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컨설팅 수수료는 비쌉니다. 비싼 서비스인 만큼 그 결과가 잘 활용되어 수수료 이상의 효과를 거둬 들어야 함은 당연한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이 컨설팅 결과물을 충분히 이해함으로써 행동의 방향을 일치시켜야 하고, 이보다 먼저 컨설팅을 진행한 부서가 구성원들에게 결과물을 올바르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컨설팅 결과가 조직 내에 제대로 공유되고 확산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컨설팅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그 결과가 어떤지 확실하게 모르고 있거나, 컨설팅을 받은 사실조차 모르는 직원이 태반인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A부서가 이미 컨설팅을 받은 내용을 B부서가 또다시 컨설팅을 의뢰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모 회사의 인사팀으로부터 조직평가(사업부 혹은 부서별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에 대한 개선을 의뢰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착착 진행되던 절차가 경영기획팀의 제동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인 즉, 바로 6개월 전 경영기획팀이 컨설턴트의 자문을 받아 조직평가 방안을 이미 수립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사실을 왜 인사팀은 모르고 있었을까요? 경영기획팀이 대대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몇몇 컨설턴트들의 구두 조언을 받아 내부 인력들의 주도로 작업을 진행했던 것도 이유였지만, 방안이 다 만들어지고 거의 6개월이 지나도록 타 부서에게 결과를 전혀 공유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이유였습니다.

결국 고객사는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한 번 더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것은 비용 낭비라고 판단했고, 저와 진행했던 프로젝트 건을 없던 일로 해야겠다고 통보해왔습니다. 저로서는 프로젝트가 물 건너 갔으니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이렇듯 옆 부서에서 뭐 하는지도 모르는 그들의 꽉 막힌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보며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었지요.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위와 같은 사례가 벌어지기 힘들 테지만, 관료주의가 점점 숨을 조여오는 대기업에는 이 같은 일들이 의외로 자주 발생합니다. 이미 컨설팅을 받은 걸 다른 부서에서 모르고 다시 의뢰하는 경우, 새로운 프로젝트라고 말은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실상이 드러납니다.

지난 번 했던 컨설팅과 그 범위와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 부서장의 공명심 혹은 경쟁심 때문에 타 부서에서 이미 컨설팅을 받았다는 걸 알면서도 그 결과를 뒤집어 버리기 위해 컨설팅을 또 의뢰하는 경우 등 셀 수 없습니다. 심한 경우는 전임자가 진행했던 컨설팅 결과를 전혀 알지 못하고 신임자가 컨설팅을 다시 진행하려 하기도 합니다. 이것들 모두 기업의 젖줄인 현금이 줄줄 새는 원인입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컨설팅 결과가 옳은 방향으로 도출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컨설팅 결과를 직원들에게 잘 이해시킴으로써 의도한 바에 따라 직원들이 행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부디 이것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컨설팅 결과를 잘 공유할 수 있을까요? 첫째, 직원들에게 컨설팅 결과물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여 컨설팅 기간을 산출해야 합니다. 둘째, 최종보고서와는 별도로 컨설팅 결과물의 핵심을 요약 정리해야 합니다. 컨설팅 결과물의 핵심을 간추리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도표로 정리하고 이것을 직원들을 위한 설명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최대한 많은 직원들에게 공유될 수 있도록 설명회나 교육 일정을 수립해야 합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컨설팅 결과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로 인식해야 하지요. 넷째,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하고, 컨설팅 결과물에 부합하여 직원들이 행동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

요즘 고객사를 돌아다니면서 컨설팅에 대한 불만과 무용론을 꽤나 자주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해 봅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컨설턴트에게 있습니다. 허나 고객들 자신도 컨설팅을 편의적으로만 적용하려는 관행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컨설팅을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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