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밝은 표정으로 업무에 임하고 일을 주도하는 직원이 여러분 조직에 적어도 한 명쯤은 있을 겁니다. 그를 '김 대리'라고 해보죠. 어느 날, 윗선에서 갑자기 임원회의 진행을 위한 자료 조사처럼 급한 일을 지시 받았습니다. 여러분이 팀장이라면 이 일을 누구에게 부탁하겠습니까?
여러분은 무의식적으로 김 대리를 떠올릴 것입니다. "김 대리는 일하는 걸 좋아하니까 이 일을 기꺼이 수행할 거야. 다른 팀원들은 불평하겠지만 김 대리는 늘 긍정적인 사람이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거고 말이야." 심지어 "이렇게 내가 일을 제일 먼저 부탁하면 김 대리는 '팀장님이 날 신뢰하는구나'라고 더욱 믿겠지?"라고 짐작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코넬대와 노스이스턴대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를 보고 나면 이런 믿음이 착각임을 바로 알아차릴 겁니다. 이 연구는 열정 넘치는 직원에게 일을 더 맡기는 것은 신뢰의 표현이기는커녕 그런 유능한 직원을 망치는 '가혹한 처벌'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매니저 1명과 직원 2명으로 된 팀에 배정했습니다. 직원들에게는 '데이터 입력'이라는 주 업무가 주어졌고, 매니저에게는 성과가 좋은 직원 한 명에게 '5달러의 보너스'를 줄 권한이 부여됐죠.
직원들이 보너스를 타기 위해 데이터 입력에 몰두할 때, 연구진은 매니저에게 미션을 줍니다. 보너스 평가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 '단어 수치 계산'이라는 엉뚱한 추가 업무를 두 직원 중 한 명에게 할당하라는 주문이었죠. 매니저들은 누구를 선택했을까요? 놀랍게도 매니저의 74%가 사전에 '일을 즐긴다'고 답한, 즉 내재적 동기가 높은 직원을 택했습니다.

그렇다면 일의 성과는 어땠을까요? 추가 업무를 떠안은 열정적인 직원은 주 업무를 수행할 시간을 뺏겨 성과가 반토막이 났고(평균 37개 vs 72개) 결국 보너스를 받을 확률이 31.37%로 뚝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추가로 일을 떠맡아 열심히 일했는데도 보너스를 덜 받는다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니 직원에게 일을 추가로 부여하는 것은 리더가 직원에게 보내는 신뢰의 표현이 아니라 처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유능하고 열정적인 에이스 직원이 억울하게 보상을 덜 받고 번-아웃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구진은 2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첫째, 업무 지시 방식을 변경하는 것입니다. 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건건이 담당자를 정하지 말고, 여러 개의 추가 업무를 모아서 한꺼번에 배분하는 다중 의사결정(Multi-decision) 방식을 도입하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하면 매니저들은 누가 얼마나 많은 일을 배당받았는지 전체적인 패턴을 살필 수 있어서 특정 직원에게만 일이 쏠리는 오류를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리더 본인의 인식을 교정하는 것입니다. 일을 사랑하는 직원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일에 과도하게 몰입하기 때문에 번-아웃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때문에 남들보다 보상을 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실을 설명하는 짧은 글을 읽고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매니저들이 내재적 동기가 높은 직원에게 맹목적으로 업무를 몰아주는 편향이 크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리더의 입장에 있다면 바로 지금, 지난 한 달간 여러분이 어떤 팀원에게 어떤 업무를 지시했는지 확인해 보세요. 만약 특정 직원에게 일이 집중돼 있다면 소중한 인재가 억울하게 '소진'되는 중임을 깨닫기 바랍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끝)
*참고논문
Bae, S., & Woolley, K. (2026). Managers Allocate Additional Tasks to Intrinsically Motivated Employees: Exploring Mechanisms, Consequences, and Solutions. Organization Science.
'[연재] 시리즈 > 유정식의 경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심리적 안전감이 항상 특효약은 아닙니다 (0) | 2026.03.27 |
|---|---|
| 임원보다 직원이 AI를 적게 사용하는 이유는? (0) | 2026.03.26 |
| 고수들의 AI 활용법은? (0) | 2026.03.25 |
| AI는 외국 기업에게 관대(?)합니다 (0) | 2026.03.24 |
| AI의 가스라이팅에 휘둘리지 마세요 (2) | 2026.03.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