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를 잃은 리더, 이명박   

2008. 5. 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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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함 때문에 진시황으로부터 죽임을 당한, 비운의 사상가 한비(韓非). 그가 쓴 '한비자'란 고전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나온다.

진나라 문공(文公)이 위(衛)나라의 원(原)이라는 곳을 공격하기로 했을 때, 10일 안에 성을 함락할 테니 10일치의 식량을 준비해 달라고 대부(大夫, 귀족)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약속한 열흘이 지나도 함락시키지 못하자 문공은 대부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군사들에게 후퇴를 명했다.

부하들은 동요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흘만 시간을 더 주면 충분히 함락할 수 있습니다. 원은 지금 고립됐기 때문에 식량 부족으로 얼마 못 견딜 겁니다. 그러니 명을 거두어 주십시오."

문공은 "나는 대부들과 10일의 기한을 약속했다. 함락시키지 못했다고 시간을 더 지체한다면 나는 신의를 잃게 되는 것이다. 나는 '원'을 못 얻더라도 신의를 잃진 않겠다." 라고 말하면서 병사들을 모두 물리고 떠났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위나라 사람들은 "문공처럼 신의가 있는 군주라면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며 문공에게 순순히 항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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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

국민들은 신의를 지키는 리더를 따르며, 신의를 저버리는 리더는 국민으로부터 언젠가 버림을 받는다는 걸 이 고사는 엄중히 시사한다.

이명박 대통령, 그는 어떤가? 그는 과연 신의를 지키는 지도자인가? 후보자 시절, 자신이 BBK를 설립했다는 비디오가 만천하에 공개됐을 때 나는 차라리 그가 떳떳하게 자신의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기를 바랬다. 그랬다면 대통령이 되어서 국민과의 신의를 지키겠다는 맹세로 인정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른 척 하면서 발언 내용 중 '나'라는 주어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비겁한 변명에 급급했다.
 
이번 광우병 소 수입에 관한 일련의 사태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과연 신의를 지키는 리더의 모습인가? 노무현 정권이 진행했던 일을 '설겆이'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그를 국민이 믿고 따를 리더라고 볼 수 있겠는가? 그게 진정 사실이라 할지라도, 리더로서 신의 있는 태도가 아니다.

이의관이란 사람이 쓴 '왜 이명박인가'라는 책을 보면 목차에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인물'이라고 나와 있다. 권력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인물'이라고 고쳐 써야 한다(아래 도서 정보 참조). BBK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뽑아 줬으니 광우병 거짓말 쯤은 아무 것도 아닐거라 생각하는지 참으로 우려스럽다.

왜 이명박인가(신화는 있다) 상세보기
이의관 지음 | 지성문화사 펴냄
서울의 명물이 되어 버린 청계천. 결코 우연이 아닌 이 청계선 신화의 주인공은 개혁의 상징인 전 서울특별시장 이명박이다. 저자는 그를 작은 나라지만 강한 국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인물, 온 국민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선사할 21세기를 여는 영웅이라고 표현한다. 먼저 지도자란 누구인가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조건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명박 전 서울특별시장에 대해 시대의 패러다임을 아는 인물, 매사에 앞장 서는 인물


국민을 기만하고 깔보는 정부. 그리고 여론 조작과 기사 거르기를 일삼는 조/중/동을 위시한 어용 언론들. 그들에게 맡겨진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타닉호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빙산을 향해 돌진하고 있진 않은가? 혹 우리의 리더는 '선장'의 책무를 망각한 채 자신이 탈 구명보트의 밧줄을 풀고 있진 않은가?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취임한 지 2개월 남짓 밖에 안 된 정권 초기에 탄핵론이 불 붙은 이유를 단지 몇몇 불순분자의 선동에 바보 같은 국민들이 호도된 탓이라고 보는가? 과연 이게 그대가 말한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자세란 말인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잘못된 정책과 협상을 바로 잡음으로써 국민을 섬기겠다는 처음의 다짐을 몸으로 실천하라. 진나라 문공이 신의를 지킴으로써 세상을 얻었다는 옛 교훈을 부디 2MB의 메모리 속 깊이 새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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