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이 블로그에 ’고성과자들은 연봉 비밀주의를 싫어한다’, ‘불평등을 참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연봉 비밀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할 때 성과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http://www.infuture.kr/1424  , http://www.infuture.kr/1460 ) 연봉 비밀주의를 인사의 기본 원칙이라 여기는 기업들이 거의 전부인 상황에서 이런 논리는 매우 과격하게 들렸을 겁니다. 직원들이 서로의 연봉을 알게 되면 불만과 분란이 생기고 연봉에 신경 쓰느라 업무성과가 저하되리라 염려하는 까닭이겠죠.



출처: thinkprogress.org



하지만 연봉 투명주의의 장점, 즉 직원들의 연봉 공개가 성과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설명할 미들버리 대학교의 경제학자 에밀리아노 휴엣-본(Emiliano Huet-Vaughn)가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제출한 논문도 그 중 하나입니다. 휴엣-본은 ‘아마존 미캐니컬 턱(Amazon Mechanical Turk)’에 등록된 사람들 중 2000여 명에게 간단한 데이터 입력 과제를 부여하고 잘할 때마다 돈으로 보상하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출처: Emiliano Huet-Vaughn(2013)



휴엣-본은 위의 그림과 같이 참가자들에게 웹사이트를 통해 20분 동안 연구 논문의 저자, 저널명, 논문명 등을 입력하도록 했습니다. 연봉 투명주의와 연봉 비밀주의를 모사하기 위해, 참가자들 중 절반에겐 20분이 지나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이 이 과제에서 얼마나 많은 보상을 획득했는지를 화면으로 볼 수 있도록 했지만,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오직 자신의 보상액만 보게 했습니다. (아래 그림 참조)



출처: Emiliano Huet-Vaughn(2013)



이렇게 첫 번째 라운드가 끝나고 나서 두 번째 라운드를 진행하도록 하니까 ‘투명주의 그룹’과 ‘비밀주의 그룹’의 성적에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놀랍게도 투명주의 그룹 참가자들이 더 열심히 과제에 응했고 성적도 훨씬 좋았던 겁니다. 이런 효과는 첫 번째 라운드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던 참가자들(실제로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조작된 참가자들), 즉 ‘하이 퍼포머’들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고성과자들은 연봉 비밀주의일 때보다 연봉 투명주의일 때 더 열심히 일한다’는 과거의 연구와 상통하는 결과였죠. 두 번째 라운드에서 참가자가 받아가는 ‘성공 단가’를 변화시켜도(첫 번째 라운드보다 단가를 낮게 혹은 낮게 책정해도) 이런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상식과 달리 연봉 투명주의가 개인의 성과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특히 고성과자임을 보상을 통해 인지하면 계속해서 고성과를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해진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연봉 투명주의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요? 많지 않지만 몇몇 벤처기업들 외에 홀푸드(Whole Foods)는 대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모든 보상액과 성과를 회사 인트라넷에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봉 투명주의를 실시하면 직원들이 자신의 보상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거나 보상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위험이 있지 않을까요? <Under New Management>의 저자 데이비드 버커스(David Burkus)가 HBR에 기고한 칼럼에 의하면, 홀푸드의 CEO 존 맥키(John Mackey)는 직원이 찾아와 ‘왜 이 직원은 나보다 많이 받는가?’라고 물을면 이렇게 답한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더 가치가 있는 직원이다. 당신이 그 직원만큼 성과를 올리면 당신에게 똑같이 보상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모든 직원들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연봉 투명주의가 과연 성과를 높이는 효과를 올릴 수 있을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낮은 연봉을 받는다는 걸 알면 일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자신이 보기에 별로 능력 없는 친구가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질투하면서 일하려는 동기를 잃게 될 수도 있겠죠. 이럴 때는 예측하지 말고 ‘실험’을 해볼 것을 권합니다. 연봉 투명주의를 적용하는 부서와 연봉 비밀주의를 계속 유지하는 부서(물론 서로 비슷한 업무를 하는 부서)를 비교하여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면밀하게 관찰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생각입니다. 이런 실험을 위해서는 ‘연봉은 무조건 비밀에 부쳐야 해’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 Emiliano Huet-Vaughn(2013), Striving for Status: A Field Experiment on Relative Earnings and Labor Supply, UC Berkeley Working Paper.


- https://hbr.org/2016/03/why-keeping-salaries-a-secret-may-hurt-your-company 



Comments


만일 여러분의 연봉과 평가 결과가 공개되고 아울러 동료들의 연봉을 (익명으로) 알게 된다면, 여러분은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할 마음이 들까요? 제가 간단하게 페이스북을 통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자기보다 일을 잘하는 직원이 자신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것보다, 자기보다 일을 못하는 직원이 자신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것이 더 '기분이 나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모든 직원들의 연봉이 공개된다면 (비록 익명으로 공개된다 해도) 이런 불만이 더 증폭되겠죠.


