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평소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직원들을 학대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 휘하의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어떻게 느낄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직원들의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어떤 상사가 모든 직원들을 모욕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특정 직원 한 명을 괴롭히는 경우라면 그 직원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의 자존감은 어떨까요? 아마 이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겁니다.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직원의 자존감은 당연히 떨어지겠지만 그 여파가 나머지 직원들에게 퍼지는지의 여부는 조사를 해보지 않고서는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미시건 주립대의 크리스탈 파(Crystal I. C. Farh)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치준 첸(Zhijun Chen)은 실제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파와 첸은 10개의 중국 기업에 근무하는 295명에게 상사가 얼마나 모욕적으로 팀원들을 대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예컨대 “상사는 내가 다른 직원들의 난처한 상황을 도와주면 나를 비난한다”와 같은 문항에 답하도록 했죠. 그리고 “팀에서 나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등과 문항을 통해 각자가 조직 내에서 느끼는 자존감(Organization-based Self-Esteem, OBSE)을 측정했습니다.


출처: www.dailystar.co.uk



그러자 개인 수준에서 상사가 모욕적으로 대하는 경우에 해당 팀원들의 전체적인 OBSE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서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직원들도 특정 직원이 상사에게 ‘꾸준히’ 모욕 당하는 팀에 속해 있다면 조직 내에서의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죠. 상사가 팀 전체를 강압적이고 모욕적인 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경우에도 팀원들의 OBSE는 낮을 수밖에 없는데, 흥미롭게도 이 경우보다는 상사가 개인들 수준에서 괴롭히는 경우 OBSE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컸습니다. 이것은 팀장이 1명의 직원만 괴롭히고 나머지 직원들에겐 유하게 대한다 해도 자존감의 저하는 파도를 타고 직원 전체에게 퍼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실험실 내의 조건에서 확인하고자 파와 첸은 276명의 학부생에게 경영대학원에서 4명씩 팀을 이뤄 진행하는 태스크 포스의 일원이라고 가정하게 했습니다. 일정에 맞춰야 하는데 매우 느리게 진전되는 바람에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전제 하에 참가자들은 ‘팀장’으로부터 이메일을 수신했습니다. 그 이메일은 조건에 따라 내용이 두 가지로 달랐는데, ‘비난조의 이메일’에는 해당 팀원(실제로는 실험 참가자)의 특정 행동이나 태도 때문에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는 내용이, ‘중립적인 이메일’에는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지만 해당 팀원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런 이메일을 읽게 한 다음 OBSE를 측정하니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개인적 수준에서 느끼는 모욕감이 클수록 OBSE가 낮았고, 그 여파는 다른 팀원들에게까지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또한 이렇게 낮아진 OBSE는 팀을 떠나고 싶은 욕구를 증가시켰습니다.


파와 첸의 연구는 팀원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자주 구사하고 비난을 즐겨하는 상사가 팀의 분위기를 흐릴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증명했다는 의의가 있지만, 그것보다는 팀원 개개인 수준에서 상사가 행사하는 모욕이 괴롭힘을 받는 직원 개인에게만 부정적인 영향을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로 ‘나쁜 기운’이 퍼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이겠지만, 상사가 모든 직원들을 예뻐하지만 미운털 박힌 한 명의 직원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괴롭히는 행동이 지속되면, 상사로부터 존중 받는 직원들의 자존감(OBSE)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여러분의 팀은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혹시 한 명의 직원이 상사로부터 ‘왕따’ 당하지는 않습니까? 그걸 바라보는 여러분의 자존감은 어떻습니까? 혹시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던가요? 괴롭히는 상사의 부정적인 효과는 상당히 여파가 큽니다.



(*참고논문)

Farh, C. I., & Chen, Z. (2014). Beyond the Individual Victim: Multilevel Consequences of Abusive Supervision in Team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2014 Aug 11. [Epub ahead of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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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상사로부터 업무를 지시 받을 때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자초지종을 상세하게 들을 경우와 앞뒤 없이 그냥 시키는 일을 수행하라는 말을 들을 경우 중 어떨 때 그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더 높습니까? 당연히 전자의 경우겠죠. 독재적이고 강압적인 스타일의 리더보다는 일을 수행해야 하는 의미를 이해시키는 리더가 사람들의 일하고자 하는 동기를 높이기 때문입니다.


