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여러분은 한번 이상 크고 작은 기획서(혹은 기안)나 제안서를 써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획력이야말로 개인의 능력을 가늠하는 역량 중 하나로 인식돼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력이나 기획서 작성에 관한 교육이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계속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기획이란 무엇일까요? 이와 비슷하게 쓰이는 말로 '계획'이나 '제안'이란 낱말이 있는데, 그것들과 기획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사람에 따라서 기획의 의미를 다양하게(또한 심오하게) 정의 내리겠지만, 기획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리고 기획서는 정리된 아이디어를 문서 형태로 '예쁘게' 표현한 것을 말합니다. 시장조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 신입사원 교육을 어떻게 실시해야 하는가, 신문광고를 어떻게 진행할까, 등이 대표적인 기획의 주제죠.

'계획'도 사실 기획과 같은 말입니다. 좀더 실행을 강조하거나 곧바로 실행에 옮겨야 할 때 기획이란 말 대신 계획이란 용어를 쓰는 것뿐이죠. 또한, 기획된 내용을 누군가에게 청하거나 승인 받으려 할 때 제안이란 말을 사용합니다. 특히 기획하는 사람과 기획의 결과를 받아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조직에 있을 경우에 제안이란 말이 자주 쓰입니다. 따라서 기획, 계획, 제안은 강조하는 부분만 조금씩 다를 뿐 결국 같은 의미입니다.

그런데 기획은 왜 하는 것일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기획의 결과로 정리되는 아이디어는 모두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이란 말이죠. '시장조사를 어떻게 진행할까?'와 같은 기획의 주제가 문제 해결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아할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보통 현재의 곤란이나 위험을 문제라고 정의하지만, 현재보다 더 잘하기 위해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도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문제란 기대상태와 현재상태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문제 = 기대상태 - 현재상태

문제가 없다는 말은 기대상태와 현재상태가 동일하다는 말과 같죠. 곤란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는 현재상태가 추락함으로써 기대상태와 차이가 발생해 문제가 되는 것이고, 더 잘하려고 할 때는 기대상태가 상승함으로써 현재상태와 차이가 발생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곤란이나 위험에 처했을 때의 문제 = 기대상태 - 현재상태(↓)

더 잘하려고 할 때의 문제 = 기대상태(↑) - 현재상태

정리하면, 기획은 위와 같은 2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뜻합니다. 예전에 실시했던 시장조사가 형편없었다면 전자의 문제로 기획을 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별다른 과오는 없었지만 시장조사의 '예측률'를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한다면 후자의 문제로 기획을 수행하는 것이죠.

여러분에겐 스스로 기획서를 작성해 본 경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기획서를 살펴보고 평가해 본 적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기획서 중에는 좋은 기획서도 있고 그저 그렇거나 '나쁜' 기획서도 있음을 알 겁니다. 그래서 '좋은 기획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알고 있겠죠.

여러분이 좋은 기획서가 갖춰야 할 조건들을 모두 나열해보고 그것들을 그룹핑한다면,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요약될 겁니다.

좋은 기획서의 조건

(1) 잘 구성된 기획서
(2) 깔끔한 기획서
(3) 가슴에 꽂히는 기획서

그러나 위의 3가지 요건들은 좋은 기획서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그저 필요조건들이죠. 왜냐하면 좋은 기획서란 '채택된 기획서'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즉 실행하기로 결정된(제안이 받아들여진) 기획서가 좋은 기획서란 말이죠. 아무리 멋지고 가슴에 팍 꽂히는 기획서라 해도 채택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기획은 실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하죠.

그렇다면 여러분의 기획서가 채택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대답은 '모른다'입니다. '기획서를 채택하는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죠(만약에 그 비법을 안다면 이 블로그에 공개하지도 않겠지만요. ^^)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뛰어난 야구 선수도 타석에 10번 나와 3~4번 밖에 안타를 치지 못하듯이, 아무리 기획서에 통달한 사람이라 해도 기획서를 제출하는 족족 채택되지는 못합니다. 10번 중 2~3번만 채택돼도 뛰어난 기획자죠. 기획서를 끝내주게 잘 써도 비용 문제에서 걸리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발로 쓴' 다른 기획서가 채택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좋은 기획서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라고 격하하긴 했지만, 잘 구성된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슴에 꽂히도록 강렬한 포인트를 제시하는 것이 여러분의 기획서가 채택되기 위한 최소 조건입니다.

