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3일(수) 유정식의 경영일기 


장면 1.

“내가 네 월급을 어떻게 주는지 알어? 내가 은행 대출 받아서 너한테 월급을 주는 거야. 그런데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떤 업체에서 사장과 직원 사이에 회사의 사업과 관련하여 다툼이 있었나보다. 토론이 격해지다 못해 감정 싸움으로 번지자 사장은 직원에게 이런 말을 쏟아냈다. 사업 방향에 대해서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다 이야기가 서로를 비난하고 잘못을 추궁하는 쪽으로 빠지다 보니 사장은 울컥하는 심정으로 직원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꺼낸 모양이다. 그 직원은 며칠 후에 퇴사했다.



장면 2.

“그런 거 사줄 바에야 차라리 돈으로 주지. 사장님은 돈이 남아도나 봐.”


작은 개인회사의 대표는 몇 안 되는 직원을 근사하고 맛있는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직원들이 맛본 적이 없을 듯한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을 즐겼다. 직원들은 신기해 하면서 그런 이벤트를 즐기는 듯 했지만, 식사가 끝나고 나면 대표를 집으로 보내고 자기네끼리 모여서 삼겹살집으로 향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식을 먹었지만 자기네들 입맛에는 삼겹살이 최고라고 말하며, 고급 음식을 사 준 대표를 고마워 하기보다 자기네들 취향을 모르고 헛돈 쓰는 사람으로 평했다. 그런 돈 쓸 바에 삼겹살 사먹으라고 돈으로 주지 그게 뭐냐며 자기네끼리 대표를 비난하는 뒷담화는 밤늦도록 계속됐다.




장면 3.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 주십시오.”


역시나 작은 회사의 이야기이다. 업무에 열의를 보이는 ‘똘똘한’ 직원이 있었다. 사장은 그 직원을 마음에 들어했고, 그 직원을 잘 교육시키면 훌륭한 인재로 조직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작은 회사나 여유자금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사장은 직원에게 돈이 꽤 드는 외부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교육이 끝나고 그 다음 날, 그 직원은 출근하지 않았다. 아무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라는 안내멘트만 나왔다.



장면 4.

“그렇게 잘하시면 사장님이 직접 하시지 그래요?”


어떤 직원이 작업을 느리게 하고 늦게 가져온 결과물도 오류 투성이였다. 사장은 속으로 화가 났다. 아주 기초적인 사칙연산조차 틀린 채로 가져왔고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포맷에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사장은 포맷을 일러주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오류를 범하지 않고 작성할 수 있다’를 직원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직원도 알아듣는 듯 했다. 하지만 그 후에 가져온 직원의 결과물은 별로 나아진 게 없었다. 몇 차례 이렇게 ‘다시 해 와’란 공방이 오고가다보니 양측 모두 신경이 곤두설 대로 곤두선 모양이다. 사장이 “왜 그렇게 내 말을 못 알아 들어?”라고 쏘아붙이자 직원도 물러서지 않고 이렇게 맞섰다고 한다. “그렇게 잘하시면 사장님이 직접 하시지 그래요?” 사장은 후에 나를 만나 하소연했다. “내가 직접 만들 거면 왜 걔를 직원으로 고용해야 하죠?”라고.



장면 5.

“이 회사는 시스템이 없어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거 같아요.”


오랫동안 같이 일한 직원이 퇴사를 하겠다면서 퇴사 사유를 사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직원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규칙을 만들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사장의 경영방침이었는데, 이렇게 시스템이 없다, 주먹구구식이라는 말을 들으니 사장은 좀 어이가 없었다. 목표 설정도 없고 매출이 떨어져도 별로 채근하지 않았다.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쪽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런 걸 보고 주먹구구라고 하다니... ‘작은 회사의 강점은 체계적인 규칙 없이도 그때그때 잘 대응하는 능력 아닌가? 시스템이란 게 과연 뭐지?’ 사장은 혼란스러움과 섭섭함으로 한동안 마음이 상했다.




내가 컨설팅을 하면서 그간 보고 들은 바에 따르면 이 다섯 가지 장면은 여느 회사의 여느 사장의 입장에서 벌어질 법한 전형적인 상황이다. 소위 ‘사장은 잘해줬는데 직원은 딴 생각을 하는’ 상황.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장면이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사장의 입장을 보고 듣노라면 ‘사장 노릇’이 어쩌면 직원들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특히 사장과 직원들이 항상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소기업의 경우가 더 그렇다. 소기업 사장은 경영의 압박과 함께 직원들의 이런 행태도 견뎌내야 하는 자리이다. 


