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가 월간 샘터 2017년 5월호의 <과학에게 묻다>라는 칼럼에 소개한 글입니다.



2017년도 4개월이 흘렀다. 3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올해 세웠던 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기다. 많은 이들이 여러 목표 중 하나로 살빼기를 설정했을 터인데 과연 그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아직 8개월이나 남았으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을 반복하며 여전히 치맥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내가 바로 허풍 떨듯 ‘기필코 다이어트!’를 밤마다 외치는 사람이니 말이다.


살이 찌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말을 하면 운동을 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운동은 오히려 입맛을 좋게 하여 뱃구레를 늘려 버린다. 그래서 운동을 중단하면 고스란히 살로 축적되어 다이어트고 뭐고 포기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섭취한 칼로리보다 운동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태워야 살이 빠지기 때문에 운동은 습관이 들기 전까지 괴로움 그 자체다. 조각 케이크 하나에 해당되는 칼로리(500Kcal)를 모두 연소시키려면 10Km 정도 뛰어야 한다.




분자생물학적으로 살찌지 않으면서 미식을 즐기는 방법은 한번에 먹을 양을 조금씩 나누어 자주 먹는 것이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떠올려 보면 이 방법은 이치에 맞지 않는 듯 보인다. 한번에 먹든 몇 번에 나눠 먹든 몸 안으로 들어가는 음식양은 똑같으니까 축적되는 체지방도 같지 않을까? 1000Kcal를 섭취할 경우 100그램의 체지방이 쌓인다면, 100Kcal를 섭취할 때는 10그램의 체지방이 생기지 않을까? 그러니 1000Kcal를 10번에 나눠 먹어도 체지방이 모두 100그램 쌓일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그렇게 비례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들어간 양이 많아진다고 그에 따라 아웃풋이 ‘선형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오디오의 볼륨 조절 다이얼을 돌려본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다가 나중에는 약간만 돌려도 볼륨이 갑자기 커지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인간의 몸도 그렇게 ‘비선형’적이다. 1000Kcal을 한꺼번에 먹으면 100그램의 체지방이 생기더라도 100Kcal씩 나눠서 먹으면 10그램보다 훨씬 적은 체지방이 쌓인다. 




왜 그럴까? 섭취한 영양소는 몸 속으로 들어와 최종적으로 포도당으로 변하고 혈액에 스며들어서 모세혈관을 통해 각 세포에 공급된다. 그리고 지방세포는 포도당 수용체를 세포막에 배치시켜 혈액 속의 포도당을 안으로 흡수하고 지방의 형태로 저장한다.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 바로 췌장이다. 췌장은 인슐린이란 물질을 통해 지방세포로 하여금 포도당 수용체를 세포막에 배치하도록 한다. 혈중 포도당이 갑자기 증가할 경우 췌장은 다량의 인슐린을 각 세포에 뿌려대는데, 이런 신호를 받은 세포는 인슐린의 양만큼 포도당 수용체를 만들어내어 다량의 포도당을 지방으로 쌓아둔다. 포도당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걸 최소화하려면 인슐인의 대량 방출을 막아야 하고, 그럴려면 조금씩 적게 먹음으로써 췌장에게 ‘나 많이 먹지 않았어’라고 속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하거나 공부할 때 먹을 것을 옆에 두고 오며가며 조금씩 먹는 것이 고통을 동반하지 않으면서도 살을 빼는 방법이다. 치즈 케이크라도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먹지 않으면 다이어트 걱정은 덜해도 괜찮다. 하지만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항상 음식을 꺼내 놓으며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된장찌개 백반을 옆에 두고 30분마다 두 세 숟갈씩 퍼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다이어트의 관건은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아니라 칼로리의 흡수속도라는 점을 떠올리면 해결책이 생긴다. 음식을 한번에 먹되 가능한 한 칼로리의 흡수속도가 느린 음식을 먹음으로써 혈당의 갑작스런 증가, 인슐린의 과다 분비, 포도당 수용체의 과다 활성화를 막는 것이다. 흰 쌀밥의 흡수속도가 85인 반면 현미는 50이니 똑같은 양을 먹더라도 현미로 식단을 바꾸면 적어도 살이 찌는 것은 막을 수 있다. 


2017년이 7개월 정도 남았다. 나눠서 자주 먹고 칼로리 흡수속도를 조절한다면 한달에 1Kg씩 감량하여 연말이 되면 7~8kg을 뺄 수 있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을 양껏 먹으면서 말이다.



