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압박감이 극에 달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됩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시험을 치르거나, 큰 계약을 따내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회사의 성과를 좌우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할 때 압박감 때문에 일을 그르치거나 좌절을 경험하는 일이 간혹 생기곤 합니다. 혹자는 압박감(특히 외부로부터)이 있어야 일이 잘 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저 느낌일 뿐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하게 되어 생산성은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일의 품질은 기대하기가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도 일을 잘 해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의 비결은 압박감을 유유히 즐기는 것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압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헨드리 와이싱어(Hendrie Weisinger)와 J.P. 폴리브-프라이(J.P. Pawliw-Fry)는 <Performing Under Pressure: The Science of Doing Your Best When It Matters Most>란 책을 통해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효과를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 10가지만 여기에 소개하겠습니다.





1.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스스로를 상기시켜라

이번이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면 실패할 경우의 상황이 머리속을 압도하는 바람에 말 그대로 ‘얼어 버리고’ 말 겁니다. 인생은 길고 그런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관점으로 상황을 인식하지 말고,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여러 가지 도전 중 하나라고 여기는 게 좋습니다. 그 도전이 아주 중요하다 해도 말입니다.


2.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춰라

마라톤 선수가 레이스를 완주하는 비결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업무의 최종 결과가 아니라 내가 지금 작성하는 보고서, 내가 지금 검색하는 자료, 내가 지금 참여한 회의에 집중해야 압박감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높은 성과지표를 목표로 부여 받은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됩니다.


3.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

‘만약 이러면 어떻게 할까?’라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막연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실질적인 대비책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는 생각은 압박감 하에서 ‘일 못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일주일 안에 반드시 일을 끝내야 한다면, 그 기간 안에 일을 못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뭐가 있을까,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둬야 합니다.





4.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라

압박감이 큰 상황 하에서 사람들은 이런 저런 걱정이 많습니다. 헌데 그런 걱정들을 살펴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걱정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은 3번 항목과 같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5. 감각에 집중하라

압박감이 커지면 내가 지금 뭘 먹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냄새를 맡는지가 무뎌지기 쉽고 그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길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의 변하는 모양을 관찰한다든지, 들꽃의 향기를 맡아 본다든지, 감동을 자극하는 영화를 본다든지 하면서 자신의 오감이 항상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생한 오감을 가질 때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6. 음악을 들어라

이 조언은 5번과 연결되는데, 음악을 들으면 두려움과 초조함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수영선수 박태환이 경기 직전에 헤드폰을 끼고 나오는 이유가 있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직전에는 보고자료를 연신 넘기며 초조해 하기보다는(이미 보고자료는 숙지했을 터이니) 이어폰을 끼고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기다리는 게 훨씬 낫습니다. 바로 실천해 보세요.





7. 속도를 늦춰라

두려움이 커지고 초조해지면 사람들은 속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 실험에서 압박감을 큰 상황을 조성하면 남들보다 과제를 더 빨리 완료하지만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른다고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 곧바로 해법을 내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것’입니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현재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8. 고무공을 주물러라

말 그대로 고무공을 주무르면 압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경감된다고 합니다. 고무공을 왼손에 쥐고 주무르면, 뇌에서 잘 하나 못 하나를 의식적으로 감시하는 부분의 활동을 무디게 만드는 반면 무의식적인 반응을 통제하는 부분은 자극한다고 합니다. 사무실에 적당한 고무공(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을 하나 두고 초조해질 때마다 쥐락펴락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9. 압박이 큰 상황을 친구와 이야기하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친구(혹은 친한 동료)에게 이야기하면 자기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로부터 유용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압박감 속에 있으면 판을 읽지 못하지만 바깥에서 볼 때는 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꿰뚫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혹은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상황을 정리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10. 성공했던 기억을 떠올려라

슬럼프에 빠진 농구선수들을 회복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선수가 보였던 최고의 플레이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슬럼프는 역량의 저하 때문이 아니라 자신감의 저하 때문에 발생합니다.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일을 잘 해냈던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머리속에 그려보면(더 좋은 방법은 글로 써보면) 어떨까요? 지금의 상황도 잘 헤쳐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날 겁니다. 비록 금방은 아니겠지만요.



