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올린 글 <사무실 파티션을 없애면 정말 좋을까>에서 개방형(오픈-플랜) 사무실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모습이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불만, 동료가 발생시키는 소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바람에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불만, 개방형 사무실이 오히려 동료들 간의 상호작용에 유리하지 않다는 불만 등을 이야기했었죠.
그러나 그 연구는 직원들의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실시됐기에 사무실의 레이아웃이 직원들에게 어떤 효과를 일으키는지에 관한 실증적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조사한 샘플수가 많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경험적인 연구). 직원들이 개방형 사무실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과 실제로 생산성에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별개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느낀다’고 해서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는 일이니까요.
출처: www.metropolismag.com
그런데, 사무실 레이아웃이 직원들의 ‘병가(sick leave)’와 관련이 있다는, 조금은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됐습니다. 스톡홀름 대학교의 크리스티나 다니엘손(Christina B. Danielsson)과 동료 연구자들은 실제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오픈-플랜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병가일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개방형 사무실이 단순한 불만 야기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직원들의 웰빙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는 결과죠.
다니엘손은 2010년과 2012년에 실시된 ‘건강에 관한 종단적 설문조사’에서 1852명의 샘플을 추출하여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는데, 그 설문조사는 사무실 타입과 같은 물리적인 작업 환경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상태와 직장 생활 등을 폭넓게 조사해 오고 있었죠. 다니엘손은 사무실 형태를 셀(cell) 형태의 사무실부터 오픈-플랜 사무실, 플렉스 오피스 등 모두 7가지로 분류했고, 종속변수로 단기 병가 회수, 장기 병가(병원 진단서가 필요한) 회수, 총 병가 일수를 설정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앞에서 언급했던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단기 병가의 측면에서 분석해 보니, 사무실이 개방형일수록 단기 병가를 낼 위험이 높았습니다. 셀 형태나 콤비 오피스에서는 그럴 위험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남성의 경우 ‘플렉스-오피스’일 때 단기 병가를 낼 위험이 가장 높았습니다. 장기 병가 측면에서는 ‘대형 오픈-플랜 사무실’일 경우 장기 병가를 낼 위험이 가장 높았는데, 특히 여성들이 그런 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 병가 일수 측면으로 분석해 보니, 남성들의 경우 ‘플렉스-오피스’일때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여성은 ‘대형 오픈-플랜 사무실’).
출처: www.croatiaweek.com
정리하면, 여성의 경우 사무실이 개방형일수록 대체적으로 병가를 낼 위험이 높고, 남성의 경우는 특별히 자기 자리가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매일 ‘예약’하거나 선점해야 하는 플렉스-오피스에서 가장 위험한 경향이 있습니다. 플렉스-오피스도 사실 따로 방이 있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개방형 사무실 구조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사무실이 개방형일수록 직원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연구도 설문조사에 의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단순한 만족도 조사가 아니라 정량적으로 직원들의 웰빙과 사무실 레이아웃과의 관계를 조사한 데 의의가 있습니다(병가가 웰빙을 대표하는 변수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긴 합니다).
그런데, 왜 사무실이 개방형일수록 직원들이 병가를 낼 위험이 큰 걸까요? 이 질문의 답은 추후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겠지만, 자신의 상태가 다른 이들에게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그로 인해 생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또 노출의 반대급부로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아프지 않은데도 병가라는 방법을 사용하여 어딘가로 피해 있으려는 것은 아닐까 추측됩니다. 혹시 병가를 내고 싶다면, 아니 실제로 병가를 내야 한다면, 그 이유 중 하나가 개방형 사무실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무실은 어떻습니까?
(*첨언)
사실 저는 개방형 사무실의 옹호자였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접하고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 제 자리가 없이 이리저리 메뚜기 뛰듯이 옮겨 다니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떠오릅니다. 병가를 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아니었지만, 사무실에 있기 싫다는 마음이 자주 들곤 했죠.
(*참고논문)
Bodin Danielsson, C., Chungkham, H. S., Wulff, C., & Westerlund, H. (2014). Office design's impact on sick leave rates. Ergonomics, (ahead-of-print),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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