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문명의 꽃을 피웠던 마야 문명은 왜 갑자기 멸망했을까? 거대한 제국을 형성하며 위세를 떨치던 로마는 왜 분열되었을까? 거대 석상 모아이를 제작할 만큼 높은 기술 수준을 자랑한 이스터 섬의 사람들은 왜 서로 잡아먹을 지경까지 이르러 붕괴되고 말았을까? 이 문명들이 몰락한 원인들에 대해 많은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오랜 가뭄이 원인이다’, ‘이방인들의 침입을 막지 못해서다’, ‘자원을 무분별하게 써서 없앴기 때문이다’ 등 여러 가지 일리 있는 가설을 내놓았지만, 결국 믿음이 사실을 대체했기 때문이라고 사회생물학자 레베카 코스타는 지적한다(주: 레베카 코스타, <지금, 경계선에서>, 장세현 역, 쌤앤파커스, 2011)

 


마야인들은 고질적인 물 부족과 식량 부족 문제를 겪으면서도 수천 년을 유지했다. 이는 그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수천 년이나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마야인들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점차 심각해지는 자원 부족 문제를 저수지를 만들거나 수로를 정비하는 등 예전에 했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 저수지를 만들어 봤자 비가 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도 말이다. 자원이 풍부한 곳을 찾아 주민을 이동시킨다든지 새로운 수원(水源)을 개발하는 등의 획기적인 해결책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문제 해결에 실패하자 마야인들에게서 믿음이 지식과 사실을 대신하는 현상들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발굴 현장에서 신체가 절단된 여성과 어린 아이들의 유해가 대거 발견되었는데, 이는 멸망 위기에 처한 마야인들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주술 행위에 집착했음을 말해 준다.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해법을 찾으려 하지 않고 격노한 신을 위로하는 것만을 유일한 해법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망하는 조직의 2가지 징조

1. 믿음이 사실을 대체한다       

  - '정신 승리'의 자세를 보인다

  - 상명하복을 강조한다          

 

2. 동일한 해결책을 반복한다  
   - 새로운 해결책을 배척한다 

   - '새로운 실패'를 처벌한다  



마야인들의 행동은 회사가 위기에 처하거나 성과가 하락하면 차등 보상을 도입하고 내부 경쟁을 독려하며 엄정한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통제 규정을 신설하며 다른 회사를 모방하는 등 기존의 방법을 강화할 뿐인 기업들의 일반적 행태와 매우 닮았다. 당신의 조직은 어떠한가? 그리고 당신의 조직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발췌: <착각하는 CEO>, 유정식 저, 알에이치코리아, 2013

 

Comments

지금의 멕시코와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찬란한 꽃을 피웠던 마야 문명이 몰락한 직접적인 원인은 스페인 정복자인 코르테스의 침략 때문이 아니다. 문명의 몰락은 이미 서기 800년 경에 시작되었다. 한때 적게는 300만, 많게는 14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인구로 북적거렸지만 코르테스가 1524년 즈음에 마야 문명의 중심지인 '페텐'에 도착했을 때 인구는 고작 3만 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코르테스


마야 문명이 몰락한 원인은 바로 '풍요' 때문이었다. 풍요는 자연스럽게 인구의 증가를 낳았다. 인구가 증가하자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들은 숲을 파괴해 농지를 개간하기 시작했다. 고고학자 데이비드 웹스터의 말처럼 "지나치게 많은 농부가 지나치게 많은 땅에서 지나치게 많은 곡물을 재배했다."

풍요는 또한 사치를 낳았다. 마야에는 건물 벽에 석고를 바르는 풍습이 있었다. 마야의 왕들은 사원과 궁전을 치장하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석고를 두껍게 바르기 시작했다. 석고를 만들려면 용광로에서 석회석을 녹여야 하는데, 이것때문에 막대한 양의 소나무가 땔감으로 쓰였다.

농지와 땔감 확보를 위해 삼림은 무차별적으로 파괴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마야 문명을 파국으로 이끌었다. 숲이 사라지자 침식 작용이 심해져서 토양 속의 양분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그 때문에 공들여 개간한 농지가 얼마 가지 않아 척박해지고 말았다. 또한 숲의 척박한 토양이 밑으로 흘러내려간 탓에 원래 비옥했던 골짜기와 평지의 토양까지 못쓰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삼림 파괴 때문에 강수량이 줄어들어 오랜 기간 가뭄에 시달렸다.