Comments

  1. Favicon of https://jesuslike.tistory.com BlogIcon Mind Hunter 2015.08.11 18:11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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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팅('벌금이 나쁜 행위를 오히려 조장한다?')에서 탁아소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물렸더니 오히려 늦게 찾아가는 경우가 더 늘었다는 연구 사례를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벌금이라는 금전적 장치가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미안함을 늦게 찾아가도 되는 권리로 치환시켜서 기대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 사례였죠. 오늘은 이와 비슷한 사례를 간단하게 소개합니다.


2001년 12월 1일에 보스턴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에게 일수 제한 없이 유급으로 제공하던 병가를 최대 15일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만약 병가가 15일을 넘으면 그만큼 급여에서 공제하겠다는 것도 포함되었죠. 아마도 소방관들이 무제한 유급 병가라는 제도를 악용하여 아프지 않은데도 핑계를 대며 일을 게을리할까 우려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제한을 가하면 실제로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병가 일수도 줄어드리라 기대했겠죠.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고 나니 크리스마스와 신년 첫날에 병가를 신청하는 경우가 전년과 비교하여 10배나 증가했던 겁니다. 소방본부장은 소방관들이 꾀를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명절 보너스를 폐지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소방관들은 총 13,431일 분의 병가를 신청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6,432일에 비하면 2배나 증가한 양이었습니다. 병가를 악용할까 염려되어 실시한 제도가 오히려 병가 사용을 늘리는 역효과를 일으킨 것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기본적으로 소방관들은 아프거나 다쳐도 공공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헌데 새로운 제도가 사회규범 하에 위치하던 소방관들의 마인드를 자신의 서비스를 돈을 받고 제공하는 시장규범으로 이동시켜 버렸습니다. 새 제도는 예전에는 몸이 아파도 출근하던 소방관들에게 조금만 아파도 15일까지는 병가를 써도 괜찮고 그게 시장규범 하에서는 당연하다는 엉뚱한 신호를 준 꼴입니다. 탁아소에서 아이를 늦게 찾아가면 안 된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내면 아이를 늦게 찾아가도 미안할 것 없다는, 일종의 면죄부를 발부한 사례와 맥을 같이 합니다. 


통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앙갚음을 유도합니다. 직원들을 믿지 않아서 생기는 댓가는 통제를 가함으로써 얻는 이득을 훨씬 뛰어 넘습니다. 뭔가 제한을 가하거나 벌칙을 부여하면 직원들이 '이제부터 조심해야겠다'라고 기대하는 것은 직원들이 어린 아이와 같다는, 계몽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그런 통제 조치들은 성인으로서 직원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극소수의 직원들이 보이는 일탈을 막겠다고 새로운 규정을 설계할 때 무엇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점은 사회규범에 따라 움직이던 직원들을 돈의 왕래라는 시장규범에 움직이도록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직원들을 믿지 않으면 직원들도 회사를 믿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 할 뿐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그냥 놔둬도 별 문제 없었을 것을 제한을 둔다든지 통제를 가한다든지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던 사례가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공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참고논문)

Samuel Bowles, Sandra Polanía-Reyes(2009), Economic incentives and social preferences: substitutes or complements?,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Vol. 50(2)


Comments

  1. BlogIcon netbue77 2012.08.23 11:06

    저의 경우 회사에서 12시 넘어야 택시비 비용 청구가 가능한데 지하철은 모를까 버스는 11시에 막차 끊기는 경우도 있고 해서 직원 몇이 11시에 청구한적이 있는데 경영지원부에서 12시 이전에 택시탔다고 뭐라고 한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때 저희 직원들은 조금 늦게 끝나면 PC방에서 게임하다가 12시 되면 택시타고 집에가서 택시비가 과다 청구된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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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꺄르르 2012.08.23 12:08

    반대 케이스에 근접한 거 같습니다만,
    회사가 특성상 긴급업무가 잦은데, 긴급업무 기여도를 연봉과 연관된 평가에 반영하던 당시 팀원들이 불만이 참 많았었는데(그렇게나 불려나왔는데 평가는 고작 이거냐 같은 느낌?) 최근 긴급업무를 감안하여, 특별 휴가 지급이나 다른 팀원들에게 우수사원(?)같은 느낌으로 변경해나가면서, 팀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간 것을 느꼈습니다.