하지만 나의 생산성과 동료의 생산성을 서로 비교하는 게 가능하다면 어떨까요? 조르디 브래인스 아이 비달(Jordi Blanes i Vidal)과 마레이키 노솔(Mareiki Nossol)은 개별 슈퍼마켓 등에 물건을 유통시키는 독일의 모 도매유통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에서 직원 각자의 성과를 다른 직원들과 비교한 정보와 그에 따른 상대적인 급여 정보를 공개하는 조치(단, 이름은 공개하지 않고)를 취했더니 생산성이 6.8퍼센트 상승하더란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비달과 노솔이 관찰 대상으로 삼은 65명의 직원들은 고객의 주문을 받아 상품을 확보한 후 배달을 위해 포장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죠. 업무의 성격 상 직원 각자의 일들이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에 의해 마무리되는 일이었습니다. 즉, 다른 직원들과의 협업이 필요없는 업무 구조였습니다. 더욱이 이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들 중 승진하는 사람은 극소수였기에 승진보다는 급여가 동기를 자극하는 요소였습니다.


직원들의 급여 구조는 고정급과 변동급으로 구분되었는데, 변동급은 얼마나 많은 주문을 처리했느냐는 양적인 부분과 얼마나 실수 없이 주문을 처리했느냐는 질적인 부분으로 나뉘었습니다. 변동급은 평균적으로 전체 급여 중 25퍼센트 내외였죠.


그런데 2001년 어느 날, 몇몇 직원들이 경영진을 찾아와 시간당 평균 임금에 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경영진은 이런 요청을 듣고서 각 직원의 급여와 생산성에 순위를 매겨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한 이유는 직원들 중 두 명이 근무 조건에 대해 늘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다른 직원들에게 불만을 퍼뜨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두 명은 일 못하는 직원이었죠(불만은 대개 일 잘하는 직원보다는 일 못하는 직원들에게 더 큰 경향이 있죠). 


경영진은 급여 순위를 공개하면 일 못하는 직원(혹은 일을 안 하는 직원)들의 행동이 바뀔 거라고 여겼습니다. 물론 특정 직원이 얼마를 받는지는 표시하지 않았지만 그 순위를 보면 직원들은 각자 자신의 급여가 몇 위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조치를 취하자마자 생산성이 즉각 2.8퍼센트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비달과 노솔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생산성 순위가 공개된다는 소식에 자극 받아 이런 효과가 발생한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생산성과 급여 순위가 공개되자 4퍼센트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높아진 생산성은 그 후로도 죽 이어졌습니다.


급여 순위 공개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비달과 노솔의 연구 결과를 모든 종류의 직무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연구에서 관찰 대상이 됐던 직무는 '자기완결적'이고 생산성 측정이 용이했지만, 많은 직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대개의 직무는 팀워크를 기반으로 하기에 직원들 간의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고 정성적인 업무라서 시간당 산출량을 정량적으로 계산하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죠.


업무가 자기완결적이고 정량적으로 생산성이 측정 가능한 직무에 한하여(예: 영업직, 텔레마케터, 전문 기능직 등) 급여 순위를 (익명으로) 제시하는 방법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려해 볼 조치라는 것으로만 이 연구의 시사점을 정리하기 바랍니다. 


헌데, 만약 모든 직무에 대해 직원들의 연봉 순위를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공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참고논문)

i Vidal, J. B., & Nossol, M. (2009). Tournaments without prizes: evidence from personnel records. Centre for Economic Performanc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Comments

  1. Favicon of http://venuswannabe.com/994 BlogIcon 비너스 2013.04.08 13:44

    오 공감됩니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어쩔 수 없나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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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blog.daum.net/healingwater BlogIcon 힐링워터 2013.04.08 18:53

    오... 의외의 결과네요^^ 만약에 우리나라에 도입이 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에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말 본인의 노력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게 된다면 목숨받쳐서 일할 사람들 많을 것 같은데.. 말이죠..^^;;;

    우리나라 도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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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3.04.09 09:23 신고

      도입되더라도 위에서 말한 바대로 자기완결적이고 정량적으로 측정가능한 직무에만 한정적으로 도입해야 할 겁니다. ^^ 물론 익명으로 말이죠.

  3. 익명 2013.04.09 01:07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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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하라아빠 2013.04.10 14:38

    모든 직무에 이걸 도입한다면...
    결국 핵심은 직무별 생산성 지표를 삼는 기준을 뭘로 삼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죠.

    지표를 명확하게 잡기 힘든 직무에선 자신이 강한 부분을 지표에 더 참고해야 된다고 불만이 표출될거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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