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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당초 '인과분석(Causality Analysis)'에 대하 설명하려 했으나, 그 내용이 좀 방대하여 정리 중에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문제해결 과정의 '분석' 단계로 다시 돌아가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둘을 한 마디로구분해서 표현할 수 있습니까?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아래와 같이 '대충 그럴 것 같다' 수준으로만 알 뿐 자세한 정의를 금세 대답하지 못하리라 짐작되는군요.
"대충 정의"정성적 분석(Qualitative Analysis) --> 숫자가 아니라 말로 설명하는 분석정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 --> 숫자로 측정하고 표현하는 분석
이런 정도만 알아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문제를 눈 앞에 둔 문제해결사는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해결 과정에서 이 두 가지 분석이 항상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이란 말은 원래 화학(化學, Chemistry)에서 나온 용어인데요, 화학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알아보면 차이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화학에서는 이 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써놓고 보면 그리 어려운 정의가 아니구나 느낄 겁니다.
화학에서 말하는정성적 분석(Qualitative Analysis) = 물질의 성분이나 성질을 밝히기 위한 분석정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 = 성분과 성질의 양적 관계를 밝히기 위한 분석
생전 처음 보는 물질을 눈 앞에 접했을 때 여러분은 그것을 만져보기도 하고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뜨려보기도 합니다. 이런 관찰을 통해 그것의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무취하면 탄성이 약하다는 등의 결과를 얻습니다. 더 나아가 여러분이 물질의 성분을 분석할 방법과 도구를 가졌다면 그것을 이루는 물질이 금속인지, 금속이라면 어떤 금속인지 따위를 밝힐 수 있습니다. 이런 분석이 정성적 분석입니다.
여러분이 호기심으로 충만하다면 과연 A라는 금속은 얼마나 들어있는지 궁금할 겁니다. 손으로 물체를 깨거나 특수한 용액에 담가서 A라는 금속을 분리시키고 저울에 달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 15그램 들어있구나" 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분석이 바로 정량적 분석입니다.
정성적 분석은 물질의 성분이나 성질(질량, 길이 등)에 관한 것이므로 '비수치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기록합니다. 반면 정량적 분석은 양적 관계에 관한 것이므로 반드시 '수치'로 산출되고 기록됩니다. 위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알고있는 정의가 '대충 정의'라고 말한 이유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분석의 결과를 기록하는 방법으로만 각각을 정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두 개의 분석에 대해 가진 편견을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정성적 분석은 수치를 내놓지 못하니까 지양해야 한다", "수치로 명확하게 나오는 정량적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는 식의 편견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보통 정량적 분석이 정성적 분석보다 더 정확하고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숫자로 표현되어야 "정말 분석 잘 했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두 개의 분석 방법은 절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화학에서 이 둘은 순차적으로 일어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집니다. 간혹 특별한 경우에는 시간적으로 두 개의 분석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정성적 분석을 수행해서 성분과 성질을 규명하고 그 후에 정량적 분석으로 성분과 성질의 양을 측정합니다.
정성적 분석만 한 채 정량적 분석은 하지 않거나, 반대로 정성적 분석을 건너뛰고 정량적 분석만 하는 경우는 화학 연구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 개의 분석이 모두 완료돼야 '그 물체(혹은 물질)에 대해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문제해결사 여러분은 가설에 대한 분석(실증)을 행할 때마다 항상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순차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분석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만약 문제가 "이익이 갑자기 급감한다"이고 이에 대해 "판매관리비의 증가가 원인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사는 어떻게 분석을 진행해야 할까요?
