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압박감이 극에 달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게 됩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시험을 치르거나, 큰 계약을 따내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회사의 성과를 좌우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할 때 압박감 때문에 일을 그르치거나 좌절을 경험하는 일이 간혹 생기곤 합니다. 혹자는 압박감(특히 외부로부터)이 있어야 일이 잘 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저 느낌일 뿐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하게 되어 생산성은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일의 품질은 기대하기가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도 일을 잘 해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의 비결은 압박감을 유유히 즐기는 것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압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줄이는 데 있습니다. 헨드리 와이싱어(Hendrie Weisinger)와 J.P. 폴리브-프라이(J.P. Pawliw-Fry)는 <Performing Under Pressure: The Science of Doing Your Best When It Matters Most>란 책을 통해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효과를 줄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 10가지만 여기에 소개하겠습니다.





1. 또 다른 기회가 있다고 스스로를 상기시켜라

이번이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하면 실패할 경우의 상황이 머리속을 압도하는 바람에 말 그대로 ‘얼어 버리고’ 말 겁니다. 인생은 길고 그런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관점으로 상황을 인식하지 말고, 인생에 스쳐 지나가는 여러 가지 도전 중 하나라고 여기는 게 좋습니다. 그 도전이 아주 중요하다 해도 말입니다.


2.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춰라

마라톤 선수가 레이스를 완주하는 비결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할 때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업무의 최종 결과가 아니라 내가 지금 작성하는 보고서, 내가 지금 검색하는 자료, 내가 지금 참여한 회의에 집중해야 압박감을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높은 성과지표를 목표로 부여 받은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유용하리라 생각됩니다.


3.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라

‘만약 이러면 어떻게 할까?’라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막연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실질적인 대비책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설마 그런 일이 생기겠어?’라는 생각은 압박감 하에서 ‘일 못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일주일 안에 반드시 일을 끝내야 한다면, 그 기간 안에 일을 못하게 만드는 사건들이 뭐가 있을까, 그런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둬야 합니다.





4. 통제할 수 있는 것을 통제하라

압박감이 큰 상황 하에서 사람들은 이런 저런 걱정이 많습니다. 헌데 그런 걱정들을 살펴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들’이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걱정해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은 3번 항목과 같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해낼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 바랍니다.


5. 감각에 집중하라

압박감이 커지면 내가 지금 뭘 먹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냄새를 맡는지가 무뎌지기 쉽고 그로 인해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길을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며 구름의 변하는 모양을 관찰한다든지, 들꽃의 향기를 맡아 본다든지, 감동을 자극하는 영화를 본다든지 하면서 자신의 오감이 항상 생생하게 살아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생생한 오감을 가질 때 현실을 직시할 수 있습니다.


6. 음악을 들어라

이 조언은 5번과 연결되는데, 음악을 들으면 두려움과 초조함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수영선수 박태환이 경기 직전에 헤드폰을 끼고 나오는 이유가 있죠.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직전에는 보고자료를 연신 넘기며 초조해 하기보다는(이미 보고자료는 숙지했을 터이니) 이어폰을 끼고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기다리는 게 훨씬 낫습니다. 바로 실천해 보세요.





7. 속도를 늦춰라

두려움이 커지고 초조해지면 사람들은 속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 실험에서 압박감을 큰 상황을 조성하면 남들보다 과제를 더 빨리 완료하지만 실수를 더 많이 저지른다고 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 곧바로 해법을 내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잘 하는 것’입니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찬찬히 현재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8. 고무공을 주물러라