결국 곡식 수확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식량을 쟁탈하기 위한 피비린내 나는 내란이 시작되었다. 전쟁은 식량의 급감을 부채질하고 말았고, 배고픔과 전쟁 때문에 수많은 주민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다. 이것이 마야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마야 뿐만이 아니다. 로마 제국의 몰락은 세계 정복의 위업을 달성하자마자 시작되었고, 해가 지지 않을 거라 여겨진 영국은 빅토리아 전성기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몰락했다. 풍요해질수록 변화를 추구해야 할 이유가 적어진다. 변화하지 않으면 외부적인 요인에 대처할 힘을 잃기 때문이다. 대처하지 못하면 풍요는 곧 스러지고 몰락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많은 역사가 증명하듯, 풍요는 곧 몰락의 시작이다.

풍요 = 몰락의 시작


역사상 가장 빨리  포브스의 500대 기업에 랭크된 회사는 애플 컴퓨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악하기 짝이 없으나 당시로서는 꽤 괜찮은 성능을 자랑하던 PC인 '애플 II'가 갑작스러운 성공의 견인차였다. 1976년에 9만 5천 달러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1982년에 10억 달러를 초과했다. 고작 6년 만에 10,000 배가 넘는 성장을 한 애플 컴퓨터는 1983년에 포브스 500대 기업 41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젊은 갑부가 된다. 이때가 애플의 가장 풍요로웠던 전성기였다.

그러나 풍요는 몰락의 시작이라는 공식이 애플에게도 여지없이 들어 맞았다. 1982년에 '타임'지의 표지 인물로 오른 스티브 잡스는 3년 뒤에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날 거라 예상했었을까? 1982년에 정점을 찍은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그때까지 숨죽이고 있던 코끼리 IBM에 의해 서서히 잠식 당하고 그 뒤에 무수히 쏟아진 IBM호환 PC 때문에 애플은 도산 위기에까지 몰리고 만다.

10억 달러 이상의 적자로 허덕이던 애플이 1997년에 쫓아 낸 스티브 잡스를 다시 받아 들임으로써 그 해 1억 달러 흑자라는 반전에 성공하며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풍요가 몰락의 시작임을 회사의 역사가 증명하는 대표적인 회사임에는 틀림없다(지금 잘 나가고 있으니 뭐가 문제냐는 말은 하지 말자). 

"쇠퇴가 임박했음을 조기에 가장 잘 표시해 주는 것은 우량 경영에 대한 표창장들이다.한 기업이 랭킹 순위 1위에 오르면 이것은 문제가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다. 오늘의 수퍼스타는 내일 깊이 추락할 수 있는가장 좋은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헤르만 지몬은 경고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우습게 넘길 말이 아니다.


풍요는 마약과도 같아서 중독될수록 더 많은 '양'을 원한다. 국민들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다스릴지 고민하지 않고 석고를 얼마나 두껍게 바를 수 있는지와 같이 사소한 경쟁에 마야의 왕들이 집착했듯이 풍요는 마약처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작년(2007년)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폭행 사건 역시 풍요가 그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것이다.

아마 이와 비슷한 상상을 할지 모르겠다. "멋드러지게 꾸민 개인 전용 사무실에서 일한다면 아이디어가 더 많이 생기고 일도 열심히 할 수 있을 텐데...장서가 가득한 나만의 서재가 있다면 까짓 멋진 작품 수십 편은 쓸 수 있을 텐데..." 나도 가끔 이런 공상에 젖곤 한다. 그러나 좋은 환경이라는 풍요는 좋은 아이디어와 높은 성과를 담보하지 않기 때문에 끝도 없이 흘러가는 공상에 브레이크를 건다.

풍요할수록 변해야 할 이유를 상실하고, 상실된 목표의식은 자신을 게으름으로 몰고 간다. 게으름은 '내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구나'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드는데, 풍요로운 생활은 자신을 추스르도록 만들기보다는 술이나 오락처럼 방탕한 방식으로 죄책감을 해소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풍요로움에 대한 상상은 부질없는 '환상'이다. 풍요는 몰락의 시작을 알리는 슬픈 서곡이다.

스스로 풍요롭다고 생각하는가? 갑작스러운 행운과 성공이 찾아 왔는가? 만일 당신이 행운아라면 축하의 악수를 건네기 전에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풍요를 경계하고 보다 건설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것에 매진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인간은 더 많은 걸 항상 추구하는 동물이라 웬만해서 만족하는 법이 없고 또 행운아들은 매우 적은 법이기 때문이다.