마크 무레이븐(Mark Muraven)과 동료 연구자들은 우리가 이처럼 상식으로 알고 있는 바를 실험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는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 그룹에게는 무가 담긴 접시를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초콜릿 쿠키가 담긴 접시를 보여줬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무나 초콜릿 쿠키를 먹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졌는데, 당연히 초콜릿 쿠키를 바라보고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이 무를 본 참가자들보다 의지력이 더 소진됐겠죠. 





무레이븐은 각 그룹의 참가자들을 다시 두 개씩 소그룹으로 나눴는데, 첫 번째 소그룹에서는 생글생글 웃는 실험 진행자가 진행하는 실험의 목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참가자들의 기여가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질문 받고 참가자들로부터 제안까지 받았죠. 반면, 두 번째 소그룹에서는 무뚝뚝한 실험 진행자가 앞뒤 설명 없이 무조건 "초콜릿 쿠키(또는 무)를 먹으면 안 됩니다."라고 명령하고 참가자들의 궁금증에도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건조하고 딱딱한 말투로 "이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이런 조건으로 5분 동안 초콜릿 쿠키(혹은 무)를 참아내야 했던 참가자들은 각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500밀리초 동안 제시되는 숫자를 보고 6 다음에 4가 나올 때마다 스페이스 바를 누르는, 매우 지루한 과제를 12분 정도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 과제는 따분하기 때문에 집중력뿐만 아니라 의지력을 요하는 것이었죠.


먼저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이 무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보다 성적이 나빴습니다. 달콤한 음식을 참아내야 했으니 그만큼 의지력이 소진됐을 것이고 따분한 과제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도 떨어졌겠죠. 그리고 불친절한 대접을 받은 참가자들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참가자들보다 실수를 더 많이 범했습니다. 분석을 더 해보니,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고 동시에 무뚝뚝한 진행자의 지시를 받은 참가자들이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성적이 제일 나쁘게 나타났습니다. 그들 참가자들의 의지력이 가장 많이 소진됐다는 의미였죠.


이 결과는 왜 일을 해야 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을 경우가 그저 시키는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을 경우보다 직원들의 의지력이 더 높고 일의 성과도 높을 거라고 짐작케 합니다. 그리고 직원 스스로 자기 일을 통제하고 있다는 자율성을 의식할 때 의지력이 높게 나타나게 된다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업무가 얼마나 중요하고, 직원의 역량이 얼마나 필요하며, 업무가 성공할 경우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인지를 충분히 일러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존감과 의지력, 그리고 통제감을 살려주고 북돋우는 것은 초콜릿 쿠키를 참아야 했던 참가자들의 경우처럼 특히 어렵고 힘든 업무일 때 더욱 필요한 일입니다. 직원들을 불친절하게 대하며 직원들에게 조직이라는 기계 속 부품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주는 상사야말로 생산성을 저해하는 존재죠. 직원에게 친절한 상사와 불친절한 상사, 여러분의 상사는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Mark Muraven, Marylène Gagné, Heather Rosman(2008), Helpful self-control: Autonomy support, vitality, and deple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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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의 심리학자인 리차드 펠슨(Richard B. Felson)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정신병을 앓았던 자, 폭력 전과가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다투거나 주먹다짐을 벌였던 경험에 관해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1)  펠슨은 그 상황에서 응답자들이 어떤 조건에 놓였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정량적인 분석을 위해 응답자들이 경험한 사건의 상황은 다툼의 심각성 수준에 따라 4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첫째 '화가 났지만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 때', 둘째 '말싸움을 벌였던 때', 셋째 '주먹이 오고갔지만 무기는 쓰지 않았던 때, 넷째 '무기를 사용했던 때'로 나뉘었죠.