사장이 직원에게 갖는 ‘인간적인 섭섭함’의 근원은 ‘기대감’과 ‘계정의 불일치’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해줬는데 네가 그럴 수 있니?’ 내가 이만큼 줬으니 너도 이렇게 해주길 바란다, 라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서로의 마음 속에 기록하는 ‘주고 받은 양과 질’의 계정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직원 입장에서는 사장이 잘해주는 것이 ‘당연’하기에 그 계정에 (+)로 잡히지 않는다. 복지가 엄청나게 좋다는 여러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좋은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게 하찮은 걸로 여겨진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잘해준 항목을 (-)로 기록하고 언젠가 직원이 그 (-)를 채울 만한 기여를 해주길 기대한다. 은행 대출로 직원 월급을 지급했으니 자신의 말을 잘 따라주고 열심히 일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사장의 마음 속엔 이런 식의 대차대조표가 있다. 대차대조표의 차변과 대변을 맞추려는 감정의 싸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처음부터 대차대조표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기대를 말라’는 것이다. 사장은 자신이 법정 요건과 사규를 넘어서서 직원에게 추가적으로 지출을 하거나 배려하는 행동을 할 경우에 자신의 마음 속에 저절로 만들어지는 대차대조표를 경계해야 한다. 그냥 해주고 그걸로 무엇을 얻겠다는 기대를 버려라. 좋은 음식을 직원들과 함께 먹으러 갈 경우에는 그런 배려로 무언가를 얻겠다고 여기지 말고 ‘내가 그걸 먹고 싶어서. 하지만 혼자 먹으면 재미없으니까’라고 생각하는 게 서로 속 편하다. 은행 대출을 받아서 월급을 주는 건 특별한 배려는 아니다. 사장의 할일이고 의무라서 아예 대차대조표를 만들어서는 안 될이건만 그걸로 직원 잘못을 공격하는 건 신사적인 행동이 아니다. 


매몰비용이란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일컫는 말이다. 오해할까 분명히 말하는데, ‘법정요건과 사규를 넘어서서’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서나 사장이 개인적으로 직원들에게 지출하는 물적, 심적 비용은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으로 인식하는 게 좋다. 그 비용으로 ‘편익’을 얻을 생각을 하지 말하는 뜻이다. 쉽게 말해, 직원들에게 잘해주는 것은 잘해주는 것으로 끝내라는 뜻이다.




Comments

"부탁이 있습니다, 사장님"   

2010. 4. 9. 12:33

회사 내에서 다음과 같이 사장(혹은 상사)과 직원 사이에 이런 이야기들이 자주 오고가지는 않는지요? 대표적으로 자주 벌어지는 몇 가지 장면을 네 컷 만화 형식으로 올려봅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이런 광경이 자주 연출되는지 궁금하네요. ^^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1
사장 : 작년에 어떤 멍청한 놈이 그런 결정을 내렸어?
직원 : 사장님이 그랬는데요.
사장 : (부라리며) 내가 언제 그랬어? 어?
직원 : 아니, 전 그냥...

2
직원 : 왜 고리짝 시스템을 폐기하지 않고 남겨두는 거죠? 그거 유지보수 하느라 힘들다구요.
사장 : 그걸 몰라서 묻나?
직원 : 예. 정말 몰라서 묻습니다.
사장 : 내가 만든 걸세. 그것 때문에 사장이 된 거라구. 멍청아!

3
사장 : 자네의 문제해결력이 높다고 생각하나?
직원 : 물론이죠.
사장 : 그런가? 문제해결력에 스스로 A를 줬더군. 그 이유가 뭔가?
직원 : (당당하게) 금년에 문제해결력 교육을 이틀 씩이나 받았다구요.

3-1
사장 : 자네의 문제해결력이 높다고 생각하나?
직원 : 물론이죠.
사장 : 그런가? 문제해결력에 스스로 A를 줬더군. 그 이유가 뭔가?
직원 : (당당하게) 사장님이 벌여 놓은 일들, 제가 다 수습했거든요!

4
사장 : 왜 머리를 뜯고 있나? 무슨 문제라도 있나?
직원 : 생산 시스템에 문제가 있거든요. 미치겠어요.
사장 : 그래? 그런데 왜 공장에는 안 가고 여기에 있나?
직원 : (어이없다는 듯) 여기에 제 PC가 있는 걸요.

