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회사를 판별하는 지표   

2011. 2. 18. 09:00



여러분이 누군가로부터 A라는 회사를 소개받을 때(혹은 헤드헌터로부터 제의를 받았을 때) "이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아닌가?"란 궁금증이 아마 제일 먼저 들 겁니다. 이럴 때 여러분은 그 회사의 무엇을 보고 '좋은 회사인지 아닌지'를 금방 가려낼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엔 그 회사의 '이직률(Employee Turnover)'를 가장 먼저 살펴봅니다. 경험상 이직률 데이터와 추이는 '회사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고 외부인이 회사의 분위기를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컨설턴트나 auditor가 아니면 외부인이 회사의 이직률을 알기가 쉽지는 않겠죠). 

이직은 직원 개인에게 매우 중대한 의사결정입니다. 요즘처럼 고용이 불안한 시절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직을 결심한다는 것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얼마나 비전을 주지 못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죠.



물론 이직률이 낮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안정을 추구하려는 심리로 사람들이 현재 다니는 직장에 머물려고 하기 때문에 이직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직률이 높다고 해서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니죠. 회사가 사양사업을 버리거나 축소할 때(즉 구조조정할 때), 또는 성장사업이라서 여러 회사에서 영입 제의가 쏟아질 때 일시적으로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 요인이 없는데도 이직률이 높아진다면 이미 심각한 문제가 여기 저기에서 불거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직을 결심할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과 같이 크게 7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한번 이상 이직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7가지 이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 연봉이 적다(다른 회사가 더 많이 준다)
- 회사가 위태위태하다(회사가 비전을 못 준다)
- 공부를 더 하고 싶다(진학이나 유학)
- 조직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
- 사람과의 관계에서 피로감을 느낀다
- 직무가 자신의 역량이나 성격에 맞지 않는다
- 입사할 때의 기대와 많이 다르다

본래 직원이 사직서를 내면 '퇴직 인터뷰'를 거쳐야 합니다. 그 직원이 왜 나가기를 결심했는지 조사해야 무엇이 회사의 문제인지 파악하여 개선할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퇴직 인터뷰는 고사하고 사원증이나 PC를 반납했는지 등과 같이 '정산 처리'만 겨우 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게다가 퇴직 인터뷰를 의무화하는 회사들 중 많은 곳이 기록을 남기기 위한 절차로 인터뷰를  형식적으로 운영합니다. 개선을 위한 데이터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죠.

직원 한 사람이 이직하면 회사는 얼마나 큰 데미지를 입게 될까요? 어떤 경영자는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 그만큼의 임금이 절약되니 이익이라고 생각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크게 잘못된 겁니다. 다음과 같은 각종 비용이 직원 한 사람의 이직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 대체인력을 뽑는 데 드는 비용
- 대체인력을 뽑기 전까지 공백기간에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이 어느 정도 일을 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과 기존직원들이 호흡을 맞추기까지 발생하는 생산성 저하
- 대체인력을 교육시키는 비용

비즈니스 위크 지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하는 직원 1인당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직원 규모가 1천 명이고 이직률 10%면, 1년에 100명의 직원이 이직을 한다는 소리니까 대략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의 비용(10억~30억 원 정도)이 알게 모르게 지출된다는 말이죠.

이 비용이 별로 크지 않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퇴직하는 직원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지는 '암묵지'의 가치를 감안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생각보다 아주 큽니다. 게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면 우수인재일수록 서둘러(?) 이직을 하기 때문에 기업의 핵심역량에 큰 타격을 입습니다. 따라서 이직률을 1%P 낮추려는 노력이 매출을 1%P 높이려는 노력보다 중요합니다.

이미 높은 이직률 혹은 갈수록 높아지는 이직률을 간과하는 일은 회사의 암세포 덩어리를 그냥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직률 상승은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대표적인 '자각증상'이기 때문입니다. 자각증상까지 이르지 않도록(이직률이 높아지지 않도록) 평소에 조직관리를 잘 해야 좋겠지만, 이직률이 올라갈 때 신속히 문제해결에 나서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 회사의 이직률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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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overock.tistory.com BlogIcon oveRock 2011.02.18 10:12

    전에 선생님이 추천해주셔서 읽게 됐던 Slack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조금 디테일하게는, 3~5년차 정도의 직원 이직률이 높은 기업은 정말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이 업무에 이해하고 능숙해지는 데 들어가는 매몰 비용을 감안한다면, 정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고 봅니다.

    제 지인이 '나사 이론'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이게 진짜 존재하는 이론인지, 아니면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것도 아니면 자기가 만들어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비를 위해 자동차를 낱낱이 분해점검한 다음 다시 조립할 때는, 어딘가 모르게 남는 나사가 반드시 있다는 겁니다. 워낙 정교하고 복잡한 기계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죠. 이게 어디에 달려있던 나사인지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결국 제 위치를 찾지 못하면, 그냥 포기하고 시동을 걸어도 그 차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달린다는 겁니다. 조직에서 인재란 언제든지 대체될 수도 있고, 또한 그러고도 아무런 문제 없이 운영될 수 있어야 건강한 조직이라는 생각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지요.

    이것이 인재에 대한 일반적 오해이라고 봅니다. 인재는 나사와 달리 오더만 넣으면 어디선가 금방 배달되어 오지도 않을뿐더러, 이직은 기업이 흔들리는 원인이기보다는 징후라고 보는 것이 옳은 시각일텐데 말이죠.

    엑소더스에 가까운 이직이 줄을 잇는데 여전히 천하태평한 모 기업 생각이 문득 떠올라 댓글 남기고 갑니다. 언제나 좋은 글 너무나 감사합니다.
    (아, 제가 다니는 회사가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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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1.02.18 14:10 신고

      '나사이론'을 잘 뜯어보면 기업이란 조직이 기계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좀 엉성해도 '굴러' 가니까 말입니다. ^^ 기업의 자산은 대부분 무형자산이고, 그 무형자산의 원천이자 저장고가 인력이기 때문에 이직률에서 위험의 징후를 파악하지 못하면 머지않아 큰 위기에 처하리라 봅니다. ^^

  2. 하드럭 2011.02.18 13:05

    타당한 이야기인듯합니다.
    특히나 PC 빼고 유형자산이라고는 없는, 오직 사람밖에 없는 회사라면 더더욱 중요할텐데...


    그런데 혹시 외부인이 이직율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우리회사의 이직율도 잘 모르는데...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1.02.18 14:12 신고

      위의 글에 '컨설턴트가 아니면 이직률을 외부인이 쉽게 알기는 어렵겠죠'란 말을 빼먹었네요. 그래도 업계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을 통해 그 회사의 이직률을 대략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