말 그대로 고무공을 주무르면 압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가 경감된다고 합니다. 고무공을 왼손에 쥐고 주무르면, 뇌에서 잘 하나 못 하나를 의식적으로 감시하는 부분의 활동을 무디게 만드는 반면 무의식적인 반응을 통제하는 부분은 자극한다고 합니다. 사무실에 적당한 고무공(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은)을 하나 두고 초조해질 때마다 쥐락펴락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9. 압박이 큰 상황을 친구와 이야기하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친구(혹은 친한 동료)에게 이야기하면 자기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로부터 유용한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압박감 속에 있으면 판을 읽지 못하지만 바깥에서 볼 때는 판이 돌아가는 모습을 종종 꿰뚫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혹은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상황을 정리하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10. 성공했던 기억을 떠올려라

슬럼프에 빠진 농구선수들을 회복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선수가 보였던 최고의 플레이 동영상을 반복해서 보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슬럼프는 역량의 저하 때문이 아니라 자신감의 저하 때문에 발생합니다.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일을 잘 해냈던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머리속에 그려보면(더 좋은 방법은 글로 써보면) 어떨까요? 지금의 상황도 잘 헤쳐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날 겁니다. 비록 금방은 아니겠지만요.



Comments

  1. Favicon of https://jesuslike.tistory.com BlogIcon Mind Hunter 2015.08.11 18:11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


여기에 두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A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투철한 사람이라서 일을 하지 않는다든지 일을 했어도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끼고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직원입니다. 반면 B는 일 자체를 흥미롭게 느끼고 일에서 기쁨을 얻는 사람으로서 일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아도 낙담하거나 자책하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둘 중 누구의 성과가 높게 나타날까요? 누구의 자존감이 더 높고 경력에 대한 만족감이 더 높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자존감과 경력에 대한 만족감은 B의 경우에 더 높게 나타나겠죠. 하지만 성과 측면에서는 A와 B 중에 누가 더 높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성과 창출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A, 성과보다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B, 누가 더 성과가 높으리라 생각합니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클라크 대학교의 로라 그레이브스(Laura M. Graves) 등의 연구자들은 5일 짜리 리더십 향상 프로그램에 등록한 346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먼저 참가자 각자의 자존감(Self-Esteem)을 "전반적으로 나는 내 자신에 만족한다."와 같은 10개의 문항으로 측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현재 각자가 얼마나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는지를 "내가 일을 즐기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 "나는 때때로 내 안의 누군가가 내게 열심히 일하라고 말하는 것을 느낀다."와 같은 문항으로 평가했죠.


그레이브스는 또한 일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측정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내 일이 너무 흥미로워서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일이 재미있어서 내게 요구된 것보다 더 많이 일을 한다.", "가끔 아침에 일어날 때 얼른 일하러 나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 등의 문항을 제시했습니다. 이 밖에 그레이브스는 참가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경력 만족도도 측정했죠.


가장 중요한 측정치인 '업무 성과'는 해당 참가자의 상사, 동료, 직속 직원들로부터 '360도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확보했습니다. 전략적 마인드, 적극성, 결단성 등 리더가 갖춰야 할 16가지 스킬과 리더로서의 약점 등을 158개 문항을 통해 해당 참가자의 수준을 측정하도록 했죠.


다소 복잡한 분석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는 이러했습니다. 첫째,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은 경력 만족도와 업무 성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하더라도 그것이 높은 업무 성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둘째,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을수록 경력 만족도와 업무 성과가 높았으며 심리적인 압박감이 덜했습니다. 셋째, 자존감이 높은 참가자일수록 업무 자체에서 만족감을 크게 느끼고 성과에 대한 압박감이 덜했습니다. 이를 통해 높은 자존감은 높은 경력 만족도와 높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죠. 


