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의 나쁜 행동이 팀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이유   

2019. 1. 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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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고객사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제법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식의 말들입니다. "팀장의 문제를 윗사람(그 위의 임원)이 잘 모른다", "문제가 많은데도 CEO는 팀장이 아주 일을 잘하고 능력이 있는 줄 안다.", "팀장은 아랫사람한텐 나쁜 행동을 서슴지 않지만 윗사람들에게는 아부를 잘해서 그런 것 같다" 


성희롱이나 언어 폭력, 부당한 업무 지시, 은근한 따돌림 등 나쁜 행동을 저지르는 팀장이 있다면 분명 그 위의 임원이나 CEO가 분명 알아차릴 만도 한데, 그러지 못한다고 털어놓는 직원도 간혹 접하곤 합니다. 분명 뭔가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을 펴는 직원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이미 팀내 혹은 팀 주변에서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이 된 팀장의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을 윗선이 모른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젓기도 하죠.


팀장(여기서는 단위조직의 장을 의미함)의 나쁜 행동이 윗선까지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말처럼 아랫사람들에게는 매우 부적절하게 행동하면서 윗사람들에게는 그런 행동을 정당화시키거나 눈에 띄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감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수직적 위계구조의 특성상 애초부터 그런 '악행'을 발견해 내는 데에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행동과학자 인시야 후세인(Insiya Hussain)가 제시한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일 겁니다. 후세인은 윗사람들이 팀장의 나쁜 행동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직원들 모두가 그런 악행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 외에 다른 직원들도 이미 잘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수록 팀장의 악행은 팀 외부로, 회사의 top management로 고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책임감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 이게 바로 방관자 효과입니다. 


후세인은 수브라 탄지랄라(Subra Tangirala)와 함께 진행한 여러 번의 실험으로 방관자 효과가 가장 그럴듯한 이유임을 밝혔습니다. 후세인은 서로 거리가 먼 학교 건물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부족하다는 이슈를 163명의 학부생들에게 읽게 한 다음, 그런 문제를 학교 이사회 측에 제기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줬죠. 그런데,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다른 동료들도 이 이슈를 잘 인지하고 있다고 전한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본인만 알고 있는 이슈라고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참가자들은 책임감의 분산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혼자만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 참가자들이 2.5배나 많이 학교 이사회 측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했으니까 말입니다.


44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실험에서는 자기네 조직에서 만드는 실제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읽도록 한 다음, 이전 실험과 같은 실험조건을 조성해 봤습니다. 예상했듯이, '나 말고 다른 팀원들도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라는 조건의 실험참가자들이 제품상의 하자를 경영진에게 자발적으로 보고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할 만한 책임감을 덜 느꼈다는 것이죠. 포천 지 선정 500대 기업 중 하나인 전자회사(인도 지사)에서 근무하는 132명의 직원들과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면밀한 분석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한 후에 자신이 감당해야 할 주변의 시선과 스트레스, 해당 팀장의 반격 혹은 보복, 혹은 문제를 제기했다라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처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예상되는 상황일수록(즉, 조직문화가 위계적이고 보수적일수록) 이런 방관자 효과는 더욱 강해집니다. "나 말고 다른 직원들도 잘 알고 있으니 누가 나 대신 문제 제기를 하겠지"라고 말입니다. '나 말고 다른 직원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괜히 내가 나섰다가 나만 바보되는 거 아니야?" 이것이 바로 팀장의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이나 단위조직 내의 이슈, 아니 회사의 문제가 외부로 고발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런 방관자 효과를 피하기 위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방관자 효과는 나 말고 누군가가 말하겠지, 혹은 누군가가 이미 말했을 거야, 라는 '지레 짐작'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지레 짐작을 하지 않도록 경영자는 "문제가 있다면 뭐든지 바로 말하라. 다른 사람이 이미 문제 제기를 했다고 간주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말하는 직원의 목소리에 늘 귀를 열어야 합니다.


또한 직원들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문제 제기한 사람을 조직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사람으로 오인하여 벌 주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죠. 문제 제기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을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여기는 조직이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 사람들 중 하나가 문제 제기를 해서 조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떠나야했습니다. 문제 제기가 조직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귀중한 자가치료라고 인식하고 그에 보상하는 조직문화가 방관자 효과를 몰아낼 수 있겠죠.


따지고 보면, 팀장의 나쁜 행동이 팀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까닭은 직원들이 외부에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직원들을 탓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입을 막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경영자와 관리자의 도리이겠죠.



*참고논문

Hussain, I., Shu, R., Tangirala, S., & Ekkirala, S. The Voice Bystander Effect: How Information Redundancy Inhibits Employee Voi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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