    지각에 대한 벌금 제도에 대해선 제가 신입 당시 딱 그 케이스였습니다.
    돈으로 내면 되니까 맘놓고 지각해댔었죠.
    벌금으로만 떼워진다고 해놓고, 나중에 평가에도 반영하신 당시 팀장님이 원망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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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3 신고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함께 말씀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3. 바바바 2012.08.23 20:28

    야근이 많기도 하고 다소 자발적인 분위기였는데 회의실 에어컨이 켜진 상태로 퇴근한 경우가 있자 사장님이 퇴근할 때 소등을 모두 체크한 뒤 퇴근토록 하자 모두 한시바삐 집으로 가려고 하고 야근을 피하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고 심적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었죠. 그게 시간이 지나 체크같은건 흐지부지 되고 나자 원래대로 복구되는 일이 있었네요. 맨 끝에 남게 되는 사람에게는 농담조의 별명이 붙기도 하고 그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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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8.24 09:13 신고

      음, 그런 역효과가 있었군요. 작은 걸 시행하려고 해도 그런 파급효과를 충분히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4. 임헝그리 2012.08.23 22:50

    처음 입사하고 네달동안은 구인공고에 적혀있는 8시를 퇴근시간으로 알고 근무했습니다.(원래는 8시 반) 그 네달의 기간동안 입사한지 얼마 되지않아 의욕도 충만했고 업무가 많아 자진해서 야근을 자주 했기때문에 사실 퇴근시간에 대해 큰 의미없이 지내면서 9시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후 제가 퇴근시간을 8시로 알고있다는것을 안 사장님은 즉시 8시 반으로 변경하며 불쾌한 기분을 내비치셨고 저는 업무에 의욕이 상실됨을 느껴 그후 절대 야근하지않고 제 할당량의 업무만 맡아 근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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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ungjun419 2012.08.24 09:43

    조금 생뚱맞지만 본질은 같기에 남김니다.
    요즘 유치원,초등학교에서는 체벌 대신 스티커를 활용한 포인트나 벌점제를 상벌제로 운영하죠. 그리고 많은 육아관련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 제가 관찰한 바로는 그리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더군요.
    무엇보다 문제는 '지속성'에 있는 듯 합니다.
    아이들, 학부형, 학교 간의 공감과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냥 유야무야 되기 쉽상이죠.
    그리고 스티커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아이들이 하지 않는다면, 소기의 교육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테구요.

    참 어렵습니다. 신뢰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건.. 역시 나부터 실천..이런 걸텐데..

    중요한 것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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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Favicon of http://whitense.blog.me/130104339575 BlogIcon 지나가다 2012.08.24 23:32

    sungjun419님이 말씀하신 것과 유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EBS다큐 '칭찬의 역효과'를 한 번 보시죠...
    http://whitense.blog.me/130104339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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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 중독됐는가?   

2011. 9. 27. 09:13



지난 번 포스팅에서 에드워드 L. 데시의 '소마(Soma) 퍼즐' 실험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실험은 퍼즐 과제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1달러를 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내면의 동기'가 어떠한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죠. 보상을 받으며 퍼즐 과제를 수행한 사람들은 보상이 중단됐을 때 퍼즐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 실험의 시사점이었죠.

데시는동기부여에 어떤 요소가 큰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이 소마 퍼즐 실험을 여러 가지로 변형해서 수행했습니다. 



첫 번째로 '벌'이나 '위협'이 동기부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데시는 피실험자를 둘로 나누어 한 그룹의 피실험자들(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생들)에게 만약 소마 퍼즐 과제를 제대로 제 시간에 풀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아마도 학점을 적게 주겠다는 식으로 위협했겠죠. 그리고 다른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런 위협을 하지 않았습니다.