풍요로움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는가? 떵떵거리는 부자가 되고 싶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가? 이런 사람은 매우 많을 것이다. 만일 당신 그 중 한 사람이라면, '내가 풍요롭지 않아서 나는 잘 하기가 힘들어'란 패배감에 당신은 아마 젖어 있을지 모른다. 혹은 '풍요로워진다면 그때 잘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자신의 처지와 무능의 이유를 애써 합리화하며 '노력을 유보'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성공과 성공이 가져다 주는 풍요를 기대하지 말라. 지금 바로 하지 않으면 당신은 매번 늦는다.

Comments

  1. asiale 2008.07.08 13:06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가 멸망시킨 나라는 마야가 아니라 잉카인듯한데요.. 마야와 잉카는 분명히 다른문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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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07.08 13:19 신고

      댓글 감사합니다. 마야 문명과 잉카 문명은 분명 다르죠. 잉카 문명은 역시 스페인 사람이었던 피사로에 의해 비슷한 시기에 멸망 당합니다. 마야와 아즈텍 쪽은 코르테스가 맞습니다.

  2. Favicon of http://news.egloos.com BlogIcon 자그니 2008.07.08 14:31

    1. 마야는 전염병이 무너뜨렸다..는 가설도 있긴 합니다.

    2. 당시 애플2는 최강의 피씨는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보급에 성공한 첫번째 개인용 피씨 였다는 것이 더 맞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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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07.08 14:50 신고

      댓글 감사합니다. 스페인 침략자가 옮긴 전염병 때문에 망했다는 설과, 애초부터 전염병이 창궐했다는 설이 있는데,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 기근, 전쟁, 가뭄 등에 의해 발생한 결과라 보여지네요. 애플II는 PC에 한정한다면 성능이 괜찮은 기종이었죠. 제록스와 같은 회사에서 개발한 더 뛰어난 PC가 있긴 했죠. 최강이란 말이 어색하다면, '성능이 꽤 괜찮은'이라고 바꾸도록 하지요.

  3. Favicon of http://ritzws.tistory.co.kr BlogIcon 하민빠 2008.07.08 16:55

    요즘의 경제 위기는 유동성 과잉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있던데요. 풍요가 위기를 부르는 게 사실인것 같습니다. ^^
    너무 성급히 일반화 시킨 건 아니겠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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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07.08 18:42 신고

      네. 말씀하신대로 지난 몇년간의 유동성 과잉이 거품을 만들었고, 지금은 그 거품이 꺼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제가 아니라)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더군요. 풍요는 몰락의 시작이라는 단적인 예죠. 감사합니다.

  4. Favicon of http://www.yupgiplus.com BlogIcon 엽기플러스 2008.07.08 16:59

    행복은 풍요에 있지 않단 말씀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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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07.08 18:43 신고

      퐁요하면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그 행복의 질은 얼마 안 되겠죠. 마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말이죠. 좋은 하루 되세요.

  5. k43 2008.07.08 18:00

    마야문명의 몰락 원인을 농지 문제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땅이 황폐해진다고 해서 천 만 명이 먹고 살던 곳이 3만 명으로 줄 수는 없습니다. 마야의 도시들이 정글에 지어진 것을 생각해보면 농지 황폐화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설득을 얻기 힘들고요. 페텐 역시 정글에 지어졌으며 3,000개가 넘는 거대 건축물로 채워진 웅장한 도시입니다. 먹는 문제가 생길 경우 인류는 더 풍요로운 땅으로 이주하거나 침략을 하지, 내전만으로 인구가 수 십 분의 일로 줄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마야의 몰락이 순식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환경 문제로 마야 몰락을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야 문명은 9세기 전후로 갑자기 사라집니다. 790년의 수 십 개 도시가 810년에는 12개로 줄고, 다시 20년 후에는 3개만 남는데 전쟁의 흔적도 없고 이주의 흔적도 없는 것이 마야문명 몰락의 수수께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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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8.07.08 18:57 신고

      마야 문명에 대한 위의 견해는 제 생각이 아니라, 고고학자와 문화인류학자(데이비드 웹스터, 리처드슨 길,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의 연구 결과입니다.^^ '나비효과'처럼 '아닌 것 같은' 원인이 큰 파국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법이죠. 의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