네 번째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일 자체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는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혹은 압박감)이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재미있게 여기는 참가자들에게는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해진다고 해서 더 나은 성과가 창출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은 일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나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그레이브스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 직원들에게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하기보다는 일 자체로부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모로 배려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 더 높은 경력 만족도, 더 낮은 업무 스트레스를 추구하는 길입니다. 직원들이 업무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할 때 성과 창출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하면 성과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그레이브스의 연구에서도 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가해지든 스스로 의무감을 느끼든지 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높여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몇 가지 소소한 문화적 장치를 통해 직원들이 일에서 재미를 찾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깜짝 이벤트에 그치고 직원들의 냉소는 심화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관리자들이 직원들을 코칭할 때도 성과에 대한 의무감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업무에서 흥미를 찾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를 조언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는 모습이 있으면 진심으로 칭찬하고, 실패했더라도 그것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을 직원에게 이해시키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리자들은 보통 당장 발등에 떨어진 성과 목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직원들에게 성과 창출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아침에 일어나 얼른 출근하고 싶어지는' 조건을 형성할 때의 이로움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압박은 다시 또 다른 압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관리자나 직원이나 모두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의 일은 '놀이'처럼 즐겁습니까? 아니면, '숙제'처럼 괴롭습니까? 일이 재미 없으면 성과관리는 무용지물입니다.



(*참고논문)

Laura M. Graves , Marian N. Ruderman, Patricia J. Ohlott, Todd J. Weber(2012), Driven to Work and Enjoyment of Work: Effects on Managers’ Outcomes, Journal of Management, Vol. 38(5)


Comments

  1. Favicon of http://lanxesskorea.co.kr/104 BlogIcon 재꿀이 2012.10.30 11:46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추천드릴게요

    perm. |  mod/del. |  reply.
  2. Favicon of http://lanxesskorea.co.kr/104 BlogIcon 재꿀이 2012.10.30 11:46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추천드릴게요

    perm. |  mod/del. |  reply.
  3. BlogIcon tesss 2012.10.30 18:01

    혼자서만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논리정연하게 정리해주시니 확신이 생깁니다. 저는 모 기업의 디자인팀장인데요, 재미있는 일터여야 야근도 재밌고 업무압박도 스릴있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오신 사장님께서는 직장은 전쟁터/ 직원은 전투력 상승이 관건임을 강조하셔서 요즘 좀 카오스입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그리 생각하시니 한낱 팀장에 불과한 제가 아무리 "즐겁게" 일하고자 하여도 웃고있으면 일이 널널한줄 밉보일 뿐이네요.. ㅡ..ㅡ;;;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11.02 15:57 신고

      디자인이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인데, '열심히 하면 된다'는 제조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장님 같네요. ^^

  4. Favicon of http://blog.fujixerox.co.kr BlogIcon 색콤달콤 2012.10.31 10:40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이왕 해야 하는 일이라면 즐거운 환경 속에서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요건들이 준비되면 더 능률이 높아질꺼란 생각을 글을 읽으며 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11.05 10:25 신고

      노력하는 자를 이기는 사람은 즐기는 자라는 말이 있듯이, 일을 즐기는 직원들이 많아야 그 조직이 탄탄하겠지요. ^^

  5. Favicon of http://coffeemix.tistory.com BlogIcon 깊은 하늘 2012.11.02 10:58

    흥미로운 글이네요. 흥미있는 일도 압박이 주어지면 싫어지기 마련이라 성과는 오르지 않고, 오히려 책임감과 의무감이 성과는 더 높였군요. 다만 장기적으로 직장일에 진저리치게 만들기는 하겠지만...

    perm. |  mod/del. |  reply.
  6. BlogIcon rush 2013.01.17 22:14

    저는 정부 산하기관에 다니는 근로자입니다.
    지금현재 성과주의에 가장큰 폐해처는 정부기관이 아닌가 싶습니다.
    성과주의의 역효과중에 저희는 아예 기존에 해야 하는 기본업무는 등한시 하고
    성과영역에 들어가는, 플러스 알파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업무에 치우쳐 버리는 경향이 매우
    심각해졌습니다.
    더군다나 늘상해오던 업무 조차도 성과점수에 반영시키기 위해 지나치게 꾸미려 하는 경향이
    생겨나더군요. 그말은 불필요한 행정업무가 수반되었습니다.

    매우 공감가는 글입니다.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