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서열은 협력을 저해한다   

2016. 1. 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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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기업 내에서 서열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CEO를 비롯해 임원,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으로 이어지는 직급은 군대의 계급을 연상시킵니다. 의사결정 권한의 차이, 가용 자원의 차이, 보상의 차이, 재량의 차이 등이 바로 직급(또는 직위)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런 서열 체계는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 사실이고 통일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끄는 데에도 유용합니다. 인간의 진화적 특성상 조직 내에서 누가 윗사람이고 누가 서열이 낮은지를 수시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서열을 정해 놓는 것이 불필요한 ‘신경전’을 막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주기도 하죠.


하지만 서열이 구성원들의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직의 효율을 위해서도, 인간의 진화적 특성상 적절하다 해도, 조직의 위계체계를 서열 기반으로 구축하고 여러 가지 권한을 서열에 따라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제도를 운영한다면, 수평적인 협력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를 링컨 파크 공원의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캐서린 크로닌(Katherine A. Cronin)과 동료 연구자들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게임을 통해 주장합니다.



크로닌은 10명의 참가자들에게 컴퓨터로 과제를 수행하게 하고 각자가 얻은 점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후에 참가자들에게 각자의 순위를 알려 주고 둘 씩 짝을 이루게 했습니다. 상대방의 순위가 몇 등인지 아는 상태에서 각자에게 20유닛을 주고 공동계좌에 투자하도록 했죠. 하지만 상대방이 매번 얼마나 투자했는지는 모르게 하고, 공동계좌에 모인 돈이 20유닛에 도달했는지 안 했는지만 알려 주었습니다. 만일 공동계좌에 20유닛 이상이 모이면(즉 투자에 ‘성공’하면), 크로닌은 공동계좌의 돈을 40유닛으로 늘려주었습니다.


성공한 참가자들(공동계좌에 20유닛을 모은 참가자들)은 최후통첩게임에 임했습니다. 두 명 중 순위가 높은 자가 순위가 낮은 자에게 40유닛 중에 얼마를 줄지를 제안하면, 순위가 낮은 자는 그 제안을 수용할지 말지 결정하는 게임이었죠. 만일 순위가 낮은 자가 제안을 거절하면, 순위가 낮은 자는 두 사람의 순위 차이를 당첨 확률로 환산한 복권(당첨액은 40유닛)을 받았습니다. 순위 차이가 클수록 복권의 당첨 확률이 작았죠. 최후통첩게임을 하게 한 것은 공동계좌에 투자하려는 동기가 참가자들의 순위에 따라 달라지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나중에 순위가 높은 자가 자원 할당 권한이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을 때, 순위가 낮은 자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보려는 의도였죠.


이렇게 순위를 매긴(그리고 알려준) 조건과 순위를 매기지 않고 진행한 조건(대조군)을 비교해 보니, 순위가 매겨진 조건일 때 투자가 성공하는(공동계좌에 20유닛 이상 도달) 경우가 더 적었습니다. 컴퓨터 과제를 통해 순위를 정하지 않고 그냥 임의로 순위를 정해 주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한, 순위가 존재할 때보다 순위가 없을 때 각 참가자의 평균 투자액이 확실히 컸습니다. 그리고 순위가 높은 자보다 순위가 낮은 자의 평균 투자액이 낮았고, 그것이 투자 실패(공동계좌에 20유닛 미 도달)의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경향들은 두 사람의 순위 차이가 클수록 크게 나타났습니다.





이 실험의 상황을 기업에 대입시켜 보면, 공동계좌에 투자하는 것은 매출액이나 이익 달성을 위해 구성원 각자가 기여하는 것이겠죠. 크로닌의 실험 결과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구성원들의 서열 차이가 뚜렷할수록 서열이 낮은 자들의 기여가 서열이 높은 자보다 낮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것을 직급이 낮은 자들의 노력이나 업무 성과 자체가 얼마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해하지 말기 바랍니다. 이 부분은 서열의 뚜렷한 차이가 협력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정도로만 이해해야 합니다. 성과물을 배분하고 그 배분율을 결정하는 권한이 적거나 없다면,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할 동기가 저하된다는 뜻으로 보면 좋겠습니다.


