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능력은 조직의 책임   

2011. 3.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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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얼 맥길 대학의 제프리 모길과 일리노이 대학의 연구자들은 특이하고 재미있는 실험을 10년 동안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바로 '생쥐 꼬리를 뜨거운 물에 담그는 실험'입니다. 모길의 실험이 생쥐 입장에서 보면 불쾌하고 잔인한 실험일지 모르지만, 실험의 목적은 49도 정도되는 뜨거운 물에 생쥐의 꼬리를 담그면 생쥐들이 고통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를 관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49도는 생쥐가 느끼기에도 뜨겁기 때문에 꼬리를 담그자마자 생쥐들은 얼른 꼬리를 빼내겠죠?

헌데 뜨거움에 반응하는 속도는 생쥐마다 달랐습니다. 즉시 꼬리를 빼는 생쥐가 있는 반면, 어떤 쥐들은 1~2초 늦게 꼬리를 빼고, 심지어 3~4초나 늦게 꼬리를 빼는 생쥐도 있었습니다. 실험실의 환경과 조건은 모든 생쥐에게 동일했기 때문에 고통에 민감하냐 둔감하냐의 정도는 오로지 생쥐들에게서 기인한다고 봐도 됩니다.



그렇다면 생쥐의 어떤 면이 고통에 대한 민감성을 결정할까요? 아마 여러분은 생쥐들 각각의 유전적 차이에 의해서 민감성이 결정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맞습니다. 모길이 10년 동안 계속해서 실험을 하면서 어떤 유전형을 가진 쥐들은 다른 쥐들보다 평균적으로 빨리 꼬리를 뜨거운 물에서 빼냈습니다. 이로써 유전자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소위 '유전자 결정론'이 증명된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모길이 실험 데이터를 좀더 면밀하게 따져본 결과 유전자가 아닌 다른 요인이 꼬리를 빼내는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8천 마리 이상의 생쥐를 괴롭혀서 모길이 깨달은 제2의 요인은 바로 '환경'이었습니다.

생쥐들은 같은 유전형을 가지더라도 서로 생육된 환경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생육된 환경을 추적해보니 바글바글거리는 비좁은 곳에서 자란 생쥐가 있는 반면, 넓은 곳에서 자란 생쥐가 있었습니다. 생육 환경 뿐만 아니었습니다.단순히 실험을 위해서 생쥐를 방에서 처음 꺼냈느냐 아니면 두 번째나 세 번째로 꺼냈느냐도 꼬리 빼기 반응시간에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게다가 실험을 점심 때 했느냐 저녁 때 했느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모길이 이렇게 개별 생쥐에게 주어진 환경적인 차이를 가능한 한 모두 기록해서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생쥐의 유전형보다 실험을 누가 수행했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것이 발견됐습니다. 우습게도 누가 생쥐를 우리에서 꺼내와서 생쥐의 꼬리를 뜨거운 물에 담갔느냐가 유전자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종합적으로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니, 꼬리를 빼는 반응시간에 유전적인 요인은 27%, 환경적인 영향은 42%,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이 19%의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꼬리를 뜨거운 물에서 빼내는 행동은 단순한 무조건반사입니다. 그래서 오직 유전자만이 관여할 거라고 여겨지는 행동이죠. 그런데도 환경이 유전자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만약 꼬리 빼내기보다 더 복잡한 행동(예컨대 미로 속에서 먹이를 찾아내는 행동)이라면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모길은 추측했습니다.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유전자 뿐만 아니라 환경이 인간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을 오직 유전자의 숙주 혹은 '유전자 기계'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죠. 유전자는 기본적인 밑그림일 뿐, 그 위에 어떤 색깔로 채색을 하냐는 환경의 몫이라는 시사점도 줍니다. 결국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와 환경의 합동 작품이지 어느 한 쪽의 단독 콘서트가 아닙니다.

경영에서 모길의 실험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직원들이 보이는 능력과 성과는 보통 직원 각자가 가진 오직 두뇌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고방식은 지양되어어야 함을 시사합니다. 지능이나 선천적인 능력이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직원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느냐가 더 큰 요인이라는 점이죠. 머리 좋고 학력 좋은 직원이 조직에 들어와 그저그런 범재(凡才)가 되는 일이 잦다면 조직이 그런 직원들의 능력을 키우는 좋은 토양이 못된다는 뜻일 겁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조직의 제1조건은 범재로 들어온 직원을 준재(俊才)로 키워내는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인프라입니다. 그리고 조직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직원들 개인에게 떠넘기는 식의 '개인 중심의 성과관리'는 그러한 좋은 조직 풍토를 망가뜨리는 나쁜 제도가 될 수 있습니다. 100명의 직원을 뽑아 그들 대부분을 좋은 인재로 키울 기회를 마다하고 그들 중 뛰어난 유전적 능력을 갖춘 사람을 선택하겠다는 식으로 성과관리가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지 않는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직원들의 성과가 성에 차지 않고 능력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직원들 자신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조직의 그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도록 이끌어내지 못한 조직의 책임이 큽니다. 비전이 없고 전략이 부실할뿐더러 사업이 경쟁력이 없는데 직원들이 어떻게 자기 능력을 회사에서 발휘할 수 있을까요? 직원들의 성과가 오로지 유전적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애초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채용한 조직의 책임이죠. 따라서 회사 성과의 책임을 개인들에게 묻는 성과관리는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을 벌주는 것과 같습니다.

일 못하는 직원들을 싹 내보내고 일 잘하는 스타 직원들로만 조직을 채우면 회사가 잘 나갈까요? 이런 생각은 너무나 순진합니다. 머지 않아 예전과 똑같아진 모습을 목격할 테니까요. 직원의 능력은 조직의 책임입니다.

(*참고논문 : http://www.ncbi.nlm.nih.gov/pubmed/12667496 )
(*참고도서 : '호모 루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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