기획서가 채택되기 위한 최소 조건

(1) 잘 구성하라
(2) 깔끔하게 작성하라
(3) 가슴에 꽂히게 하라

그렇다면, '잘 구성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깔끔하게 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슴에 꽂히게 쓰려면 무엇이 중요한지가 궁금할 겁니다. 이에 관한 내용은 앞으로 올릴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한꺼번에 다 올리면 제 밑천이 빨리 드러날 뿐더러 지나치게 긴 글이 여러분을 질리게 만들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

2010년의 마지막 월요일, 힘차게 시작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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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김재수 2010.12.27 17:09

    감사합니다 권장도서가 있으시면 추천부탁드립니다 juss7511@gmail.com

    perm. |  mod/del. |  reply.

"제안서 한번 내 주시죠"   

2010. 5. 20. 09:00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몇 고객들은 컨설팅을 무엇 때문에 받아야 하는지 목적을 명확히 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컨설팅을 의뢰하곤 합니다.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이런 고객사의 컨설팅이 제일 어렵습니다.

컨설팅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한 요소 중 첫째는 뭐니뭐니해도 ‘왜 우리가 컨설팅을 받아야 하는지’, ‘그 결과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초기에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컨설턴트가 와서 자문하더라도 고객담당자가 갈피를 못 잡고 헤맨다면, 컨설팅 목적만을 잡는데 프로젝트 기간의 절반 이상을 하릴없이 보낼 수밖에 없지요.

(지난 주말에 청계산에 올랐습니다. 공기가 상쾌했지요)


컨설팅 목적 수립은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제대로 작성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제안요청서란,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 목적과 기대효과, 예상산출물, 일정, 예산범위, 기타 컨설팅 수행조건 등을 명시한 문서로서, 컨설팅사에 의뢰를 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작성돼야 합니다.

컨설팅 의뢰 경험이 많은 기업은 제안요청서를 잘 활용하지만 아직까지 상당수의 고객들이 제안요청서를 통해 의뢰를 해 오지 않습니다. 한 장이지만 대략적이나마 제안 요청 내용을 작성해 보내오는 경우는 그나마 낫습니다. 단 한번의 전화 통화나 이메일로 제안서를 요청해 오는 고객들이 의외로 많죠. 심지어는 직접 컨택하지 않고 제3삼자의 입을 통해 제안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런 회사들에게서는 뭔가 감추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기안문서를 작성하기가 어려워서 컨설팅업체의 제안서를 받아만 보는 경우도 제법 많기 때문입니다.

짧든 길든 제안요청서는 반드시 컨설팅 의뢰 전에 작성해야 합니다. 제안요청서가 준비되지 않거나 부실하다면 엉뚱한 방향의 제안서가 제출될지 모르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이 소모된다든지, 고객과 컨설팅사가 컨설팅 목적과 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게 돼 나중에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제안요청서는 여러 가지 포맷이 있지만, 포함되어야 할 기본적인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단한 제안요청서의 목차
 
1.  컨설팅 추진 배경
    (컨설팅을 의뢰한 근거, 과정 등을 기술)

2.  컨설팅 목적 및 기대효과
     (컨설팅에 기대하는 금전적/비금전적 효과를 서술)

3.  컨설팅 산출물
     (최종보고서에 들어갈 구체적인 결과물을 명기)

4.  컨설팅 수행기간 및 일정
    (중간보고, 최종보고 등 이벤트에 대한 실시시점도 명기)

5.  컨설팅 예산 
    (대략적인 범위로 제시. 부가가치세 포함인지 불포함인지 명기)

