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적, 그들은 누구인가? 조직 내에서 너무나 많은 내부의 적들이 우글거리고 있음을 아는가? 그들이 조직의 경쟁력을 까먹고 있다는 것도 아는가?
내부의 적은 첫째, 무슨 일이 있든 절대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 놓이면 내부의 적들이 보이는 일관된 행동이 있는데, 바로 의사결정에 관련된 자들을 회의로 소집하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의사결정에 따른 리스크가 매우 클 경우에는 관련된 사람들의 중지를 모으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유용하며 실제로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
그런데 내부의 적들은 의사결정의 경중에 상관없이 거의 자동적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의사결정의 결과가 잘못됐을 경우 혼자 ‘독박’ 쓰지 않겠다는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다. 일이 순간 잘못 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련자들을 비난하고 일이 잘된다싶으면 자신의 업적인 양 사방에 떠들어 댈 요량인 것이다. 내가 어느 회사에서 목격한 내부의 적은, 회의를 하기 전에 어떻게 회의를 진행할지를 먼저 회의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여서 두손 두발을 다 들게 만들었다.
이런 유형의 내부의 적이 상사로 있다면 부하직원들은 무척이나 피곤할 것이다. 온갖 회의에 허덕여 일 하나 제대로 할 수 없고, 의사결정을 위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답시고 이 자료 저 자료 별 쓸모도 없는 데이터를 모으라고 닦달해 댈 테니까 말이다. 업계에서 특출한 성과를 못내는 회사일수록 항상 회의실 예약이 꽉 차 있고 프린터와 복사기가 쉴 틈이 없다. 바로 내부의 적들이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내부의 적들은 ‘언제나 이렇게 해왔다’며 핀잔을 주는데 앞장선다. 전통은 기업의 훌륭한 자산이다. 물론 ‘좋은 전통’일 때 그렇다. 요즘은 분리되었지만,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LG그룹 구씨와 허씨 양 가문의 전통은 지금까지 LG가 성장해 온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데 내부의 적들이 말하는 전통은 진짜 전통이라 말하기 어렵다. ‘언제나 이렇게 해왔다.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었다.’ 라는 말을 파고 들어가면 진짜로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게 해 온 것'이 바로 내부의 적 자신만이 즐겨 사용해왔기에 익숙한 절차와 방법에 불과하거나, 아니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변명을 하려고 내두른 말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나 이렇게 해왔다’라고 말하는 내부의 적이 있다면 '언제부터 그렇게 해왔냐‘며 당당히 맞대응하라. 아마 내부의 적은 겉으로 화를 내겠지만 속으로는 다른 변명을 찾느라 부심할 것이다.
셋째, 내부의 적들은 ‘남들이 이렇게 했다.’ 라는 것에 대단히 민감하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무슨 전략을 실행하여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사실을 거의 절대선(善)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이 매우 크다. 즉, 내부의 적들은 벤치마킹의 열렬한 신봉자들이다. 벤치마킹에 집착하는 것은 전략적 사고를 막고 경쟁사의 뒤꽁무니만 쫓게 하는 시대착오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내부의 적들의 집착은 앞에서 말한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와 맥을 같이 한다. 누군가가 왜 이렇게 전략을 세웠냐고 물으면 자신의 논리를 앞세워 설명했다가는 괜히 비난을 당할까 심히 우려하여 ‘자, 여기 경쟁사도 그렇게 한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자신은 책임소재의 범위에서 슬그머니 벗어나고자 하는 얄팍한 생각 때문이다. 속지말자, 벤치마킹!
넷째, 내부의 적들은 오로지 자신의 야망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부서가 새로운 무언가를 추진할 때,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출세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방해꾼을 자처하고 나선다. 처음에는 방해꾼임을 속이고 이렇게 속삭인다. ‘그것은 나중에 해도 돼. 먼저 다른 것부터 해야 돼’ 라며 꽤나 자상한 충고자로 자신을 포장한다.
이런 1단계 공작이 먹혀들지 않는다면 곧바로 열성적인 비판자로 돌변한다. ‘쓸모없는 일이다. 실패로 돌아갈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며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며 자기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일부 뛰어난 내부의 적들은 상대방을 감동시킬 탄탄한 논리와 언변으로 결국 경쟁부서를 쓰러뜨리고 그것을 유유히 즐기기도 한다.
번민에 가까운 오랜 고민 끝에 수립된 전략을 들여다보면 매번 해오던 말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기술혁신이니, 품질개선이니, 중국 진출이니, 고객만족이니, 도무지 전략적인 초점 없이 다 잘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과거에 수립했던 전략계획들을 서로 비교해 보라. 혹시 일란성쌍둥이가 아닌가? 어찌된 일인지 궁금한가? 바로 내부의 적들의 소행이다.
멋진 전략을 수립하여 멋지게 성공시키려면 내부의 적들이 누구인지를 알고 그들을 변화시키거나 조직으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 조직을 혁신하고 싶다면,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다.
'[경영] 컨텐츠 > 경영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린턴 씨, 거짓말하는 거 다 알아요! (2) | 2008.05.27 |
---|---|
목사가 많아지면 술주정꾼이 는다? (0) | 2008.05.16 |
왜 프로젝트는 항상 질질 늘어질까? (15) | 2008.05.08 |
옆에 있는데 왜 메신저로 대화하나? (18) | 2008.05.07 |
똑바로 장사하라 (0) | 2008.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