크로닌의 실험으로 유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시사점은 직급 단계의 축소와 권한이양이 조직의 협력을 증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무자가 바로 결정해야 할 사안도 층층이 쌓인 윗사람들의 결재나 재가를 받아야 한다면 당초 의사결정의 일사불란함을 목적으로 했던 위계체계가 의사결정의 속도를 크게 저하시키고 실무자들의 기여 동기를 떨어뜨릴 겁니다. 직급 단계(혹은 직위나 호칭)가 많고 ‘위인설관’의 옥상옥 구조를 취하는 어느 기업에서 ‘협력’이라는 사훈이 벽에 붙어 있더군요. 그저 윗사람 말을 잘 들으라는 훈계 같았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가요?



(*참고논문)

Cronin, K. A., Acheson, D. J., Hernández, P., & Sánchez, A. (2015). Hierarchy is Detrimental for Human Cooperation. Scientific reports, 5, 18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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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암컷 두 마리를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면, 그 중 한 마리는 주저 없이 과제를 풀려고 하지만 다른 하나는 머뭇거리면서 아무 것도 손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행동을 절제함으로써 서열이 높은 암컷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침팬지 수컷 우두머리는 털을 곧추 세운 채 무리를 순시할 때 자신이 가는 길을 제때 비켜주지 않는 부하를 때리면서 과시행동을 하죠. 이 때 무리의 침팬지들은 우두머리에게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경외감을 표합니다. 침팬지 사회의 서열은 동료들끼리 처절한 싸움과 간교한 권모술수가 판치는 혼란을 통해 결정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열이 분명하게 정해질수록 갈등의 소지가 사라지고 안정정이 유지됩니다 .


침팬지 이야기를 서두에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신발 쇼핑몰인 재포스(Zappos)의 설립자 토니 셰(Tony Hsieh)는 ‘완벽한 수평 구조’를 만드는 것이 2014년 말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천명했다고 합니다. 1500명이나 되는 직원들의 직위명을 모두 없앰으로써 의사결정 상의 병목 현상을 제거하겠다는 것이죠. 소위 ‘홀라크라시(holacracy)’를 재포스에서 실현하겠다는 것의 그의 최종 목표입니다. 



출처: www.chambersexecutive.com



홀라크라시는 ‘전체’를 뜻하는 그리스어 holos와 ‘통치’를 의미하는 ‘cracy’가 합쳐진 말인데, 상명하달식 의사결정이 아니라 ‘자기조직적(self-organizing) 팀’들이 각자 알아서 의사결정의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전체(회사)를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는 개념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직원 각자에게 동등한 권한이 부여되어야 하고 특정인이나 특정부서가 권한을 독점하는 일이 없어야겠죠. 토니 셰는 이미 15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포스에서 홀라크라시를 구현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그의 야심찬 2014년 목표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렇게 의사결정의 수평구조를 구현하면 성과가 향상되고 특정인의 독단적이고 단기적인 의사결정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잰 클라인(Jan Klein)은 쉘 오일(Shell Oil)의 사례를 들며 의사결정의 수평구조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쉘 오일은 일선 관리자들을 없애는 조치를 취했는데 6개월만에 그 조치를 거둬들였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어렵게 얻은 ‘타이틀’을 포기하는 것 대신에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죠. 


왜 그랬을까요? 수평구조의 문제점은 ‘누가 보스이고, 누가 보스가 아닌지’를 판단하여 그에 따라 행동방식을 조정하려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가진 본능을 거스른다는 것입니다. 침팬지 사회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들도 누가 조직의 ‘짱’인지를 파악해야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협조해야 하는지 등을 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권력과 지위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하여 UC버클리의 산제이 스리바스타바(Sanjay Srivastava)와 캐머런 앤더슨(Cameron Anderson)이 연구한 결과로 알 수 있죠. 


표면적으로 ‘보스가 없는 조직’이라 해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누가 조직을 이끄는 사람인지 찾으려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새들이 ‘쪼는 순위(Pecking Order)’를 자연스레 형성하듯이, 형식적으로는 보스가 없는 조직이라 해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에 암묵적으로 서열 구조가 곧바로 구축된다는 것이죠. 또한 보스가 없으면 구성원들은 조직에서 높은 위치로 올라가고자 하는, 본능과도 같은 성향을 보상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쉘 오일의 직원들이 회사를 나간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겠죠.