벌이라는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퍼즐 과제를 잘 풀었습니다. 이 결과만 보면 위협이 성과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기 쉽겠죠. 하지만 지난 번 실험처럼 학생들이 실험실에 소마 퍼즐과 함께 남겨졌을 때, 위협을 받은 학생들은 소마 퍼즐을 가지고 놀려고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벌을 주겠다는 위협으로 인해 내면의 동기가 크게 약화됐다는 증거죠.

이로써 보상이나 위협은 동기를 부여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동기를 훼손시킨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신상필벌은 조직의 위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직원들 내면의 동기를 북돋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남발할 경우 그들의 동기를 크게 저하시키고 맙니다.

두 번째 실험의 주제는 '경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경쟁을 시킬 때 동기가 크게 올라가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를 알고자 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남들과 겨루어야만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운동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경향을 보이죠. 족구 게임을 할 때도 '내기'를 해야 내면의 동기가 상승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인지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회사 내에서도 경쟁 방식을 동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왔습니다. 데시는 피실험자 절반에게 소마 퍼즐 과제를 내주면서 앞에 앉은 실험조교(경쟁자 역할을 맡은)와 겨루어서 '승리'해야 한다고 목표를 부여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피실험자들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실험조교와 나란히 앉아 퍼즐을 완성하도록 했죠.

경쟁자 역할을 맡은 실험조교는 매번 일부러 져주었기 때문에 피실험자들이 항상 승리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경쟁에서 매번 이기고도 내면의 동기는 경쟁 상황에 처하지 않은 피실험자들보다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쟁 상황이 끝나자 소마 퍼즐 과제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보상이 중단됐을 때 퍼즐에 흥미를 느끼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겨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기'를 걸지 않으면 족구 게임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쟁'에 중독된 셈입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 사용된 조건은 목표 설정에 대한 '통제'였습니다. 데시는 첫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 어떤 퍼즐 과제를 풀 것인지, 그것을 얼마 동안 풀어낼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A 과제를 10분 안에 풀겠다"라고 정하게 한 것이죠. 그런 다음 두 번째 그룹 학생들에게는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정한 대로 퍼즐을 풀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니까 첫 번째 그룹은 자율적으로 스스로를 통제한 것이고 두 번째 그룹은 타율적으로 지시를 받은 셈입니다.

이 실험은 여러분이 충분히 예상했을 겁니다. 자율적으로 퍼즐 과제와 제한시간을 결정했던 첫 번째 그룹 학생들이 (혼자 남겨졌을 때) 소마 퍼즐을 오래 가지고 노는 모습이 관찰된 것으로 보아 내면의 동기가 강화된 것이죠. 반면 두 번째 그룹 학생들은 그보다 못했습니다. 사실 두 그룹 모두 똑같은 과제, 똑같은 제한시간이 주어졌지만 자율이나 타율이냐에 따라 내면의 동기는 크게 영향 받았던 겁니다.

흔히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가 불명확하거나 목표가 top-down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그만큼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진다고 말합니다. 물론 직원들을 방치하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되겠지만, 일일이 세부적으로 목표를 정해주고 통제를 가하는 '마이크로 매니징' 또한 직원들의 동기를 갉아먹는, 좋지 않은 행동이죠.

보상, 위협, 경쟁, 통제 모두 직원들의 동기를 고양하는 데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입니다. 데시는 특히 보상에 대해 이런 말을 합니다. "좋은 길은 보상을 동기부여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보상이 잘된 일에 대한 인정이나 감사의 표시로만 보상을 사용해야 하지, 전면적인 성과주의 인사제도처럼 보상을 동기부여의 전략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동기부여는 직원의 자율성으로부터 나옵니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것이면 아무리 긍정적이라 해도 내면의 동기를 발화시키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훼손시키고 맙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하며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올바른 조직관리이자 직원관리가 아닐까요?

우리 기업이 보상, 위협, 경쟁, 통제에 중독되지 않았는지 뒤를 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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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감시할까, 방임할까?   