6.  제안서 요청사항
    (제안서에 포함돼야 할 내용, 제출 기일/방법/형태 등)
    (제안서 제출 이후의 제안발표(Presentation) 일정도 기술)

7.  기타 요구조건
    (참여 컨설턴트의 조건, 프로젝트 수행시 주의사항 등)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는 일은 컨설팅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꿰는 일입니다. 구두로 "제안서 한번 내주시죠."라고 간단히 말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 점을 필히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 

혹시 제안요청서 없이 제안을 요청한 적이 있던가요? 그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나요?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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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jinugoon.com BlogIcon 진우군 2010.05.20 21:34

    너무나도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제안을 해주고 싶어도
    정말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불분명한채로
    그냥 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의뢰하는 업체에게
    제대로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죠
    RFP 만 분명해도 좋은 솔루션을 제안해줄수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5.23 19:08 신고

      RFP는 기본인데, 제안서만 얻기 위해 일부러 RFP를 안쓰는 경우도 종종 있더군요. ^^




불확실성이 날로 심화되는 작금의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할까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일까요, 아니면 미래의 여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능력일까요?


예측은 우리에게 확실한 미래를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우리는 미래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애석하지만, 그것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의 여러 가능성을 시나리오로 그려내고 그것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 프로세스로서, 요즘과 같이 일촉즉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입니다.

인퓨처컨설팅은 KT, KT&G, LG전자, 삼성전기, SK텔레콤 등 국내 유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이미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기업이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크리스탈 볼'로 미래를 들여다 볼 차례입니다.

인퓨처컨설팅은 다음과 같이 인하우스 교육 방식의 '시나리오 플래닝 워크샵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기업의 많은 문의를 바랍니다.

[워크샵 개요]
- 기간 : 5주에 걸쳐 총 25시간 교육 (일주일씩의 간격으로 총 5일 교육)
- 방식 : 인하우스 교육 (불특정다수를 위한 공개교육이 아님)

[교육 커리큘럼]

일 차

시간

주제

1일차

(5시간)

13:00 ~ 13:10

워크샵 진행 절차 소개

13:10 ~ 14:00

불확실성이란 무엇인가?

14:00 ~ 16:50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 (Phase 1 ~ Phase 3)

16:50 ~ 17:00

[실습] Phase 0. 팀 구성

17:00 ~ 17:50

[실습] Phase 1. 핵심이슈 선정

17:50 ~ 18:00

Homework 1 공지

2일차

(5시간)

13:00 ~ 15:00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 (Phase 4 ~ Phase 5)

15:00 ~ 16:00

[실습] Phase 2. 의사결정요소 도출

16:00 ~ 17:50

[실습] Phase 3. 변화동인 규명

17:50 ~ 18:00

Homework 2 공지

3 일차

(5시간)

13:00 ~ 13:30

시나리오 플래닝 사례 소개

13:30 ~ 16:30

[실습] Phase 4. 시나리오 도출

16:30 ~ 16:50

필기 Test  (객관식 및 단답형 주관식 20문항)

17:50 ~ 18:00

Homework 3 공지

4일차

(5시간)

13:00 ~ 14:00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 (Phase 6)

14:00 ~ 17:50

[실습] Phase 6. 대응전략 수립

17:50 ~ 18:00

Homework 4 공지

5일차
(5
시간)

13:00 ~ 13:30

시나리오 플래닝 방법론 (Phase 7)

13:30 ~ 17:00

[실습] Phase 7. 모니터링

17:00 ~ 17:50

팀별 결과 발표

17:50 ~ 18:00

Wrap-Up



[교육 평가 방법]

평가요소

평가 기준

배점
(100
점 만점)

팀별 과제 결과물 평가

최우수 : 40    우수 : 38

양호 : 36      미흡 : 34

30

토론 참여도

매우 적극적 : 10   적극적 : 9

보통 : 8           소극적 : 7

10

개인 과제 결과물 평가

(4회 실시)

(각 평가별)

최우수 : 10    우수 : 9

양호 : 8       미흡 : 7

40

필기 시험

시나리오플래닝 기법 관련 지식 Test
(
객관식, 단답형 주관식)

20


[워크샵 준비 사항]

-         교재 제작, 강의장 대여, 강의 운영 등에 관한 일체의 비용은 교육 의뢰자인
고객사 측에서 부담합니다.

