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쓴소리해 주는 동료를 멀리한다   

2016. 9.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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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 나아가 조직 전체의 성과 향상을 위해서는 상사와 직원들 사이, 동료들 사이에 수시로 건전한 피드백이 오고 가야 한다는 점은 이제 경영의 상식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피드백은 상대방의 성과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 말고도, 비록 ’나의 관점’이지만 업무 개선이나 성과 창출 과정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관하여 조언하고 평가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상대방에 대한 조언이나 평가는 그 특성상 ‘부정적인 피드백’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군가가 ‘나는 이 영역에 대해 90점이야’라고 여긴다고 해보죠. 이럴 때 어떤 사람이 그에게 피드백(조언이나 평가)을 해 준다면 그는 그 말을 ‘아니야. 자네는 70점이야’라고 받아들이기가 쉽다는 것이죠.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습니다. 피드백 받는 사람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독려하기 때문이고, 조직의 성과 향상은 차치하고서라도 자신의 발전에 부정적인 피드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동료(혹은 상사)를 멀리하지 않고 ‘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늘 존재하도록 해야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현명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폴 그린 주니어(Paul Green, Jr.)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직원들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동료로부터 알게모르게 멀어지려 하고 자신의 긍정적인 면만을 봐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린은 30년 전통의 미국의 모 식품회사에서 직원 300여명에 대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개년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회사는 특이하게도 직원들이 재량껏 자신의 역할 범위, 책임, 성과물 등을 1년 단위로 결정하도록 하는 유연한 경영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공식적인 평가 없이 동료들끼리 피드백을 주고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직이었죠. 그리고 매년 직원들은 동일한 지표(‘리더십’, ‘의사소통 및 협업’, ‘직무 스킬’)를 가지고 스스로를 평가(자기평가)하고 동료들을 평가(타인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직원들은 자신에게 피드백해 주고 자신을 평가해 주는 동료들을 매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의무적으로 피드백 네트워크에 포함된 동료들도 있었음). 그린은 직원들이 누구를 계속 자신의 피드백 네트워크 안에 두거나 아니면 탈락시키는지 분석했는데, 자기평가 점수보다 낮은 점수를 준 동료들을 네트워크에서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런 동료들은 자기평가 점수와 비슷하거나 높은 점수를 준 동료들보다 탈락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평가점수는 7점 척도로 주어졌는데, 동료평가 점수가 자기평가 점수보다 1점 낮을 경우, 그렇게 점수를 준 동료가 해당 직원의 피드백 네트워크에서 탈락될 가능성은 44퍼센트 더 높았으니까요. 자신이 스스로 평가한 역량 수준을 부정하는 동료들을 멀리하고 자신의 역량 수준을 인정해주는 동료들을 가까이 한다는 것이죠.


실험실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린은 300명의 학생들에게 두 명씩 짝을 이루게 한 후에 짧은 이야기를 가능한 한 독창적으로 짓도록 했습니다. 글을 다 쓴 후에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독창성을 스스로 평가했고, 파트너가 평가한 독창성 점수를 통보 받았죠. 동료평가 점수는 사실 자기평가 점수보다 2점 높거나 2점 낮은 점수를 임의로 부여한 것이었습니다. 그린은 파트너와 짝을 이루어 보상이 걸린 퀴즈에 임하도록 했는데, 기존의 파트너와 계속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파트너로 바꿀 것인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파트너로부터 후한 평가를 학생들은 7퍼센트만 짝을 바꾸겠다고 말한 반면, 파트너로부터 박한 평가를 받은 학생들은 28퍼센트가 새 파트너와 함께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 실험에서도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멀리하려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린의 연구에서 이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식품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연구에서 그린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동료들로 새로운 피드백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직원들에 비해 다음해의 성과가 하락하고 그에 따라 보너스도 적게 경향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소리를 하는 동료들만을 피드백 네트워크에 끌어들인다면 개인의 발전과 성과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실증된 것이죠.


요즘, 기존 평가제도를 없애고 피드백 체계로 전환하면서 직원들 스스로 ‘나에게 피드백해 줄 사람’을 매년 선택하도록 하는 조직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조직들은 그린의 연구를 유념해야 할 겁니다. 그린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식품회사의 경우가 어느 조직에서나 항상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자신에게 쓴소리를 하는 동료들을 피드백 네트워크에서 제외시키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지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시해야 합니다. 그러한 경향을 방치한다면 평가를 없앰으로써 얻는 효과는 사라질뿐더러 ‘피드백이 효과 없으니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드백을 통해 직원 개인과 조직의 동반 성장을 꾀한다면 항상 면밀한 관찰이 필수적입니다. 이것은 인사팀의 역할입니다.



(*참고논문)

Green, P., Gino, F., & Staats, B. (2016). Shopping for confirmation: How threatening feedback leads people to reshape their social network. Working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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