5
직원 : 교육 좀 보내 주세요.
사장 : 아니, 왜?
직원 : 이제껏 교육 한 번 못 받아 봤거든요.
사장 : (눈을 부라리며) 회사가 학교냐? 내가 교장이냐?

6
직원 : 부탁이 있습니다. 사장님.
사장 : 그래 뭔가? 다 들어주지.
직원 : 교육 좀 보내 주세요.
사장 : (다독이듯) 회사가 학교야. 업무가 바로 '산 교육'이라구.

7
직원 : 부탁이 있습니다. 사장님.
사장 : 또 뭔가?
직원 : 월급 좀 올려주세요. 3년째 동결입니다.
사장 : (귀찮다는 듯) 지금은 곤란해. 기다려 달라구.

8
직원 : 부탁이 있습니다. 사장님.
사장 : 아니, 왜 그렇게 부탁이 많은 건가, 응?
직원 : 회사를 나가겠습니다.
사장 : (손을 꼭 잡으며) 지금은 곤란해. 기다려 달라구.

9
직원 : OOO에 대한 타당성 조사 내용을 보고 드립니다.
사장 : 아니, 이건 우리가 OOO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 아닌가?
직원 : 맞습니다. 조사해 보니 그렇더군요.
사장 : 이런 멍청한! OOO을 해야 하는 이유를 조사하지 않았잖아! 다시 해!

10
직원 : OOO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검토해 주십시오.
사장 : 왜 이리 얇아? 세부내용이 하나도 없잖은가?
직원 : (며칠 후) OOO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대폭 보완했습니다.
사장 : 왜 이리 두꺼워? 요점이 뭐야, 대체?

11
직원 : OOO에 대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사장 : 왜 자꾸 분산시키려고 하나? 통합해, 통합하라구!
직원 : (다른 문제에 대해) XXX에 대한 통합 관리가 필요합니다.
사장 : 왜 자꾸 통합시키려고 하나? 별도로 관리하라구!

12
직원 : 아직 초안이라서 보여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사장 : 괜찮아. 어디 좀 보자구. 내가 의견을 좀 줄 터이니.
직원 : 여기 있습니다.
사장 : (좀 읽어보고) 뭐야, 이거. 보고서가 엉망이잖아!

13
컨설턴트 : 귀사는 인재에 투자를 많이 하십니까?
사장 : 물론이죠.
컨설턴트 :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뭡니까?
사장 : 직원들 연봉이 업계 최고거든요.

14
컨설턴트 : 왜 이리 정신없이 일하는 거죠?
직원 : 인력이 너무나 부족해요. 사람 좀 충원해 주세요.
컨설턴트 : 조사해보니 노는 직원들이 꽤 되던데요?
직원 : 이젠 내가 좀 놀아야 하니까요.

15
고객 : 우리 회사의 문제점이 무엇입니까?
컨설턴트 : 우리가 보유한 OOO시스템을 도입하면 해결될 겁니다.
고객 : 우리 회사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요?
컨설턴트 : 그러니까 그 문제점은 OOO시스템이 즉각 해결해 준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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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HardLuck 2010.04.09 16:40

    아주 공감이 됩니다.
    그러니 웃을 수가 없군요.

    그래도 웃어야겠죠.

    현재는 "9"번 상황입니다.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고, 그것이 가장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perm. |  mod/del. |  reply.
  2. Favicon of http://y2psh.tistory.com BlogIcon 칼날눈썹 2010.04.11 12:55

    다른것은 둘째치더라도
    2번 사장님이 제 보스라면 근로의욕이 뚝 떨어지겠는데요. -_-

    perm. |  mod/del. |  reply.
  3. @heejiny 2010.04.12 11:48

    정말 공감하는 글입니다.
    저의 경우엔 몇가지 당해봤지만, 최근 10번경우를....^^
    늘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perm. |  mod/del. |  reply.
    • Favicon of https://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10.04.12 12:18 신고

      10번 글과 같은 상황에 처하면 '도대체 어쩌라구?'란 생각이 들지요. ^^ 고맙습니다.

  4. Favicon of http://realfactory.net BlogIcon 이승환 2010.04.16 08:45

    왠일로 개그 포스팅을;

    perm. |  mod/del. |  reply.
  5. kreuz 2010.05.07 12:17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3&articleId=71107
    제가 아고라에 올렸던.... 또라X 실장에 관한 글입니다. 하하.....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perm. |  mod/del. |  reply.