2011. 8. 30. 10:40



캐슬린 콜브(Kathryn J. Kolb)와 존 아이엘로(John R. Aiello)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대학생 63명에게 기여한 만큼 학점을 주겠다고 약속하고서 이런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과제는 2가지였습니다. 주어진 6자리의 숫자를 컴퓨터에 입력하라는 임무와 무작위로 주어지는 글자가 자음인지 모음인지를 구별하여 컴퓨터에 입력하라는 임무였죠. 각 과제는 8분씩 진행됐습니다.

이 실험은 사무실처럼 꾸며놓은 장소에서 진행됐습니다. 콜브와 아이엘로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첫번째 그룹에게는 컴퓨터를 통해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모니터링되고 측정된다는 말을 했고, 두번째 그룹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또 감독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입회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다른 일로 바쁘다고 말하고 실험 장소를 떠난), 이렇게 두 가지 상황에서 이 실험을 진행했죠.

 

정리하면,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이 모두 4가지였습니다.

조건 1 : 컴퓨터로 모니터된다 & 감독자 입회
조건 2 : 컴퓨터로 모니터된다 & 감독자 없음
조건 3 : 컴퓨터로 모니터되지 않는다 & 감독자 입회
조건 4 : 컴퓨터로 모니터되지 않는다 & 감독자 없음

학생들이 주어진 과제를 모두 끝내고 나서 콜브와 아이엘로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통제 대상(Locus of control)이었다고' 생각하는지, 또 얼마나 스트레스를 느꼈는지에 관해 1점에서 7점의 척도로 응답하도록 했죠. 그들이 알고 싶었던 것은 '통제와 감시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가'하는 것이었고, 특히 '컴퓨터를 통한 통제가 스트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였습니다. 

실험 결과는 이랬습니다. 컴퓨터로 모니터링된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자신이 감독자로부터 통제를 받을 때(즉, 조건 1일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냈습니다. 반면에 컴퓨터로부터 모니터링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감독자의 통제를 받지 않을 때(즉, 조건 4일 때)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컴퓨터로 모니터링될 때 감독자까지 통제와 감시에 가담하기보다는 감독자가 없는 게 낫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통한 모니터링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시사점을 줍니다. 컴퓨터로도 감시하고 감독자로도 통제하는, 2중 조치가 더 나쁘다는 점을 짐작케 합니다.

또한, 컴퓨터로 모니터링하지 않는 경우에 감독자가 없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낸다는 사실은 감독자의 존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님을 시사합니다. 마치 감독이 퇴장을 당하여 선수들끼리 경기를 꾸려가야 할 때처럼, 감독자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업무를 수행할지 지침을 주지 않으면 우왕좌왕 하거나 완료한 일에 대해 스스로도 믿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겠죠.

직원들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그들의 행동(심지어 생각까지)을 통제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조치를 너무 앞서 나가면(컴퓨터 모니터링 + 감독자), 당장에는 원하는 성과를 얻을지 모르지만 직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장기적인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말 겁니다. 반대로,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목적으로 그들에게 지나친 자율권을 주거나 방임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다면 이것 역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맙니다.

직원들을 통제하고 이끄는 데에 중용만큼 적절한 단어도 없을 겁니다. 적절히 통제하고 적절하게 이끌어야지, 효과가 좀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지나치게 방임하는 극단적 조치는 항상 새로운 문제를 일으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적어도 '직원 통제'에 있어서 중용을 지키고 있습니까? 지나친 통제나 지나친 방임으로 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Comments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8.31 14:10

    중용..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그 것! ^^;;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경영자가 가야할 길은 정말 멀고도 험난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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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1.09.05 17:44 신고

      경영의 덕이 그냥 매뉴얼대로 형성되지는 않기에 가치있는 것이겠지요. ^^

  2. Favicon of http://www.leejangsuk.com/ BlogIcon 이장석 2011.09.05 10:13

    방임과 감시 사이의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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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1.09.05 17:43 신고

      중용이 사실 가장 어려우면서도 모호하지요. ^^ 중용은 고정된 상태라기보다 끊임없는 과정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