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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나 지방 행정가들은 크고 작은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는 일을 좋아한다. 임기 중에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에 좋고 그 덕에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들은 국제 스포츠 행사가 가져올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면서 유권자들의 동의와 성원을 기대한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경제적 효과 중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고용 효과이다. 경기장을 건설할 때는 물론이고 이벤트가 끝나고 경기장을 운영하려면 사람들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이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인 듯 하지만, 여러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이 말은 거짓이다. 범위를 좁혀서 보면 스포츠 행사 관련된 일자리는 늘어나긴 한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서 보면 그렇지 않다. 경기장을 짓고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다른 곳에 쓰인다면 고용을 더 늘릴 수도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즉,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 위한 비용 조달로 인해 다른 곳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장기적으로 탄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이 약해져서 오히려 실업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스포츠 행사로 발생하는 일자리의 질도 그리 좋지 못하다. 경기장 건설 인력은 건설 기간이 끝나면 일자리를 보장 받기 어려울뿐더러 이벤트 이후의 경기장 운영 인력은 저임금의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크롬튼(Crompton), 바데(Baade), 홀(Hall)을 위시한 여러 경제학자들이 이같은 불편한 진실을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국제 스포츠 행사가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치인들의 수사를 글자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하는 대목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효과를 산정할 때 이벤트가 끝나고 남는 시설들의 유지비용은 고려하지 않는다. 멋있게 건설한 경기장들은 적절한 활용 방법이 없으면 어느새 돈 먹는 하마가 되고 만다. 텔로글로우(Telloglou)에 따르면, 시드니에 지어진 슈퍼돔의 1년 운영비용을 감당하려면 1주일에 한번씩 거대 행사를 유치해야 한다고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쓰였던 잠실 주경기장 부근을 지날 때마다 1년에 며칠이나 사용한다고 저 큰 경기장 유지에 돈을 쏟아 부을까, 란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는 뜨끔한 말이지만, 2002년 월드컵에 관해 연구한 만젠라이터(Manzenreiter)와 호르네(Horne)는 거대한 스포츠 행사를 치르려고 지은 경기장들이 경제를 활성화시킬 거라는 약속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그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곳은 일본의 경기장들이었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말도 실은 거짓이다. 물론 스포츠 행사가 치러질 때와 치러지는 장소에 사람들이 몰려 들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 이벤트를 치르는 도시 이외의 지역을 방문할 수도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관광객의 순증가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차피 방문할 관광객들이 이벤트를 치르는 기간을 택해서 왔다가 갈 가능성도 크다. 반대로, 이벤트 때문에 혼잡스러워질 것을 우려하여 다른  국가나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자들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제 스포츠 행사의 관광객 증가효과는 신뢰할 만하지 않다.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기부양 효과도 의심의 대상이다.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증세 조치는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와 지역의 성장동력 창출에 기본인 교육, 의료, 복지 등에 투자돼야 할 공적자금이 길어봤자 한 달 정도인 스포츠 행사에 몰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말은 틀렸다. 




그래도 거대 행사를 유치하면 국민들의 행복이 증진되지 않겠느냐며 이에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혹은 우리 도시)가 국제 스포츠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는 자부심이 클 테니 말이다. 그러나 조르지오스 카벳소스(Georgios Kavetsos)와 스테판 스지만스키(Stefan Szymanski)는 이와 같은 생각도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그들은 1976년부터 2000년까지 올림픽, 월드컵 축구, 유로컵 축구 경기를 치른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 국민들의 행복도가 특별히 높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 물론 행사를 치르는 해의 행복도는 높았지만, 그 효과는 급격히 사라졌다. 스포츠 행사를 치른다는 자부심과 행복감은 결혼에 비견할 만큼 크지만 그 효과는 금세 꺼지고 만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지방 행정가들이 국제 행사 유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항상 제시하는 경제적 효과와 '행복 증진 효과'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오히려 거대 행사를 치르는 바람에 경제가 나빠진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들이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가 거시적 경제 효과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요즘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일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북한과의 단일팀 구성 및 동시 입장으로 연일 뉴스의 톱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혹여 올림픽 개최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잔뜩 기대한다면 이는 허황된 기대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로 64조 9천억원(약 65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참고논문)

Georgios Kavetsos, Stefan Szymanski(2010), National well-being and international sports events,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Vol.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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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보다 신뢰가 최고의 자산이다   

2011. 6. 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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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을 상대할 때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대체로 믿을 만하다고 대답할까요, 아니면 믿지 못하겠다는 후자의 대답을 할까요?

