달 받은 힘의 크기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자신의 손가락에 스스로 압력을 가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때에도 역시 참가자들은 압력 장치가 자신들에게 가한 실제 압력보다 더 큰 압력을 자신의 손가락에 가했습니다. 예컨대 압력 장치가 2N의 힘을 가하면, 약 3.3N의 압력을 자기 손가락에 가했던 겁니다.


셔길의 실험은 처음에 장난으로 시작했던 투닥거림이 나중에 거친 싸움으로 심화되는 현상뿐만 아니라, 조직 내에서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던진 가벼운 비아냥이 극심한 감정 대립으로 비화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주는 고통보다 상대방이 나에게 가하는 고통이 더 크다고 느끼는 것이 인간의 생존에 유리할지는 몰라도 사회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복은 이전의 공격을 뛰어넘는 법입니다. 누군가에게 앙갚음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 때 (쉽지 않겠지만)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좋겠네요.



(*참고논문)

Shergill, S. S., Bays, P. M., Frith, C. D., & Wolpert, D. M. (2003). Two eyes for an eye: the neuroscience of force escalation. Science, 301(5630), 187-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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