사장님, 나빠요!   

2010. 2. 8. 09:00

모 회사의 직원들은 사장에 대한 불만이 매우 컸습니다. 도무지 대화가 안 된다는 불만이었죠. 사장은 자기가 직원들과 자주 대화하고 있다며 자랑스레 말을 하곤 했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CEO는 자신의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개진될라치면, 그게 근거가 있든 없든 앞뒤 가리지 않고 소리부터 질러댔습니다. 한번의 실수 때문에 사장에게 붙들려 몇 시간이고 고성의 훈화 말씀을 들어야 하니 직원들로서는 고역이 따로 없었지요.

직원들은 자연히 방어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웬만해서는 사장 앞에서 말을 꺼내지 않았죠. '꺼내 봤자깨지기만 할 테니 입 다물고 고개나 끄덕거리자, 그게 만사 편하다' 는 생각이었습니다. 회의가 2시간 걸렸다면 직원들의 발언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일방통행이었지만 2시간이나 대화(?)를 했으니 사장은 얼마나 스스로를 대견해 했을까 싶습니다. 직원들이 오래 전 마음의 문을 닫은 사실을 알기나 하는지 안타까웠죠.

사장님의 차?


사장은 자기가 직원들을 심하게 몰아세우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그래도 뒤끝이 없다'고 자랑스레 말을 이었습니다. 성격이 호탕해서 그렇다나요? 아마도 여러분 주변엔 이렇게 말하는 자들이 주변에 꽤 있을 겁니다.

헌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자기에게 남은 뒤끝이야 없겠지만 상대방의 가슴에 남은 뒤끝은 왜 모른 채 하지?'란 생각입니다. 본인은 스트레스를 개운하게 풀었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이 느낄 엄청난 스트레스를 모르는(아니면 모른 채 하는) 그들입니다. 성격이 호탕한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지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 다른 회사의 사장은 직원들에게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상당한 수준의 불만이었죠. 그의 눈에는 직원 대부분이 편하게 놀면서 높은 임금을 받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많은 CEO들이 직원 역량에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공공연히 “일 못하는 직원들은 모조리 월급을 깎아야 해.” 라는 소리를 외치고 다닐 정도였습니다.

직원들의 연봉이 확실히 높았습니다. 직급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제조업 평균에 비해 1.5배 정도 높은 수준이었죠. 그러나 그 업계에 있는 종사자들이 그 정도의 연봉을 받았기에 특별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통의 수준이라고 간주되는 B등급(S-A-B-C-D등급 체계에서)의 직원들조차 기본급 인상은 없어야 하며, C등급과 D등급 직원들은 기본급을 깎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렇게 되면 무려 70%나 되는 직원들이 기본급이 동결되거나 깎이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해도 들으려 하지 않았지요. 30%의 직원들만 챙기겠다는 말인데 그들만 데리고 어떻게 업무를 할 수 있겠냐고 물으면, 그렇게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직원들이 정신을 차릴 거고 능력 안 되는 직원들은 제 발로 회사를 나갈 것이 아니나, 며 반문했습니다.

'기본급은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과 직원 개인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그렇게 확 바꾸면 안 된다', '직원들이 납득하는 수준에서 천천히 조정해야지 무리가 없다', '조직 사기가 떨어지면 회사가 자칫 어려워질 수도 있다', 등등의 충고도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이대로 직원들의 임금을 지불하다가 보면 매출액보다 직원들의 임금이 많아지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출처 없는 근거를 가지고 반론들을 일축했습니다.

설령 직원들의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사장의 이 같은 의도에 동의할 직원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믿고 따르기는커녕 무조건적인 반목으로 CEO와 회사를 대하게 될 겁니다. 사장은 먼저 본인이 경영의 책임을 다하는지 반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건비 삭감과 같은 단순무지한 방법 말고, 소위 '노는 직원'에게 어떤 일을 주어야 하는지,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방법은 없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예상되는 매출의 감소만 지적하지 말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회사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밖에서 돈 벌어 올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식구들만 괴롭히는 가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신이 사장이니까 무조건 자신의 말을 따르라고 권위만을 강요하고, 까닭 없이 직원들을 미워하며, 직원들의 역량을 의심하고 믿어 주지 않고, 모든 위험의 책임을 직원에게 돌리려 한다면, 우리를 그를 회사의 어른으로 존중하기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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