몇몇 전문가들은 재포스가 완벽한 수평 구조를 만든다고 해도 단지 타이틀만 사라질 뿐, 암묵적인 서열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수평 구조가 오히려 나쁜 의사결정의 원인이 될 것이고, 혁신과 협업에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재포스가 과연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극복하고 완벽한 수평 구조를 실현할 수 있을지, 앞으로 두고 봐야겠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참고문헌)

A Company Without Job Titles Will Still Have Hierarchies - @HarvardBiz 

( http://blogs.hbr.org/2014/01/a-company-without-job-titles-will-still-have-hierarchies/ )


Srivastava, S., & Anderson, C. (2011). Accurate when it counts: Perceiving power and status in social groups. Managing interpersonal sensitivity: Knowing when—and when not—to understand others, 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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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freedomsquare.co.kr BlogIcon 전경련 자유광장 2014.02.03 10:34

    적절한 선이 항상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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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장준성 2014.02.03 17:40

    해외 게임 및 게임 플랫폼 개발사인 밸브도 어느 정도 수평적 조직을 이룬 것으로 나름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곳도 서열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없어졌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더군요.
    맡고 있는 역할로 서열이 만들어진다고 할까?
    보상적인 부분에서는 어떻게 기존의 감투에 따르는 보상의 역할을 줄이고, 다른 보상을 부각시켜 줄 수 있느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밸브에서는 자유로운 프로젝트 참여를 이용해서 업무 자체가 보상으로 주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래는 이런 밸브 시스템에 대한 신입 사원 메뉴얼입니다.
    http://www.valvesoftware.com/company/Valve_Handbook_LowRes.pdf

    물론 이러한 밸브 시스템에 어두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특이한 업무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배척될 수 있는 것 같더군요.
    http://sunbkim.tistory.com/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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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avicon of http://lr.am/AkKeCP BlogIcon Sungwon Kim 2014.02.04 14:00

    사장의 역할과 사원의 역할은 다르기에
    배려되고 존중되어야 할 수평적 구조이다.

    사장의 책임과 사원의 책임의 범위가 다르기에
    권한이 따르는 수직적 구조이다.

    http://bizzen.tistory.com/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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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두 팀이 있습니다. A팀은 팀원들의 권한이나 지식 수준이 평등한 반면, B팀은 리더와 팔로워라는 서열이 분명히 구분되어 있습니다. 팀원들의 상호 작용을 통해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두 팀에게 동일하게 부여할 경우, 어떤 팀이 더 나은 성과를 보일까요? 권한이 평등한 A팀일까요, 아니면 서열이 명확한 B팀일까요?

팀원들이 팀 토론과 팀 의사결정에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참여할 때 팀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기에 아마도 여러분은 평등한 A팀의 성과가 더 높을 거라고 기대할 겁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제시되었습니다. 콜럼비아 대학교의 리차드 로내이(Richard Ronay)와 동료 연구자들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팀의 성과가 팀원들의 상호작용과 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경우 서열이 명확한 B팀의 성과가 더 높다고 주장합니다. 



로내이는 138명의 학생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르게 프라이밍(priming)했습니다. 첫 번째 그룹에게 자신이 남에게 권력을 행사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했고(하이-파워), 두 번째 그룹에게는 타인의 권력이 굴복했던 기억을 회상하도록 했으며(로우-파워), 세 번째 그룹에게는 최근에 슈퍼마켓에 갔던 때를 떠올리게 했습니다(중립). 로내이는 학생들을 3명씩 팀을 이루게 했는데, 하이-파워로만 이루어진 팀, 로우-파워로만 이루어진 팀, 세 조건의 학생들이 1명씩 고루 섞인 팀으로 편성했습니다.

각 팀에게 주어진 과제는 문장 만들기 게임이었습니다. 로내이는 팀원들 각자에게 16개의 문자를 주고 그것으로부터 여러 개의 단어를 만들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팀은 5분 동안 팀원들이 각기 만든 단어를 조합하여 가능한 한 많은 수의 문장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이 과제를 수행하려면 팀원들끼리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이었겠죠? 로내이는 팀 과제를 마친 팀원들에게 각기 혼자서 클립이나 벽돌 같은 물건들을 얼마나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을지 써내라는 개인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이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팀원들의 상호작용은 필요 없었습니다.