이 질문은 클레어몬트 대학원의 교수인 폴 자크(Paul Zak)가 1996년에 실시한 연구에서 42개국 사람들에게 던진 설문입니다. 그는 '신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또한 그는 국가별로 사람들이 느끼는 신뢰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변수일지 모른다는 가설을 검증하고 싶었습니다. 자크가 던진 질문에 각 국의 사람들이 답한 결과는 '극과 극'을 달렸습니다.

'신뢰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브라질 사람은 겨우 3%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항상 다른 사람이 나를 속이지는 않을까 경계의 눈초리를 곤두세울 수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죠. 반면에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인 나라는 65%를 기록한 노르웨이였고, 두 번째는 60%를 나타낸 스웨덴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와 동아시아 국가가 높은 값을 보였고,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구 공산권 국가들의 신뢰도는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얼마로 나타났을까요? 조금 실망스럽지만 30%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 값은 미국(36%), 일본(42%), 인도(약 38%)보다도 못한 수치죠. 아래의 그래프가 요약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Korea)는 스페인과 멕시코 사이에 있습니다. (크게 보려면 클릭을!)



자크는 신뢰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이 연구를 통해 주장합니다. 물론 신뢰가 높다고 해서 경제 수준(해당 국가의 경제력)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인도, 대만, 중국(1996년 당시의 중국)이 미국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허나 자크는 GDP 성장률과 신뢰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고, 둘 사이의 관계가 상관관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경제 발전의 기반과 잠재력에 영향을 미친다는(즉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후속연구를 통해 얻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신뢰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상대방이 배신하지 못하도록 협상을 통해 이것저것 단서조항을 달고 안전장치를 해둬야 하는데 그것들이 거래비용을 급증시킬뿐만 아니라 거래를 지체시키고 거래의 횟수 자체를 정체시키기 때문이겠죠.

그는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신뢰를 구축하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더 많이 더 자주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경제 정책도 직접적이고 단편적인 경기부양책에서 벗어나 신뢰를 제고하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칩니다. 자크는 언론 출판의 자유, 통신 인프라, 거래의 자유, 시민권 보호, 쾌적한 환경 등이 신뢰와 연관성이 있음을 또한 밝혔습니다.

신뢰도가 높아지면 진짜로 부(富)가 늘어날까요? 자크는 면밀한 정량모델을 기초로 '신뢰의 가격'을 계산해냈습니다. 그는 '타인이 믿을 만하다고 답한 사람의 수가 15% 증가하면, 1인당 연간소득이 1%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의 신뢰도는 30%인데 이 값이 34.5%로 높아지면, 우리나라의 1인당 평균소득을 대략 2만 달러로 볼 때 모든 국민들은 1년에 200 달러를 더 벌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00 달러에 우리나라 인구(대략 5천만 명)를 곱하면, 1년에 100억 달러(=10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1996년에 이뤄진 연구라서 현재는 이런 정량적 관계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만 하기 바랍니다.)

자크의 연구는 국가 경제와 신뢰 사이의 관계를 초점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이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조직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신뢰와 회사 성과 사이의 정성적인 관계는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정기적으로 직원만족도를 조사하면서 신뢰라는 항목을 필히 포함합니다. '만족'을 이루는 여러 요소 중 신뢰가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모두 공감한다는 증거겠죠. 신뢰가 없으면 협력이 없고 오해가 증폭되어 미움과 다툼으로 비화되고 조직에 몸담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인 상황으로 악화됩니다. 신뢰가 직원만족의 중요한 요소이고 직원만족이 회사의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보면, 직원들 간의 상호신뢰를 높이는 일이야말로 품질을 높이고 기술을 개발하는 일들보다 우선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직원들 간의 신뢰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크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는다면, '직원들 간의 상호작용'의 기회와 횟수를 증가시키는 인프라를 갖춰야 합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유, 효과적인 의사소통, 직원 우선주의, 부서 사이의 이기주의 철폐, 상대방 업무에 대한 이해, 청결한 근무환경, 상대적 박탈감의 최소화, 협력에 대한 보상 등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인 장치와 조직문화가 구축되어야겠죠. 상호작용의 질과 양을 떨어뜨리는 장치들(이를테면 개인 중심의 성과주의 제도들, 정보기술에 치우진 의사소통 방식 등)은 신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직원들 사이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 말이 공공연하게 직장 내에서 오고 간다면 근본적인 대책 실행 없이는 회사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기업이 아끼고 가꿔야 할 최고의 자산은 기술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인재도 아닙니다. 최고의 자산은 신뢰입니다. 신뢰가 없다면 인재도 없고, 기술도 없습니다. 인재는 다 나가버릴 테고, 팔을 걷어부치며 기술을 개발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참고논문 : Tru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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