-         강의 장소는 필히 off-site로 운영해야 합니다.

-         강의 일정은 고객사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강사 이력]

유 정 식   대표 컨설턴트

학력 및 자격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 학사

경 력

 

§         現 인퓨처컨설팅대표컨설턴트

§         Watson Wyatt 시니어컨설턴트

§         Arthur Andersen 시니어컨설턴트

§         LG CNS 글로벌지원팀

§         기아자동차 상품기획실

시나리오플래닝 관련 프로젝트 및
워크샵 실적

 

§   KT&G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젝트

§   웅진코웨이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젝트

§   KT 시나리오플래닝 워크샵 진행

§   삼성전기 시나리오플래닝 워크샵 진행

§   한화 S&C 시나리오플래닝 워크샵 진행

§   웅진코웨이 시나리오플래닝 워크샵 진행

§   SK텔레콤 시나리오플래닝 특집방송 자문

시나리오플래닝 교육 실적


 

§         LG전자 창원공장 시나리오플래닝 교육

§         미원상사 시나리오플래닝 교육

§         ㈜ 한진 시나리오플래닝 교육

§         종근당 시나리오플래닝 교육

§         SK 텔레콤 시나리오플래닝 교육

§         SK 경제경영연구소 시나리오플래닝 교육

§         포항공과대학교 시나리오플래닝 교육 등 다수

전문분야 및 저서

 

   Visioning / 시나리오플래닝 / 성과관리 / 평가보상제도 / 인력계획(Staffing) / 경력개발제도

   저서 : ‘경영유감(2006)’,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2007)’,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2007)’

   역서 : ‘스태핑(2006)’



[문의처]
- 회사 전화번호 : 02-6007-2340
- 유정식 대표 HP : 010-8998-8868  (Email : jsyu@infuture.co.kr  )

[워크샵 계획서 다운로드]
- TIFF 형식으로 된 워크샵 계획서를 다운로드 받으시려면, 아래의 파일 이름을 클릭하십시오.




Comments

(사진 : 유정식)


“우리가 2주일 이내에 시급히 프로젝트를 론칭해야 하는데, 늦어도 3일 이내에 제안서를 제출해 주시겠습니까?”

만약 이렇게 요구하는 고객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앞뒤 볼 것 없다. 나는 그들에게 “No!” 라고 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시간도 주지 않고 제안서를 요청하는 고객들은 십중팔구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 그들은 컨설팅 받을 생각이 없을 확률이 90% 이상이다. 그런데 왜 제안서를 달라고 할까? 단기간 안에 그런 요청을 해 오는 고객은 개인적으로 공부하려는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 고객 내부적으로 컨설팅 받지 말고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라고 지시가 떨어졌을 공산이 크다. 윗사람은 빨리 계획을 세우라고 독촉하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은 안 오지, 이런 상황에서 아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컨설팅펌이다.

제안서에는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절차와 단계별로 사용되는 컨설팅 방법론 및 도구 등이 잘 기술되어 있다. 서너 개 회사로부터 제안서를 받아두면, 그것만 읽어봐도 꽤 많은 공부가 된다. 괜히 여기저기 관련자료를 찾으러 다닐 필요가 없다. 전화 한 통만 걸면, 프로젝트 수주에 목마른 컨설팅펌들이 득달같이 제안서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진짜 누워서 떡 먹기 아닌가?