펠슨은 응답자들에게 던진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는데 그 중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동성끼리 다툼을 벌일 경우 단 둘이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볼 때 주먹다짐으로 번질 확률이 2배나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것은 우리의 상식과 반하는 결과입니다. 우리는 보통 여러 사람들 앞에 있을 때는 다툼이 생기더라도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어쩔 수 없이 참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 앞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수치스럽고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훼손된 자신의 평판이 대중에게 그대로 노출된다는 위협을 감지하게 됩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신경 쓰고 염려하는 인간은 평판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불릴 만큼 명예를 소중히 여깁니다.  그래서 대중들이 버젓이 보는 앞에서 감행하는 폭력은 상대방으로부터 손상된 평판을 회복시키기 위한, 거의 본능에 가까운 행동입니다. 똑같이 모욕스러운 말도 단 둘이 있을 때는 말타툼으로 끝나겠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주먹다짐으로 이어지거나 설령 폭력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분노의 강도는 훨씬 높을 수밖에 없죠. 실제로 미국에서는 폭력적 싸움의 3분의 2 가량이 공공장소에서 벌어지고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4분의 3으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펠슨의 연구는 부하직원의 잘못을 혼내고자 하는 상사에게 한 가지 귀중한 주의사항을 전해 줍니다. 바로 '절대로 다른 직원들 앞에서 혼내지 마라.'입니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직원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해서 혼내는 상사에게 주먹을 날리는 하극상의 상황을 연출하기는 어렵겠죠. 그렇게 하면 상사로부터 깎인 평판이 '상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놈'이라고 동료직원들에게 각인되어 더 깎일 테니 말입니다. 이보다는, 혼내는 목적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이든 아니면 욱하는 감정을 해소하기 위함이든 여러 사람들 앞에서 혼내는 행위는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게 만들기는커녕 반항심과 분노를 극도로 상승시킨다는 게 문제입니다. 비록 잘못을 인정하고 싶더라도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 때문에 자기합리화와 자기방어의 프로세스가 더욱 강화되어 급기야 자신의 잘못을 변호하거나 부정해 버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자존감을 타인으로부터 찾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Mark Leary)는 인간이 자신의 사회적 가치, 선행과 악행을 관찰하여 자존감을 형성하고 평판을 높이려고 시도한다고 말합니다.2)  타인이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반대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거부 의견을 밝히면 자존감이 낮아진다는 사실을 여러 연구를 통해 규명한 바 있죠. 여러 사람 앞에서 혼내는 행위는 짧은 시간에 자존감을 한꺼번에 깎아내리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물론 기대하는 행동의 변화는 결코 일어나지 않죠.


부하직원을 혼낼 일이 있으면 조용한 장소에서 단 둘이 만나야 합니다(동료 간의 다툼도 마찬가지). 여러 사람들이 다 보고 듣는 곳에서 야단을 쳐야 부하직원이 더 분발할 거라고 믿는 자(또 그렇게 행동하는 자)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모르기에 유능한 관리자라 말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여러 사람 앞에서 야단을 맞는 부하직원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역지사지하면 바로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혹여 과거에 사람들 앞에서 부하직원을 망심 주듯이 혼낸 적이 있다면 그를 조용히 불러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신으로 인해 깎여내려간 그의 자존감을 다시 채워주는 일은 관리자의 책무이기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1) Richard B. Felson(1982), Impression Management and the Escalation of Aggression and Violence, Social Psychology Quarterly, Vol. 45(4)

2) 존 휘트필드, <무엇이 우리의 관계를 조종하는가>, 김수안 역, 생각연구소, 2012

Comments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9.06 13:03

    저는 이걸 군대에서 배웠어요. 보통 후임 중 누가 잘못하면 뒷편 으슥한 곳에 데려가서 담배 하나 물려주고 혼내죠. 다 있는 내무실에서 혼내는 사람은 좋은 선임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없었어요. 역으로 정말 밉살스러운 후임은 창피 당해보라고 다 있는 곳에서 혼낸 적도 있네요. 여튼.. 그만큼 20살, 21살 어린 나이에도 모두의 앞에서 혼내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는 것쯤은 안다는 뜻인데.... 그걸 이해 못하는 건지, 배려가 없는 건지, 모두가 있는 곳에서 보란 듯이 버럭대는 상사가 있죠. 그런 사람보면 그냥 자기가 이만한 권력을 갖고 있음을 으시대는 거 같아서 질책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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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9.06 14:16 신고

      남자다움과 '성질 못 참음'을 동일시하는 그런 상사들도 간혹 있습니다. ^^

    •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09.06 14:57

      ㅋㅋㅋㅋ맞아요. 아직도 우리나라 남자들은 목소리크고 뭐 좀 던지고 쾅쾅 걷어차면 남자답다고 인식하는 점이 분명 있어요. 뭐 자기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그런 성질을 부리는 거야 자기 사정인데, 조직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정말 아닌 거 같아요.