* 이 글은 월간 샘터 2017년 5월호의 <과학에게 묻다>라는 칼럼에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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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짚고 텔레파시를 흉내내며 ‘너에게 내 생각을 전달할 테니 맞혀 봐’ 하며 놀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텔레파시의 전형은 영화 <아바타>에서 찾을 수 있다. 알다시피 언옵타늄이라는 희귀광물을 놓고 원주민인 나비족과 인간들은 처음에는 협력하다가 나중에는 전쟁까지 벌이게 된다. 영화에서 캡슐 속에 들어간 주인공은 센서를 통해 자신의 뇌에서 만들어진 생각을 아바타의 뇌에 전송하고, 아바타는 그 생각에 맞춰 팔다리를 움직이거나 감정을 그대로 ‘전이’ 받는다. 아마도 많은 관객들은 텔레파시가 두 개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서로의 감각과 감정들을 잡음 없이 이어주는 모습을 보며 ‘저건 영화니까 가능하지.’라고 치부했을 것 같다. 


하지만 텔레파시는 초능력이 아니라 과학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텔레파시에 관하여 다양한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인간의 뇌는 전기를 띠는데, 여러 생각들을 떠올리는 과정에서 뇌 속의 전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일종의 라디오파를 공중에 방출한다. 이것이 바로 텔레파시다. 물론 그 강도가 너무나 미약해서 멀리 전송되지 못하고 금세 여러 잡음 때문에 왜곡되어 버린다. 설사 잡음 없이 타인에게 내 생각을 보냈다 하더라도 그 전파를 해독할 능력이 인간에겐 없다. 

 




그러나 기계의 도움을 받으면 생각만으로 전화를 걸 수 있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도 있고 멋진 글을 쓸 수도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피실험자에게 ‘뇌전도’ 스캔 센서가 여러 개 달린 헬맷을 씌우고 가방 사진을 보여주면, 컴퓨터는 100만 분의 1초마다 피실험자의 생각을 읽어내 그가 가방을 보는 중이라고 알아 맞힐 수 있다. UC 버클리의 브라이언 파슬리는 피실험자가 머리 속으로 어떤 단어를 떠올리면 컴퓨터로 그 단어를 맞히는 실험에 성공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연구자들은 뇌전도 스캔을 이용해 생각만으로 1분에 5~10자를 입력할 수 있는 장치를 무역박람회에 출품한 바 있다.


이런 기술은 뇌졸중이나 루게릭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들이 컴퓨터를 통해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용도로 활용이 제한되지만, 미래에는 거추장스러운 헬맷을 쓰지 않고 뇌 속에 칩을 심는 방식으로 텔레파시를 일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생각만으로 이메일을 작성하고 멀리 떨어진 친구와 채팅을 할 수 있고, 작곡가들은 떠오르는 악상을 기록하느라 악보를 펼쳐 들거나 녹음기를 켜지 않아도 컴퓨터에 바로 악보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시에도 텔레파시가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총성과 폭발음 때문에 소대장의 명령이 전달되지 않거나 오해될 가능성을 텔레파시가 완벽히 없애주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과학자들의 성과는 현재의 스마트폰만큼이나 텔레파시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시대로 차츰 전진하고 있다.





텔레파시가 실용화된다면 가장 큰 매력은 멀리 떨어진 대상에게 내 생각을 전송한다는 점이다. 듀크 대학교의 미겔 니코랠리스는 뇌 속에 칩이 심어진 원숭이에게 트레드밀을 돌리도록 한 다음 인터넷에 연결하여 멀리 일본 도쿄의 과학자들에게 전송했다. 그랬더니 네트워크에 연결된 로봇이 원숭이의 걸음걸이를 똑같이 재현했다. 생물체와 기계 사이의 연결에 성공한 니코랠리스는 생물체 사이의 연결 역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붉은빛을 볼 때마다 레버를 누르도록 쥐를 훈련시켰는데, 그 신호를 브라질의 나타우에 있는 다른 쥐에게 전송하니 붉은빛을 보지 않았는데도 열의 일곱 번꼴로 레버를 누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술이 정교해지면 롤러코스터 타는 나의 느낌을 미국의 친구가 고스란히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텔레파시는 더 이상 공상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때문에 두려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내 머리에 전송된 타인의 생각을 내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가 ‘나’인지 불분명해질지 모른다. 유전공학의 경우처럼 머지않아 텔레파시의 윤리를 논하게 될 것이니 미리 대비해두자.



(*위 글은 월간 샘터 4월호에 게재된 저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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