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업 CEO가 하기 쉬운 채용의 실수들   

2014. 4. 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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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인간이 개미만한 크기가 된다면 빗방울을 맞을 때의 충격은 어느 정도일까? 대수롭지 않게 맞고 다녔던 빗방울이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처럼 느껴질 것이다. 환경이 예상 불가능한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조직을 흔들어 댈 때 대기업은 지식 기반, 고객 기반, 자금 기반 등이 튼튼한 탓에 변화의 충격을 조직 안으로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크기가 작은 중소기업은 조직의 존폐를 걱정하거나 큰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이유로 중소기업 CEO들은 경영의 실수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데, 특히 내외부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때는 더욱 그래야 한다. 그렇다면 중소기업 CEO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는 무엇일까? 뭐니뭐니 해도 중소기업은 하루하루의 매출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사람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사실 경쟁력은 기술이나 제품이 아니라 사람으로부터 나오는데 말이다.


사람 관리에 있어 가장 큰 실수는 ’너무 빨리’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서 곳곳에 인력의 빈 구멍이 생길 때 정신없이 사람을 뽑아서 메우려다 기업의 철학과 맞지 않는 사람을 뽑는다.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는 경영자의 조급함도 이런 행동을 부추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대충 막 뽑은 직원들’로 인해 ‘굴러온 돌’과 ‘박혀 있던 돌’ 사이에 갈등 구조가 생기고 ‘오손도손했던 분위기’는 이기적인 문화로 변질된다.


‘파이브 나인스 테크놀로지 그룹’이라는 IT컨설팅업체는 새 고객사를 확보하는 바람에 CEO 닉 보크(Nick Bock)는 엔지니어를 뽑느라 정신이 없었다. 23명이었던 직원이 47명까지 늘어나면서 직원관리가 소홀해지다보니 업무의 지연 현상이 발생했고 직원 하나가 퇴사하는 등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보크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면서 상황을 부드럽게 하느라 한동안 애를 먹었다. 52명의 직원을 보유한 ‘앨로전트 코퍼레이션’의 CEO 브라이언 가브리엘(Brian Gabriel) 역시 임원 하나 잘못 뽑은 게 지금껏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출처: rosengroup.com



이런 실수는 채용을 ‘구매’의 관점으로 보기 때문에 발생한다. 입맛에 맞는 인력을 연봉이라는 가격을 치르고 구매한다는 관점은 평소에 인력 채용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필요할 때 사면 되지, 뭐 하러 평소에 관심을 두냐’는 게다. 하지만 보크는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채용은 ‘판매’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깨달았다. 제품을 마케팅할 때 목표고객을 설정하고 그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이나 라이프 스타일 등을 면밀히 연구하듯이, 채용할 때도 ‘목표 지원자’를 설정해서 그들에게 우리 회사를 팔아야 한다. 


우리 회사를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객에게 제품 구매를 설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마찬가지로 지원자에게 우리 회사를 ‘사라고’ 설득할 때도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일이 닥치고 나서야 채용하려 들지 말고 평소에 ‘목표 지원자’들을 자주 만나서 그들에게 우리 회사를 충분히 알리고 ‘천천히’ 우리 회사에 어울리는 지원자들이 주변에 모이도록 해야 한다.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어도 좋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받아두고 의견을 청취하면 어떨까? 조직이 원하는 인재가 발견되면 그에게 회사를 알리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빈 자리가 없더라도 채용할 필요가 있다. 보크는 6주마다 적어도 1명의 직원을 채용한다고 한다. ’보물’이 떨어져 있는데 줍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번외 인력’에게 나가는 인건비가 아깝다고 채용을 미루는 것처럼 어리석은 실수는 없다. 


채용을 ‘판매’ 관점을 접근하려면 ‘3-3-3 법칙’을 준수하라. 하나의 직원을 뽑으려면 3명 이상의 지원자를 만나야 하고, 한 명의 면접관이 한 명의 지원자를 3번 이상 만나야 하며, 한 명의 지원자는 3명 이상의 면접관을 만나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한 명의 직원을 뽑기 위해 굉장히 오랜 시간을 쏟아야 한다. 사람을 잘못 뽑아서 발생하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는 이미지와 보상의 한계 때문에 ‘지원하는 것만으로 고맙다’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뽑은 다음에 교육을 잘 시키면 되지 않는가?’라는 변명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실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기업에서 실시하는 몇 번의 교육만으로 직원의 기질, 소질, 가치관, 성격 등은 바뀌지 않는다. 조직이 교육시킬 수 있는 부분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이나 스킬 정도다. 사람에 투자하라는 말은 교육을 잘 시키라는 말이 아니다. ‘꼭 맞는 사람을 뽑아서 그들을 육성하라’는 게 보다 정확한 의미임을 깨달아야 한다.


출처: 미상



인재를 영입하고 싶지만 기존의 연봉 틀을 고집하는 것 역시 중소기업 CEO의 실수 중 하나다. ‘나중에 회사가 잘 되면 그때 보상을 많이 하겠다’는 사탕발림이나 읍소는 오래가지 못한다. 직원에게 기대하는 만큼 연봉을 지급하라.


사람 관리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실수는 ‘새로운 인력관리 기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스탠포드 비즈니스 스쿨의 마이클 해넌(Michael Hannan)과 제임스 베이런(James Baron)은 1995년부터 2001년에 걸쳐 실리콘밸리의 181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인력관리 제도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폈다. 그랬더니 인력관리의 방향을 새로이 설정하면 관리비용이 높아지고, 이직률이 증가하며, 매출과 이익이 떨어지고, 도산 가능성이 두 배나 증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인력관리 방향의 변화가 항상 좋은 것만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변화는 오히려 그 자체가 리스크일지 모른다. 특히 중소기업처럼 맷집이 약한 조직에게는 더욱 그렇다.


중소기업은 인력 상의 변화를 추진하기 전에 반드시 그러한 변화가 꼭 필요한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특히 성과주의적인 인력관리는 조심해야 한다. 성과주의가 오히려 회사의 역량과 관계를 훼손하는 암적 요소가 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득보다 실이 더 크다면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어렵게 결정하고 천천히 결정하라’는 조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질까 한다. 단 한 번의 조치로 거친 환경을 극복하겠다는 생각보다 점진적인 개선과 수정으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현명하다. 평소에 좋은 인력을 엄선하려고 노력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인력관리 기법 역시 엄선해서 수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소기업 CEO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보수의 가치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본 글은 IBK경제연구소가 발간하는 '중소기업 CEO 리포트 4월호에 실린 저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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