  2. 세미 2012.11.21 21:22

    저는 조용히 불러서 혼내는데;지금의 상사는 모든 사람을 싸잡아서,모든 사람앞에서 버럭버럭거립니다. 말도 섞기 싫고 얼굴도 보기 싫어요. 이성과 감성의 경계는 정말 멀고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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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세미 2012.11.22 08:23

    저는 조용히 불러서 혼내는데;지금의 상사는 모든 사람을 싸잡아서,모든 사람앞에서 버럭버럭거립니다. 말도 섞기 싫고 얼굴도 보기 싫어요. 이성과 감성의 경계는 정말 멀고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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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avicon of http://makeityourringdiamondengagementrings.blogdetik.com/commonwealth-life/ BlogIcon Commonwealth Life Perusahaan Asuransi Jiwa Terbaik Indonesia 2012.11.25 16:03

    좀.. 쌩뚱맞은 댓글일수도 있겠네요...... 초대장 부탁드려요.... 사무실 컴퓨터론 블로그 관리하기가 조금 힘들어.. 스마트폰으로 할려니.. 초대장이 필요하다고 하네요...ㅠㅠ - 이쪽으로 보내주심 감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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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게 삽시다   

2009. 6. 15. 09:06

수첩에 가끔 그림을 그립니다. 주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실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그리곤 합니다. 취미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그림이지만, 20분 남짓의 시간 동안 그림에 몰입된 스스로를 발견하지요. 그 느낌이 저에겐 아주 좋습니다.

지금까지 그린 그림들

꽤 조심스럽게 그린다 해도 어긋나는 선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볼펜으로 그리는 탓에 수정이 어렵죠. 그냥 선 몇 개를 더 그려 넣어서 실수를 대충 무마(?)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는 데엔 아주 젬병입니다. 실제의 얼굴과 그림의 얼굴이 전혀 다르죠.

하지만 인물에 과감히 도전해 봤습니다.


첫번째는 찻집에서 어느 커플의 모습을 곁눈질로 보면서 그린 그림입니다. 그림에서 여자가 실수로 컵을 엎지르는 모습이 보이죠? 하지만 실제로 엎지르진 않았습니다. 탁자를 균형에 맞지 않게 그린 저의 부주의를 그렇게 그림으로써 덮어버렸죠. 여자의 얼굴은 꽤 예뻤는데 약간 도드라지게 그린 광대뼈와 콧날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얼굴이 돼 버렸습니다.


두번째는 제 아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소파에 비스듬히 누운 모습인데, 다 그린 걸 보여주니 "내가 왜 이렇게 생겼어?"라며 울상을 짓더군요. 초등학교도 안 간 아이를 늙은 아저씨의 얼굴로 그렸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게다가 허리 아래 부분을 그리기가 어려워서 사진에서 '아웃 오브 포커스'하듯이 선을 어지럽게 휘갈렸는데, 그려놓고 보니 이불 같다며 아들이 놀립니다.

아들은 자기를 그린 그림이 싫다며 수첩을 찢을 기세로 달려들고 아이의 엄마도 합세하여 면박을 줍니다. 나름 힘들여 그린지라 약간 억울하지만, 맞습니다. 굳이 작품이랄 것도 없는 제 그림 목록 중에서 최악의 실패작으로 분류될 만한 그림들이 틀림없습니다. 고흐, 밀레, 클림프, 루벤스, 르느와르와 같은 대가들의 그림을 보다가 제 그림을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질 지경입니다. 정말 한심하고 쓰레기 같습니다. 그림이라고 불러주는 것만 해도 황송하지요.

하지만 이렇게 자학에 가까운 자평을 하다가도 생각을 고쳐 먹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기가 만든 작품를 스스로 평할 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도저히 못봐주겠습니다", "난 정말 구제불능이야", "쓰레기통에 쳐 넣어야지"라며 아주 가혹하고 무자비하게 평가 내립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능력에 진짜로 실망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그렇게 먼저 혹평을 내림으로써 타인의 비평을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은 어떨까요?

제 아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아침에 눈 뜨자마자 뭔가를 열심히 그려댑니다. 스케치북으로 모자라서 아예 A4 용지 한다발을 주었습니다. 아들 방은 늘 종이와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어지럽습니다. 아들은 다 그린 그림을 들고 쪼르르 달려나와 매번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 잘 그렸지요? 예쁘죠?" 

'어떻게 이렇게 잘 그렸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그림도 있지만 솔직히 낙서 같은 그림도 종종 그려옵니다. 그러나 아들은 항상 자신의 그림에 무한한 자긍심을 나타냅니다. 어떨 때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그리지요?"라며 스스로를 극찬하기도 합니다.