[정성적 분석]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성적 분석에 임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판매관리비'를 생전 처음 보는 물체라 간주하고 그것이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고 어떤 성질을 나타내는지 파악하려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알아차렸겠지만, 정성적 분석은 2개의 세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정성적 분석의 세부 단계1) 먼저 분석 대상의 '성분(component)'을 밝힌다2) 각 성분의 '성질(nature, character)'을 밝힌다
그렇다면 판매관리비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됐는지 살펴야 하겠지요. 그런데 "판매관리비를 구성하는 요소는 손익계산서만 보면 항목이 다 나와있는데 굳이 어떤 성분인지 따져야 하나?"는 의문이 들지 모르겠군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든 예시이므로 이런 의문이 충분히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석하려는 관점(viewpoint)에 따라 분석 대상의 성분을 다르게 규명해야 합니다. 판매관리비를성하는 세부 항목이 자명하다 해도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회계감사를 목적으로 구분된 것들이므로 가설을 증명하는 데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문제해결사는 자명하게 보이는 판매관리비 계정들을 새롭게 그룹핑해서 의미 있는 성분들로 가려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과 같이 판매관리비를 이루는 성분을 알아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판매관리비= 급여성 지출 + 감가상각비 + 수수료 일체 + 유지비 + 광고선전비 + 잡비
판매관리비는 손익계산서 계정이므로 이렇게 성분을 규명하기가 용이하지만, 분석 대상이 '팀장의 업무'라고 한다면 업무의 성분을 규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팀장의 리더십'이라는 차원 높은 분석 대상이라면 성분을 찾기가 더 난해하겠지요. 그래서 정성적 분석은 문제해결사의 개인적 능력에 달렸습니다. 보통 정량적 분석이 정성적 분석보다 더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는데요, 정성적 분석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정량적 분석으로 제아무리 측정을 한다한들 의미가 없기 때문에 정성적 분석이 사실 더 어렵고 중요합니다. 이 점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성분을 규명했으니, 각 성분의 성질을 파악할 단계입니다. 판매관리비 중 '급여성 지출'이라는 성분의 성질을 규명한다고 가정하면, 그 성질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주의해야 합니다. 성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면 '급여성 지출이 하락한다, 상승한다'라는 식의 답변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치적인 대답은 이후에 이뤄질 정량적 분석의 결과로 나와야 합니다.
정성적 분석에서 말하는 성질은 분석 대상이나 성분이 가질 수 있는 '특성 자체'를 말합니다. 말이 좀 어렵네요. 그렇다면 예를 들어 급여성 지출이라는 성분은 어떤 성질을 가질까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예가 됩니다.
'급여성 지출' 성분의 성질-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추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증가율 추이 (그냥 추이와는 다름)- 총 금액이 아닌, 1인당 급여성 지출액의 추이- 경쟁사 A사와의 Gap 또는 추이....
보다시피 성질이란 급여성 지출이 나타내는 특성 자체를 의미하지, 특성의 측정값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유의하기 바랍니다.
[정량적 분석]
정량적 분석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급여성 지출'의 성질 중 '경쟁사 A사와의 Gap'을 선택했다면 관련된 데이터를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도구를 사용해 Gap의 크기를 계산하고, 결과를 보기 쉽게 그래프나 표로 그리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그런 다음 커피콩에서 커피를 뽑아내듯이 그래프나 표를 찬찬히 음미하면서 의미를 추출해 냅니다.
자, 여기서도 정량적 분석의 세부 단계가 발견됩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4단계 과정입니다.
정량적 분석의 세부 단계1) 데이터를 수집한다2) 데이터를 분석한다 (여기서의 분석은 '협의의 분석'을 말함)3) 결과를 시각화한다4) 의미를 추출한다
보다시피 성분과 성질을 파악하는 정성적 분석 과정에 비하면 정량적 분석은 머리를 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손과 발을 많이 쓰는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정성적 분석에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디어만 잘 떠오르면 짧은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습니다.그러나 정량적 분석은 시간을 투여한 만큼 좋은결과가 산출되는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요합니다. 특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외부 데이터이거나, 내부 데이터라 해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장량적 분석 대부분의 시간을 데이터 수집에 들여야 하겠지요.
정량적 분석의 세부 단계들을 각각이 하나씩의 장(章)을 이룰 만큼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이 정도로만 언급하고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뒤로(언젠가 올릴 포스트로) 미루겠습니다.
여기서 여러분은 이런 의문이 들지 모르겠네요.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성질'을 어떻게 정량적으로 분석하지?"라고 말입니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건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접고 역시 다음 포스트를 기약할 수밖에 없군요. 이 글이 너무 길어지면 읽기에도 벅찰 뿐더러 저도 이제 다른 일을 하러 나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느낌으로 글을 쓰려했는데 길어지고 말았네요. 오늘도 즐겁게 문제해결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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