어느 팀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을까요? 문장 만들기 게임에서 하이-파워로만 이루어진 팀과 로우-파워로만 이루어진 팀에 비해 '고르게 섞인 팀'이 가장 높은 성과를 냈습니다. 통계적인 차이는 없었지만, 하이-파워로만 이루어진 팀은 로우-파워로만 이루어진 팀에 비해 오히려 조금 낮은 성과를 보였죠. 반면 팀원들이 상호의존할 필요가 없었던 두 번째 과제에서는 세 팀 간의 성과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절차적 상호의존도(Procedural interdependency)가 높은 과제의 성과와 생산성은 팀내의 뚜렷한 서열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로내이는 집단의 서열과 구성원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사이에 관련성이 매우 높다는 이전 연구에 착안하여 후속실험을 수행했습니다. 테스토스테론은 권력욕과 지배력과 연관이 있는 남성호르몬인데, 인간을 포함한 유인원 집단의 우두머리는 이 호르몬 수치가 일반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로내이는 팀원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모두 높을 때, 모두 낮을 때, 그리고 각기 다를 때, 팀의 성과는 어떻게 달라질지를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하는 일은 번거롭기 때문에 로내이는 손가락 중 검지 길이와 약지 길이의 비율을 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약지보다 검지가 짧을수록 태아 시절에 높은 수준에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로내이는 학생들의 검지 대 약지 비율을 토대로 하이-테스토스테론으로만 이루어진 팀, 로우-테스토스테론으로만 이루어진 팀, 골고루 섞인 팀으로 편성했습니다. 그런 다음,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한 문장 만들기 게임을 과제로 부여했죠. 

그랬더니 역시 팀원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준이 각기 다른 팀의 성과가 가장 좋았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학생들로부터 설문을 기초로 분석하니, 하이-테스토스테론으로만 이루어진 팀에서 팀원들 간의 갈등 수준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그런 갈등과 충돌이 팀의 생산성과 성과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통계 분석 결과로 분명해졌죠. 

로내이의 연구는 구성원들의 서열 구조가 평등해야 집단의 성과가 높을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재고하라고 요구합니다. 물론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권리는 매우 존중 받아야 하고 그로 인한 장점도 매우 큽니다. 하지만 모두가 리더를 자처하고 나서거나 아무도 리더로 나서려 하지 않을 때 과연 집단의 성과가 제대로 산출될 수 있을까요? 구성원의 참여와 기여가 중요하고 존중 받아야 한다고 해서 조직을 완전히 평등한 서열 구조로 만드는 극단으로 치달을 필요가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권력 구조가 완전히 평등한 조직은 역할의 분화를 촉진하지 못하고, 이견을 통합하지 못하며, 갈등을 증폭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서열의 다단계 구조를 지지한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합니다. 다단계 서열은 속도를 늦추고 정보의 왜곡을 가져오기 때문에 지양해야 합니다. 집단의 성과가 구성원의 상호의존을 통해 산출될 때 리더와 팔로워가 명확하게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는 점이 이 연구에서 취해야 할 시사점이죠. 집단의 서열 구조를 설계할 때도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미덕이 필요합니다.

알다시피 통합진보당이 끝을 모르는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로내이의 논문을 읽고난 후 자연스레 그들의 사태에 투영해 보게 되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고논문)
The Path to Glory Is Paved With Hierarchy: When Hierarchical Differentiation Increases Group Effectiv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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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fujixerox.co.kr/ BlogIcon 한국후지제록스 2012.06.08 14:20

    제 개인적으로도 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협업은 우선 서열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리더십의 유무, 남녀의 비율, 능력의 다양성 등이 어우러져서 가장 효과적인 업무결과를 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지 로내이의 연구가 흥미로웠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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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2.06.09 10:10 신고

      서로 자기가 옳다면서 완강히 고집하기 시작하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죠. ^^ 서열의 순기능은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

  2. Favicon of http://bizsolution.tistory.com BlogIcon 비즈솔루션 2012.06.09 13:41

    그래도 평등을 위주로 한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장점이 있는 게 사실이죠...ㅎ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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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보다 나은 2등, 3등이 있다   

2010. 2.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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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서열을 매길 때 평가자의 평가성향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상사들 중에서도 어떤 사람은 상당히 후하게 평가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론적인 상황이지만, 수행하는 업무도 똑같고 역량수준도 똑같은 사람이 A, B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년이 지나면 그들은 똑같은 수준의 성과를 달성할 겁니다.  A의 상사는 후한 평가성향을 지니고 있어 100점을 주었으나, 지나치게 냉정한 B의 상사는 70점을 주는 것에 그쳤다면, 서열상 A는 1등이 되고 B는 꼴찌가 됩니다. 

이 때 인사담당자는 평가자별로 서로 다른 평가성향을 동일한 선에 위치시키고자 무진 애를 씁니다. 그래야 A와 B처럼 능력이 똑같고 실적도 똑같은데 서열 차이가 나는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어떻게든 그 둘을 동률로 만들 수 있는 로직(Logic)이 무엇인지를 궁리합니다. 완벽한 평가조정 방식을 찾으려고 골머리를 앓지요.

