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공고를 내고 이력서를 받아보니 어떤 지원자 이력이 회사에서 그 직무에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다고 가정해 보죠. 학력도 높고 경력도 오래 되고 더 좋은 직장에 다녔으며 수행한 업무의 수준도 꽤 높은 지원자입니다. 여러분이 채용 담당자라면 이 지원자에게 전화해서 인터뷰를 하자고 전화를 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그 이력서를 덮어 버리고  회사에 요구하는 ‘딱 적당한 수준’의 지원자를 찾으려고 할 것 같습니까?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 이유는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overqualified) 지원자를 뽑으면, 그 직원은 낮은 수준의 회사 업무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또 주변 동료들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고), 좋은 직장이 어딘가에 나타나면 금세 그만 둘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채용 담당자들은 가능하면 ‘오래 다닐 직원’을 당연히 선호합니다.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과연 이런 생각은 옳은 것인가요? 잘못된 선입견은 아닐까요? 수준 높은 지원자를 뽑아서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세인트 앰브로즈 대학교의 마크 말타리치(Mark Maltarich)와 동료 연구자들이 5,000명 이상의 미국 직장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차장이나 쓰레기 집하소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 평균보다 지적 수준이 높은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보다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조직을 그만둘 가능성도 적었습니다. 이는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춰서 ‘과분한’ 직원들이 회사에 만족하지 못할 거라는 고정관념을 의심케 하는 결과입니다.



출처: bostinno.streetwise.co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 직원들을 잘 활용하면 조직에 득이 된다는 결론에 연구가 있습니다. 베린 에르도건(Berrin Erdogan)은 터키의 의류 판매 업체의 매장 25곳에서 근무하는 244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벌였는데, 자격의 ‘과분함’이 곧바로 ‘낮은’ 직무만족도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직무만족도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바로 ‘권한이양(empowerment)’였습니다.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 직원들에게 제대로 권한을 부여하지 않을 경우에 직무만족도가 떨어지고 자발적 퇴사가 높아지는 것이지, 자격이 높다는 것 자체가 낮은 직무만족도와 높은 이직율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에르도건은 말합니다. 만일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 직원들에게 적절하게 권한을 부여한다면 직무만족도가 개선되고 이직율도 낮아진다는 뜻이죠.


‘과분한’ 수준의 직원들은 회사에 들어와서 다른 직원들은 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과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가 맡은 직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높은 성과를 달성합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하이퍼포머’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현실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자율성을 보장하기만 하면 회사에도 득이 되고 그 직원의 개인적 발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들이 회사에 잘 자리를 잡는다면, 높은 수준의 지원자들을 회사로 끌어 당길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출처: smallbusinessology.wordpress.com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 직원에게 허드렛일만 맡겨 놓는다든지 ‘괜히 들쑤시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식으로 아무런 권한을 주지 않으면서 그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면 ‘거봐라, 그런 직원 뽑으면 금방 나간다’며 자신의 믿음을 (아무런 의미없이) 확인하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 직원들이 직무에 만족하지 못하고 금세 이직을 하는 이유는 그 직원을 바라보는 관리자와 주변 동료들의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결과일지 모릅니다. 은근히 자기가 기대하는 쪽으로 그 직원을 몰아가 놓고서 ‘거봐라, 내가 뭐랬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채용의 경쟁력은 현 직무에 ‘꼭 맞는’ 지원자를 언제든지 뽑을 수 있는 능력이라기보다 지원자의 자격이 높건 낮건 간에 현 직무 수행의 수준을 높이고 높은 성과를 달성할 지원자를 뽑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채용 부서뿐만 아니라, 지원자를 활용할 현업 부서의 역할이 훨씬 중요합니다. 필요 이상의 자격을 갖춘 직원을 뽑아 놓고 괜한 ‘질시’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합니다.



(*참고논문)

Maltarich, M. A., Nyberg, A. J., & Reilly, G. (2010). A conceptual and empirical analysis of the cognitive ability–voluntary turnover relationship.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5(6), 1058.


Erdogan, B., & Bauer, T. N. (2009). Perceived overqualification and its outcomes: the moderating role of empowerment.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94(2), 557.



Comments

  1. Favicon of https://fkisocial.tistory.com BlogIcon FKI자유광장 2014.04.04 10:12 신고

    잘 배우고 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2. Favicon of http://lr.am/AkKqvg BlogIcon 임은택 2014.04.04 18:53

    이건 정말 한국에서 반복해봐야 할 연구같네요...ㅋㅋ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