발달심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은 자학할 줄 모릅니다. 9살 이하의 아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한없이 사랑하고 자신의 재능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혹시 어린아이 중에 "내 그림은 정말 쓰레기야"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는지요? 이렇게 높은 자존감을 가진 아이들이 왜 커갈수록 자학을 배워갈까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법을 습득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상대평가법'을 배우는 거죠. 

사회화의 당연한 과정이지만 씁쓸한 면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자신에게 혹평하는 법을 배우는 순간 무언가를 배우려는 열정이 급격히 식진 않을까, 그리하여 타고난 소질을 잠재된 상태로 영원히 묵혀버리진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에게도 자학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타인의 비평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자신이 만든 작품을 쓰레기통에 쳐 넣으면서 동시에 실패한 작품을 통해 배우는 기회를 유기하기 때문입니다.작품을 만들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희열의 감정이 자학이라는 싸구려 감정으로 교환되어 마음의 앙금으로 남게 됩니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정체( )입니다. 자학은 정체의 늪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그림이든, 안무든, 보고서든 자신의 작품을 자학하려는 관성을 버리고 찬찬히 반성하는 태도를 가질 때 개선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자신의 못난 작품을 감상하듯 즐기고 반성을 통해 배운다면 다음엔 조금 더 나은 작품과 만나게 됩니다. 실패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래서 저는 못 그린 제 그림에도 뻔뻔해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제 그림을 블로그에 공개하는 이유입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제 그림은 세상에서 제일 잘 그린 그림입니다"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자신에게 사랑의 비를 내릴 때 자아가 자랍니다. 자학은 자아를 갉아먹는 해충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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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333hun.tistory.com BlogIcon 세미예 2009.06.15 08:37

    공감합니다. 참 좋은 글이군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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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chohamuseum.net BlogIcon 초하 2009.06.15 13:22

    아이콘과 프로필 사진이 독특하다 했더니, 사연이... ^&^
    재미있게 감상하고 읽었습니다.

    이번 나눔의 중간보고 엮었습니다.
    36 곳의 블로그들과 배너, 점검 내용들을 확인바랍니다.
    저도 모레 응원하러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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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럼블터너랭 2009.06.15 13:36

    자학은 자아를 잡아먹는 해충일 뿐 이라는 말씀, 참으로 고개가 끄덕여 지는 말씀입니다..
    대표님께서 그림 그리는것 까지는 상상이 되는데, 색칠하시는 모습은 상상이 안되고 괜시리 웃음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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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9.06.15 20:56 신고

      제가 제 모습을 상상해도 우습네요. ^^ 그냥 취미랄 것도 없는 소일거리입니다. ^^ 잘 지내시죠?

  4. Favicon of http://dayofblog.pe.kr BlogIcon 새우깡소년 2009.06.15 13:41

    항상 좋은 글 잘 읽는 블로거 1인 입니다.
    유정식님의 글을 통해서 삶의 경험, 지식을 통해서 얻어지는 앎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성공과 정체, 그리고 자신감에 대한 교훈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그림 잘 그리시는걸요. 저도 오랜만에 스케치나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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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9.06.15 20:58 신고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자학하면 안되지만 위의 그림을 보면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 새우깡소년님 덕분에 올블로그에 제 블로그가 잘 소개되니 제가 감사합니다. ^^

  5. Favicon of http://namu42.blogspot.com BlogIcon 나무 2009.06.15 19:44

    사진도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서신 것 같고, 게다가 그림까지 본인만의 화풍을 가지고 계시네요. 마치 미스코리아가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는 것 같습니다. 왕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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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9.06.15 20:59 신고

      아이구, 화풍이라뇨. 화풍이랄 것도 없는 하수의 그림인데요. ^^ 그냥 이것저것 관심이 많아서 사는 동안에 많이 해보자, 그럴 뿐입니다.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6. 승구리당당 2009.06.16 12:27

    선생님, 그림도 잘 그리시네요. 저희 책에 삽화를 의뢰해도 될 것 같습니다.(사람 얼굴은 빼고요...^^) 항상 느끼지만 선생님의 글은 좋은 벗처럼 다정하고, 정갈한 산사음식처럼 건강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자주 뵙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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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9.06.16 13:25 신고

      여사장님이시죠? ^^ 제가 삽화 그렸다가는 책 망합니다.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이것저것 자료 찾으면서 책 준비 중입니다. 머리가 좀 어지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