한번 컨설팅을 받으려면 적어도 몇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 보통이므로, 내부적으로 상당기간 검토를 통해 컨설팅 진행을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당장 며칠 만에 제안서를 받아 컨설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객 본인의 개인적인 공부를 목적으로 할 때도 그렇지만, 경쟁입찰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 부랴부랴 들러리용 컨설팅펌에게 단기간 내에 제안서를 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나쁜 의도를 가진 고객은 제안서를 제출하고 나면 감감무소식이다. 요청할 때는 아주 시급한 것처럼 말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제안서를 내고 일주일이 혹은 한 달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 답답한 컨설턴트가 먼저 전화를 걸면, “의사결정자가 출장을 가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고 핑계를 댄다든지, “결정이 되면 연락을 할 테니 진득하게 기다려 달라.” 고 핀잔을 준다든지, 좀 시간이 지난 뒤에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해서 프로젝트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다음에 꼭 연락하겠다.” 라고 둘러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클라이언트가 있다면, 제발 그러지 말기 바란다.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싶거나 자체 프로젝트 실행에 참고하고 싶다면, 솔직하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라. 1인기업 컨설턴트의 순수한 열정을 이용하지 말기를 부탁드린다.

 
[Tip] 나쁜 의도를 가진 고객을 알아내는 몇 가지 방법

 - 제안요청서가 없거나, 있어도 아주 부실하다.
 - 하드카피보다 소프트카피(파일)를 원한다. 왜냐하면 Copy & Paste가 쉽기 때문이다.
 - 방법론을 충분히 기술해 달라고 한다. 왜냐하면 보고 따라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 - 제안서 제출 이후에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이 불분명하다.
 - 고객사에 아는 사람이 근무하고 있다면 진위여부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하라.

고객들의 이런 부당한 요구에 1인기업 컨설턴트는 희생되기 싶다. 빅펌이야 어느 정도의 인적 네트워크가 있어서 그 회사가 진짜 컨설팅을 받을 생각이 있는 것인지의 진위 여부를 알아차리곤 한다. 만약 고객이 개인적인 목적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면, 투입할 인력이 없다는 등의 핑계를 대 피해 가거나, 고객과의 향후 관계를 고려하여 비슷한 내용의 다른 제안서를 조금 고쳐서 내버리고 만다. 그러나 1인기업 컨설턴트는 네트워크가 약하기 때문에 고객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고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확실한 심증을 얻으려면, 제안요청서(Request for Proposal)을 달라고 말해보라. 만약 고객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제안요청서가 특별히 없다고 우물쭈물 말하거나, 아니면 급조한 티가 팍팍 나는 제안요청서를 이메일로 보내올 것이다. 전혀 컨설팅 받을 생각이 없었으니, 제안요청서를 제대로 만들었을 리 만무하다.

이제 첫발을 내딛는 1인기업 컨설턴트는 고객의 제안 요청자체가 고맙게 느껴지기 쉽다. 고객사가 대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그래서 고객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밤을 새서라도 기쁜 마음으로 제안서를 작성한다.

중국 고전 중의 하나인 '귀곡자'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궁지에 몰렸을 때 내리는 결정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냉철하게 판단하라. 주는 먹이를 덥석 물었다가 그것이 그저 미끼라는 것을 아는 순간, 피해는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1인기업 컨설턴트에게 고스란히 쌓이고 말기 때문이다.

Comments

  1. Favicon of http://underdog.tistory.com BlogIcon 언더독 2008.10.01 15:05

    궁지에 몰렸을때 하는 협상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죠. 좋은 경험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10.01 20:58 신고

      네 옳은 말씀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궁지에 몰려서 벌인 협상은 대개 후회막급이더군요. 개안적으로 그것 때문에 고생(?) 중입니다. ^^

  2. Favicon of http://withman.net BlogIcon man 2008.10.01 16:12

    절대동감입니다. 딱히 1인기업이 아니라도 중소기업들과 대기업간의 갑/을 관계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10.01 20:58 신고

      갑과 을의 관계... 거의 '을'로 살아 온 저는 '갑'이 되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집니다. ^^ 고맙습니다.

  3. Favicon of http://songkang.tistory.com BlogIcon 구월산 2008.10.02 01:03

    실제 갑의 입장에서 컨설팅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례를 저도
    수없이 봐왔습니다만..좀 너무한 거죠.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10.05 22:49 신고

      네. 정말 너무한 경우가 종종 있죠. 차라리 솔직하게 부탁하면 좋겠습니다.

