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에 집중하면 목표 달성이 더 어렵다   

2012. 8. 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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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목표 달성에 힘겨워하는 누군가를 격려하기 위해 "목표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간혹 합니다.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자신의 의지를 약화시키는 여러 요소에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목표를 향해 달려 가라고 충고합니다. 힘겨운 과정을 끝내고 마침내 도달할 그 날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모든 방해요소와 유혹을 떨쳐내는 것이 목표를 이루어내는 왕도라고 믿습니다. 여러 자기계발서에서 이런 논지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그러나 목표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직관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에일렛 피시바흐(Ayelet Fishbach)와 고려 대학교의 최진희(Jinhee Choi)는 어떤 일의 목표가 처음에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일을 시도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성취하게 될 목표에 집중하면서 과정을 수행하려는 마인드가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대학 내 체육관에 다니는 103명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그 중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운동을 통해 이루어낼 목표를 제출(예 :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한다)하도록 하고 운동하는 동안에도 그 목표에 집중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반면 다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그들이 행하는 운동의 과정을 묘사(예 : 나는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러닝머신을 뛴다)하도록 했죠. 역시 운동하는 동안 자신의 운동 과정에 몰두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런 조치 후에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각 그룹의 학생들을 두 개씩 소그룹으로 나눠서 첫 번째 소그룹에게는 운동하기 시작하기 전에 얼마나 오랫동안 운동할 생각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소그룹에 대해서는 그들이 실제로 운동하는 시간을 측정해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목표에 집중하거나 과정에 집중할 때 각각의 경우 운동을 얼마나 오래 할 생각인지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운동할지를 살펴보고자 한 것입니다.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보다 8분 정도 더 오래 운동할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운동한 시간을 살펴보니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보다 대략 10분 정도 적게 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목표에 집중하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의욕이 커지지만 목표에 의해 자극 받은 의욕은 오래가지 못하여 결국 목표 달성을 더디게 만든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 과정(경험)에 집중하는 것이 그 일을 착수하도록 유도하는 힘은 약하지만 일단 일을 시작한 후에는 목표 달성 과정을 지속하도록 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미죠.


하지만 이 실험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운동한 시간이 목표 달성에 들인 노력의 양으로 볼 수 있느냐가 문제죠.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이 비록 적은 시간 운동했더라도 목표 달성의 투지가 솟아올라 힘을 더 많이 들여 운동한 나머지 쉽게 지쳐서 운동을 중단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이 목표 달성의 의지가 약해 러닝머신의 난이도를 쉽게 조정하여 더 오래 운동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이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후속실험에서는 '종이접기'와 같이 신체적인 노력이 별로 요구되지 않는 과제를 선택했습니다. '목표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색종이로 개구리를 접는 활동이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물리치료 목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들은 후 종이접기를 하는 동안에 그 목표를 상기하라고 요청 받았습니다. 반면 '과정 집중 조건'의 학생들은 종이접기 그 자체는 취미 활동일 뿐 별다른 효과는 없다는 말을 들었고 개구리를 만들어 가는 경험에 집중하도록 요청 받았죠.


종이접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자들은 종이접기의 목표에 집중할 때 종이접기에 더 많은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종이접기를 직접 해본 참가자들은 목표에 집중할 때보다 과정(경험)에 집중할 때 종이접기가 더 재미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앞의 실험과 마찬가지로 목표를 떠올리는 것이 최초의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지만 그 흥미를 지속시키지는 못했던 겁니다. 종이접기 활동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흥미와 재미를 지속시키고 그로 인해 목표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만든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치실 사용하기', '요가하기'와 같은 과제를 가지고도 후속실험을 진행했지만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해가 된다는, 동일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누군가가 목표 달성 과정에서 힘겨워 하거나 애를 먹을 때 상투적으로 던지곤 하는 '목표에 집중하라', '목표를 생생하게 그려라', '그 날에 얻게 될 열매를 상상하라'는 조언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 이 실험의 시사점입니다. 왜 그럴까요? 피시바흐와 최진희는 어떤 일의 목표가 사람들에게 돈과 같은 외적 보상(External Incentive)처럼 인식된다고 말합니다. 외적 보상이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을 저하시키는 것처럼 목표도 그렇다는 것이죠. 살 빼기라는 목표는 운동을 하는 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운동을 완료한 후에 얻어지는 보상으로 인식되는 까닭입니다. 


어떤 이유이든 간에, 이 실험으로 내적 동기를 지속시키고 강화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과 경험에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처음에 '이 일을 한번 해보라'고 할 때는 그 일을 달성한 후에 얻게 될 목표로 자극해야 하지만, 그런 자극을 일을 진행하는 과정 내내 강조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날을 위해 참고 견뎌라'라고 말하기보다는 일의 경험과 경험을 통해 얻는 소소한 재미를 강조하는 것이 내적 동기라는 목표 달성의 엔진을 유지시킵니다. 100킬로미터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은 사실 '완주했을 때의 너의 모습을 그려봐'가 아니라 '네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라'인 것처럼 말입니다. 



(*참고논문)

Ayelet Fishbach, Jinhee Choi(2012), When thinking about goals undermines goal pursuit,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Vol. 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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