완벽한 평가서열을 만들어 내기란 어려울뿐더러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혹시 이 난제를 푼 사람이 있다면 단언컨대 노벨상을 받을 겁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평가서열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일까요? 

평가점수나 서열은 참고사항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평가점수 따위는 폐지하고 피평가자의 장단점을 조언하는 형태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면 수긍은 하면서도 여전히 서열 매기기의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반에서 몇 등이다, 전교 혹은 전국에서 몇 등이다, 라는 식에 너무나 익숙합니다. 예전의 학력고사나 수능시험이 끝나면 누가 수석인지가 최대의 관심사였지요. 그런 관성이 회사 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의 글에서 등장한 '어떤 사람'처럼 학력고사 점수를 들먹이는 ‘점수 신봉자’ 수준은 아닐지라도, 서열을 매겨놓고 서열로 사람을 평가하지 못하면 뭔가 불편한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성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역량을 완벽히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평가지표는 존재할 수 없으며 평가자도 완벽히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수용한다면, 인사평가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불완전한 제도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그리고 불완전한 제도로부터 나온 평가결과를 완벽히 조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평가조정으로 나온 서열 역시 불완전하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면, 불완전한 서열만을 가지고 사람을 완전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자명해지는 것이 아닌가요?

1등보다 나은 2등과 3등이 있으며, 그들은 불완전한 인사평가의 피해자라면 피해자였지 결코 1등보다 열등한 존재는 아닙니다. "네가 전교에서 25등이니까 더 열심히 하라"는 말보다, "국어와 수학과목이 약하니까 그걸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식의 말을 전달해 줄 수 있도록 인사평가를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간단한 것 같지만, 서열을 맹신하면 인사평가가 가야 할 옳은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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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agebugs.net BlogIcon pagebugs 2010.02.25 09:32

    어제 강연 참 잘 들었습니다.
    두꺼워 어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다시 한번 어제의 이해를 가지고 일독해 보아야겠습니다.

    고단하셨을텐데... 포스팅도 하셨군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2.25 11:20 신고

      감사합니다. 어제 강의장이 더워서 힘드셨죠? 어려운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 문의해 주세요. ^^

  2. Favicon of http://realfactory.net BlogIcon 이승환 2010.02.25 10:41

    그래서 대안이-_-;;; 어떻게 되는 거죠;;;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2.25 11:19 신고

      회사입장의 대안은 서열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고, 이승환님 입장의 대안은 자신의 서열을 높이는 것이죠. ^^

  3. 박정수 2010.02.25 13:32

    어제(2/24) 강의 잘 들었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보고 선뜻 살 용기가 안났었는데 ,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강의를
    듣고 나니 이제는 구입해서 읽어 봐야겠습니다. (^.^)
    요즘 경영 , 과학에 길을 묻다를 읽는중인데 여러생각을 많이 하게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2.25 17:26 신고

      어제 '더운 강의실'에서 고생하셨습니다. ^^ 제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지난 번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셨는지요? 한번 찾아가 인사 드리겟습니다. ^^

점수와 서열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2010. 2. 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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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고객 중 어떤 사람이 저에게 “학력고사에서 300점 넘으셨나요?” 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하며 잠깐 멈칫하다가 있는 그대로 “공부를 못해서 못 넘었는데요.” 라고 대꾸했습니다. 그는 “어, 그래요? 의외네요. 전 300점은 넘으신 줄 알았어요.” 라며 보일 듯 말 듯 조소(嘲笑) 섞인 표정을 지었습니다. (학력고사 시절에 300점은 하나의 기준이었음)

그 당시엔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으나, 몇 번의 술자리에서 장난스레 필자의 ‘어이없는’ 점수를 들먹거릴 때마다 한대 쥐어박고 싶은 걸 애써 참았지요. “그래, 도대체 당신은 몇 점 받았는데?” 라고 받아치니 그는 인비(人秘)라며 능글능글하게 웃었습니다. 참 개운치 않은 인사(人士)였습니다.

둘 중 무엇이 더 맛있을까요? 서열을 매겨 볼까요?