  4. 푸른하늘 2008.10.02 16:11

    외부 컨설팅을 안받기로 내부 결정을 했는데 이를 감추고 제안서를 요청하는 인간이라면 쓰레기라고밖에 할 수 없죠.
    그런데 외부 컨설팅을 받을지 안받을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안서를 요청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요. 이럴 때는 한 번 안됐다가 다음 기회가 오면 그 때는 우선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의뢰한 사람도 미안한 감정이 있기 때문이죠.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10.05 22:50 신고

      컨설팅 받을지 안 받을지 확정되지 않았다면, 제안서 요청을 하지 않아야겠죠. 그리고 제 경험상 그 '우선권'은 별 의미가 없더군요. ^^ 댓글 감사합니다.

  5. Favicon of http://j.net BlogIcon 박양인 2009.02.19 03:07

    저는 최근 에또 한번 당했습니다
    ㅎㅅ기획 이라고하는 수원장안동에 위치한 렌탈전문화사 입니다
    대표 이승~이구요
    현재 광양의 매화축제에 들어간거 같습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정말 죽고 만싶습니다.
    저는2급 지체장애인 입니다 본인이 약간의 언어장애와 우측팔을 못쓴다는 약점을 이용한것같구요 혹시 궁굼하신분들은
    070-8186-2709 로 문의 하시면 ㅎㅅ 업체에 대하여 설명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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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SS 2009.08.27 11:45

    저는 소규모기업에 다니던 시절에 경영상의 어떤 대 주제로 경영프레임을 짜기 위한 컨설팅을 발주 한 적이 있습니다. 회사에서의 제 position을 걸고 시도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최소한 제 차원에서의 진정성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Top에서 적잖은 돈이 드는 컨설팅을 받고자 최종 결정할 지에 대해서는 좀 많이 불안하기는 했습니다.

    종합 컨설팅 사들은 아니었고 그 변방(?) 주제의 컨설팅사 Big 3를 제안에 초청였습니다. (Big 3이라 봤자 절대 규모는 Small, Small, Extra Small이었습니다...)
    규모와 지명도가 더 컸던 두 회사 중 한 회사는 과거의 다른 제안서를 열심히 짜집기 해서 아름답게 만들어 와서 다섯명이나 와서 프레젠테이션하였고, 다른 한 회사는 왜 그 프레임이 필요한 가만 역설하는 '서비스소개서'를 갖고 프레젠테이션 하였습니다.
    규모상 가장 취약한 나머지 한 회사는 앞의 두 회사에 비해서 형식이 많이 소박하였지만, 마치 우리회사에 사활을 건다는 뉘앙스가 담긴 제안서를 꾸며서 사장님이 프레젠테이션을 하였습니다. 그 소박한 느낌이 마치 우리회사를 위해서 제안서를 따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다행히도 우리회사 Top은 컨설팅 발주를 승인하였고 Big 2의 60%가격에 제안한 가장 작은 업체가 수주를 하였습니다. 물론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된 Total Hour도 그 만큼 작기는 했습니다.

    세 회사 모두 그 제안작업에 임함에 있어 각자의 상황에 맞게 Risk Management를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세상에는 다 맞는 짝이 있는 것이고 이런게 내게 맞는 짝일지도 모르겠다 싶을 때는 한번 성심성의껏 질르면 의외의 쉬운 승리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는 을로서 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제가 지금 다시 새겨봅니다.
    아무튼 실무담당자인 제가 발주에 엄청난 진정성이 있었고 Top도 어느정도 진정성이 있었다는 것은 적어도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기적(?)이었다고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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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9.08.31 21:10 신고

      BSS님이 경험하신 일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안서를 보면 어떤 회사가 돈만 노리는지, 진정한지 알 수 있죠. 그런 거 무시하고 무조건 제안사의 네임밸류만 보려는 고객이 아직은 많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