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고 팔로워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녀야 하며 위험에 처해도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등 우리는 리더에 대하여 여러 가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변도 좋아야 하고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연설은 기본이라 여기죠. 그래서 리더십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자신과 거리감이 있고 도달하기 매우 어려운 역량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리더십에 관한 고정관념들은 우리로 하여금 그런 모습을 보이는 자들을 리더로 선출하거나 추천하도록 유도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리더로서의 능력'보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정도'가 리더로 지목되고 '좋은 리더'가 되는 데에 중요한 요소일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레베카 샤움버그(Rebecca L. Schaumberg)와 프랜시스 플린(Francis J. Flynn)은  커뮤니티 회원들, 학부생들,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샤움버그와 플린은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하여 리더십의 잠재적 역량이 높은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리더가 없는 상태에서 집단 과제를 수행하게 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리더의 행동을 더 많이 보였습니다. 각자 직장에 다니는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360도 평가를 실시한 세 번째 연구도 역시 동일한 결과를 나타냈죠.


샤움버그와 플린은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교정하고 타인에 대해 책임을 더 많이 감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실험 결과를 설명합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리더의 덕목을 지닌 자로 인식되고 실제로 리더로 부상하는 경향이 크며 동료나 상사로부터 '좋은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죠. 정리하면, 죄책감을 느끼는 정도가 리더로서의 역량과 연결돼 있다는 말입니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앞장서서 돕는 행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훌륭한 리더라는 인상을 심어줍니다. 훌륭한 리더십는 그가 가진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올바르게 반응하고 대처하는 능력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것이죠. 죄책감이 잘 느끼지 못한다면 자신이 이미 내렸거나 앞으로 내리게 될 결정이 불러 일으킬 선의의 피해를 숙고하지 못할 것이고 그 결정을 교정할 기회도 가지지 못할 겁니다. 따라서 죄책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훌륭한 리더감이라고 사전에 인식되지도 못할 뿐더러 리더의 위치에 올랐다 해도 훌륭한 리더로 인정 받지 못합니다.


한 마디로 말해, 염치가 없는 리더는 훌륭한 리더가 되지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리더라고 인정 받으려면, 진정으로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언변 따위나 전문능력을 키울 것이 아니라 일단 '염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샤움버그와 플린의 연구가 일러주는 교훈입니다.


우리가 '뫼시는' 리더는 염치가 있습니까? 그리고 리더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과연 염치가 있는 자들입니까?



(*참고논문)

Rebecca L. Schaumberg, Francis J. Flynn(2012), Uneasy lies the head that wears the crown: The link between guilt proneness and leadership,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No Pagination Specified.


Comments

  1. 쿠아 2012.07.10 16:39

    제 회사 사장님은 직원들과 함께 나누어 먹으라고 간식선물이 들어오면
    선별해서 일본이나 외국에서 사온 고급 생과자 같은 건 모두 혼자 다 처먹습니다. 꽁꽁 숨겨놓고 썩어돌아가도 지 식구들끼리만 처먹죠. 그러라고 사온 건 아닌데말이죠. 그리고 지 입에 안맞는 것이나 유통기한이 짧아서 어차피 두고 못먹는 것, 흔하고 싼 건 먹으라고 풀고요.
    그리고 직원들들 바보로 취급하는지 늘 상식적으로 뻔히 보이는 사기를 치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래서 형편이 좋아지지 않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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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avicon of http://blog.fujixerox.co.kr/ BlogIcon 한국후지제록스 2012.07.10 17:30

    어찌보면 염치란, 인간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무리 똑똑하고 능력이 있더라도 사람으로서 인간관계에 겸손과 염치자체가 없다면 리더자리에 오를 수도, 오래 머무를 수도 없을 것 같네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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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avicon of http://pinn.tistory.com BlogIcon 찡☆ 2012.07.10 21:26

    저도 평소에 염치, 도덕성 이런 것들이 있어야 결국 좋은 성과를 내고, 장기적으로 도움을 주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낙하산 리더들을 보면서 깨달았더랬죠.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자체가 이미 염치없는 사람이란 증거겠죠. 낙하산을 타기 위한 로비라는 행동에서 죄책감 따위 있을 리 없구요. 낙하산 리더들을 보면 도덕적으로는커녕 성과면에서도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구요. 염치없는 사람은 자기가 맡은 책임보다 자기가 맡은 자리를 이용해서 얼마나 해처먹을까를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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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7.11 14:42 신고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앉는 사람들, 염치 없는 사람의 대표적인 예죠.

  4. BlogIcon 임찬규 2012.07.11 00:22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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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 재밌네요 2012.07.11 00:57

    리더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란 걸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기 때문인 건 아닐까요?

    리더가 되기 보다는 2인자나
    혹은 숨어있는 권력-조종자-가 되는 것이 편하잖아요.
    도덕적 위선을 가장할 필요도 없고요.

    염치있는 사장님은 피곤하지만
    염치없는 직원들은 피곤할 필요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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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박종일 2012.07.11 20:28

    이건희 회장님은...
    염치는 개한테 줘버린것 같은데...

    그다지 와 닿는 글은 아니네요.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님들을 보면.

    죄의식이 아니라 책임감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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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범범 2012.07.12 23:43

    염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능력이 그러한 자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능력을 줄여서 평가하고 그런 결과 진급에 영향이 올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앞써 쓰셨던 글중에 나르시스즘에 걸린사람도 염치없는 사람과 일맥상통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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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심재헌 2012.10.15 21:42

    안녕하세요. 저는 예전부터 내성적 성격 탓에 '리더' 라고하면
    "에잇! 난 리더와는 거리가 멀어!" 라고만 생각했던 학생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왠지 모르게 어떤 구성원을 멋지게 이끌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리더에 관한 여러 글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내성적 리더' 라는 희망적인 내용의 글도 볼 수 있었고요 ㅎㅎ
    이번 글도 저에게 '리더' 에 관한 고정관념을 꺨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글인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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