저는 인사평가 제도를 수립하거나 손질해주는 컨설팅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인사평가는 무엇을 위해 실시하는지에 관해 자괴감에 가까운 의문이 들 때가 간혹 있지요. 그 이유는 바로 누가 누구보다 낫고 점수는 몇 점이다, 라는 식으로 인사평가가 잘못 활용되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인사평가는 평가라는 도구를 통해 부하직원의 장점과 성과를 북돋아 주고 단점과 흠결을 보완하도록 상사가 조언해주고 이끌어주기 위한 공식적인 의사소통 채널입니다. 상사와 부하직원이 만나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뒤돌아보면서 잘한 점과 못한 점이 무엇인지 판단하여 앞으로 1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는 것이 인사평가가 가진 본래의 목적이죠.

거시적으로 말하면, 인사평가를 통해 직원들이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하고 조직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이러한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 인사평가는 반드시 ‘육성형 평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 시행되는 평가제도의 관점은 누가 더 점수가 높고 누가 더 낮은지를 측정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육성형 평가가 아니라, 학력고사식 사정형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거죠. 평가결과가 나오면, 직원들을 조직이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보다는, 전 구성원을 1등부터 꼴찌까지 어떻게 서열을 매겨야 하는지에 관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역량과 시간을 집중합니다.

보통 직급 단위로 묶어서 해당 직급별로 평가서열을 매기는 작업을 하는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상당부분 억지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개개인이 수행하는 업무는 서로 다릅니다. 개인별 업무와 목표에 따라 평가받는 지표도 상이합니다. 또한 평가하는 상사도 다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상황에서 나온 평가결과들을 한 통에 집어넣어 서열을 매기려면 그때부터 인사담당자는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다른 상황들을 일일이 감안하여 오직 하나의 서열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죠.

동일한 역량과 성과를 보이는 사람은 동일한 서열에 위치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인사담당자는 평가서열을 매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평가 받은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이므로 결코 동일한 양과 질의 역량과 성과를 나타낼 수가 없습니다. 평가자의 평가성향이 관대한지 아니면 가혹한지의 여부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개개인의 업무와 평가 받는 지표부터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역량과 성과를 측정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수학 과목에서 90점 받은 사람과 B가 영어 과목에서 90점 받은 사람을 같은 등위로 본다면 누가 동의하겠습니까?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금, 은, 동메달을 각각 하나씩 획득하여 종합 6위에 랭크됐습니다. 하지만 종합순위 몇 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동계올림픽 종목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입니다.

쇼트트랙 금메달과 이름도 생소한 바이애슬론 금메달을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올림픽 종합순위는 여론이 만들어 낸 것이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사담당자들은 어쩌면 올림픽 종합순위와 같이 별 의미 없는 서열을 만들려고 애쓰는 건 아닐까요?

1등보다 나은 2등과 3등이 분명 존재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To be continued....내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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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Favicon of http://www.facebook.com/euikyum BlogIcon 네오요나 2010.02.24 15:02

    엊그제 인사평가를 받은 후배와 대화를 나눈 뒤라 윗 글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360도 평가라는 방법을 통하여 자신의 강약, 자신을 잘 아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참 좋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아하 했는데...... 역시 세상은 서열과 순위로 사람을 판단하고 자만과 비판, 열등감과 우월감으로 별로 좋지 않은 세상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것 같지요. 360도 평가로 좋아하는 후배가 받은 인사 평가제도 좋은 것 같네요. 서열과 순위를 정하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평가받는 이 자신을 위한 평가라면 누구나 환영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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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2.25 11:22 신고

      네, 360도 평가가 기존 평가의 왜곡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죠. 헌데 인기투표식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어서 그것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평가가 다 그런 문제가 있음을 인지한다면 지나치게 평가의 서열에 무게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댓글 감사합니다. ^^

  2. Favicon of http://pomoa.tistory.com BlogIcon 포모아 2010.02.25 03:04

    정말 무례한 일을 당하셨네요. 숫자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칫하다간 인간의 영혼과 가능성을 꺾어 버릴 수 있으니깐요.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최동석 경영연구소'라는 블로그에 이와 관련한 좋은 글이 많이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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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2.25 11:20 신고

      최동석 경영연구소...잘 알고 있습니다. 성과주의의 폐해에 대해 저와 비슷한 관점을 가지신 분이시죠. 요즘은 바쁘신지 새로운 포스트가 올라오질 않더군요. 고맙습니다. ^^

  3. 고등학생 2010.03.02 21:33

    고등학생이지만..
    정말 1등보다 나은 2등,3등이
    저희 반에 있습니다.
    점수로 사람을 평가하는건 정말 신중히 해야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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