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그저 그런 수준의 목표치보다는 좀더 구체적이고 좀더 높고 좀더 어려운 목표치를 부여해야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효과(‘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동기’)가 커지고 그에 따라 성과도 오른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학자들이 이를 증명한 연구 결과도 여러 개가 나왔고요. 그래서 ‘목표’란 ‘예상치’에 ‘무리치’를 더한 것이라는 그림이 있을 정도입니다(아래 그림은 모 회사 화장실에 붙어 있는 그림을 제가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직원들에게 연이어 높은 성과 목표치를 부여하면 그런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걸까요? 오늘은 이런 상식에 반론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를 소개할까 합니다. 워싱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웰쉬(David T. Welsh)와 애리조나 대학교의 리사 오르도네즈(Lisa D. Ordonez)는 높은 목표를 연이어 강조하면 낮은 목표나 ‘최선을 다하라’는 목표를 제시할 때보다 직원들의 비윤리적인 행동이 증가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높은 목표가 감정적, 신체적 고갈(Depletion)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그들의 연구 과정을 한번 살펴 볼까요?


웰쉬와 오르도네즈는 159명의 대학생을 모집하여 무작위로 5개의 서브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각 그룹에게 주어진 목표는 특성이 서로 달랐는데,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그룹 : 높은 목표를 줌

2그룹 : 낮은 목표를 줌

3그룹 : 처음에 낮은 목표를 주고, 그 후에 점점 높임

4그룹 : 처음에 높은 목표를 주고, 그 후에 점점 낮춤

5그룹 : ‘최선을 다하라’고 말함


참가자들은 총 다섯 라운드의 문제해결 과제를 수행해야 했는데, 각 라운드는 20개의 문제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그룹 참가자들에게는 최소 12개를 풀어야 한다는 높은 목표가 주어졌고(12개가 높은 목표라는 것은 이미 다른 실험들을 통해 통계적으로 파악됨. 상위 10% 성적에 해당), 2그룹에게는 최소 3개를 풀라는 목표가 주어졌습니다.


3그룹에게는 처음에 목표를 3개로 주었다가 라운드가 진행되면서 6, 9, 12, 15개로 높여서 부여했고, 4그룹에겐 그 반대로 15, 12, 9, 6, 3의 순서로 풀어야 할 문제 개수를 제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5그룹에게는 특별한 목표치를 부여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문제를 풀라고만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들은 각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에 ‘자신이 얼마나 고갈됐는지’를 스스로 측정하여 기록해야 했죠.


그렇다면 ‘비윤리적인 행동’은 어떤 식으로 측정했을까요? 웰쉬와 오르도네즈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자신이 맞힌 문제수를 기록하도록 함으로써 과연 어떤 그룹의 참가자들이 남을 속이는 행동를 더 많이 할지를 살폈습니다. 서두에서 이미 말을 꺼냈으니 실험 결과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성적을 살펴볼까요? 가장 성적이 좋았던 그룹은 ‘최선을 다하라’는 말만 전달 받은 5그룹(평균 5.74개)이었습니다. 정말 의외의 결과입니다. 그 뒤로 1그룹, 3그룹, 2그룹, 4그룹의 순이었습니다. 처음에 높은 목표를 부여 받은 그룹의 성적(평균 5.63개)의 성적은 높긴 했지만 5그룹보다는 낮았고, 처음엔 높은 목표를 부여 받았다가 점점 낮은 목표를 받은 4그룹의 성적이 가장 낮았다는 게 특이한 결과입니다.


신체적, 감정적 고갈 상태는 그룹 간에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이때는 1그룹, 4그룹, 5그룹, 3그룹, 2그룹의 순이었습니다. 높은 목표를 받은 1그룹 참가자들이 가장 크게 ‘고갈’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은 예상이 가능했지만, 5그룹(‘최선을 다하라’고 지시 받은) 참가자들로 중간 정도의 긴장을 느꼈다는 점은 특이할 만한 사항입니다. 자기가 맞힌 개수를 과다하게 기록한 ‘비윤리적 행동’의 결과는 1그룹, 4그룹, 3그룹, 5그룹, 2그룹이 순이었습니다. 높은 목표를 부여하면 성적을 높이려는 동기도 작용하지만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려는 동기도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출처: 아래 명기한 두번째 논문



높은 목표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고갈 상태가 심해지면 그걸 만회(?)하고자 상사와 동료에게 ‘거짓 보고’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이 실험이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론 높은 목표를 달성하라고 압박을 가하면 위의 실험 결과처럼 성과가 높아지긴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높은 목표를 강조하는 문화가 ‘남을 속이는 문화’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꼴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죠. 


원래는 남을 속이지 않는 직원들도 위에서 높은 목표가 하달된다면(그리고 목표 달성 여부가 보상에 연결되면), 상사와 동료를 속이려는 동기가 커진다는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예전에 올린 글에서 시어즈의 자동차 정비공들이 손님들에게 수리하지 않아도 될 부분을 수리해서 과다 청구한 사례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시어즈는 집단소송에 패배하여 엄청난 금액의 보상금을 물어야 했죠. 정비공들에게 높은 목표 달성을 요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위적으로 예상치에 무리치를 더해서 높은 목표를 구체적으로 부여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라’를 말이 직원들의 고갈과 비윤리적 행동을 줄이면서도 성과를 최고로 낼 수 있는 방법임을 이 실험의 결과가 시사합니다. 높은 목표치는 무리치입니다. 직원들로 하여금 양심을 팔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무리치’입니다. 도전적인 목표라고 둔갑된 무리치는 직원들을 거짓말쟁이로 만듭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Locke, E. A., & Latham, G. P. (2006). New directions in goal-setting theor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5(5), 265-268.


Welsh, D. T., & Ordóñez, L. D. (2014). The dark side of consecutive high performance goals: Linking goal setting, depletion, and unethical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23(2), 79-89.



Comments

  1. BlogIcon Kai 2014.03.24 10:13

    처음부터 목표를 허황되게 잡다보니, 실질적 목표를 잡으라니, 정작 잡을 줄 모르게 되는 상황을 보게된 적도.

    perm. |  mod/del. |  reply.
  2. BlogIcon 미유미요 2014.03.24 10:48

    이 글에서 전 '비윤리적인 행동'에 포커스를 두고 싶습니다. 회사에서의 스타가 목표를 초과 달성해도 눈부신 활약뒤에는 비윤리적행동(거창하게 윤리적행동이란 표현보다는 동료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 개인목표 달성을 위해 팀웍을 져버린 행동들)이 있었다면 아무리 회사에서 recognition을 해줘도 동료들은 스타를 보고 자극을 받거나 배우고 싶다고 생각을 하기 보다 회사의 평가기준을 신뢰하지 않고 오히려 왜곡된 방식으로 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팀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이 저하되구요. 저또한 연초 목표 설정한 KPI만 달성하면 끝... 목표설정 이외의 일은 뭐.. 내가 왜하지? 왜 이걸 나아게 하라하지? 라는 생각만 하니깐요...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저도 망하고 회사도 망하는 길이란걸 알면서도 어쨌건 지금 회사를 다니려면 내가 떨어진 목표치에 신경을 안쓸수가 없죠...

    아... 이런 글은 저처럼 팀원이 아니라 관리자들이 읽어줘야 하는데..... 관리자 ㅂ ㅅ들은 지 밥그릇만 챙기기 급급해서.. 읽어도 뭐 실천은 안 할 듯 싶습니다.

    perm. |  mod/del. |  reply.
  3. 익명 2014.03.24 23:21

    비밀댓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