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내라고 압박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2012. 10.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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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대한 책임과 관리를 강조하고 그에 따라 보상이 결정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주지시키면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력을 직간접적으로 가하면, 성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직원들의 동기가 높아질까요? 그에 따라 성과도 역시 향상될까요? 많은 조직에서 이러한 가정 하에 직원들을 코칭하거나 평가하곤 하는데, 하버드 대의 경영학 교수인 하이디 가드너(Heidi K. Gardner)는 회계법인의 감사(audit) 부서와 컨설팅 부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로 이러한 성과 압력(Performance Pressure)이 '양날의 칼'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가드너는 어느 대형 회계법인에 속한 회계감사팀 50개와 컨설팅팀 22개로부터 두 번에 걸쳐 웹을 통해 설문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설문은 프로젝트에 투입된 후 3일 내에 실시되었는데, 팀원들의 '일반적 전문성'과 '영역 특수적 전문성'을 평가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되기 1주일 전에 실시된 두 번째 설문은 실제로 프로젝트에서 '일반적 전문성'과 '영역 특수적 전문성'을 얼마나 발휘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죠. 여기서 '일반적 전문성'이란 학위, 자격, 근속년수 등을 통해 얻은 지식을 뜻하는 것이고, '영역 특수적 전문성'은 말 그대로 업무 수행을 통해 습득한 전문적이고 복합적인 지식을 일컫는 말입니다. 





두 번의 설문과 더불어 가드너는 성과 압력의 정도와 팀 성과를 측정하는 등 다소 복잡한 데이터 수집 과정과 분석을 거쳐 몇 가지 새로운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먼저, 성과 압력이 높을수록 팀 성과가 향상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겠다는 동기와 몰입에 성과 압력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죠. 이것은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지 않은 결과였지만 그 후의 심층분석으로 나온 결과는 성과 압력이 말 그대로 양날의 칼임을 보여줬습니다. 


성과 압력이 높을 경우 팀원들은 '일반적 전문성'의 기반이 되는 지식을 더 많이 사용하는 반면 '영역 특수적 전문성'과 관련된 지식은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가드너는 후속 분석을 통해 성과 창출에 연관된 지식은 일반적 지식이 아니라 영역 특수적인 지식이라는 결론을 얻었죠. 두 결과를 종합해 보면, 성과 압력이 팀 성과를 겉으로 향상시키는 듯 보여도 결과적으로는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가드너는 뒤이어 6개의 컨설팅팀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성과 압력이 높은 상황에 처하면 팀원들은 합의를 이루려는 동기가 커지고, 상식적인 지식만을 취하려고 하며, '잘하는 것'보다 '완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위계에 순응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규명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성과 압력이 커지면 해당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이고 복합적이며 참신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보다는 어디서나 빨리 쉽게 구할 수 있고 이미 검증된 일반적인 지식에 의존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야 합의가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일도 빨리 완수된다는 점을 팀원들이 암묵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창의적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가 실패할 경우 지게 될 책임도 한몫하죠.


KPI 설정, 목표 수립 면담, 성과 모니터링 등 성과 창출 과정에 압박 장치들을 지속적으로 작동시키면 직원들의 성과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가 순진한 생각임을 가드너의 연구가 바로 보여줍니다. 기존의 룰을 깨뜨리는 창의적 발상을 요구하는 지금, 성과 압력이 과연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절차만 따르면 되고 고효율이 무엇보다 우선인 분야에서는 성과 압력이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창조적 사고, 융합적 사고,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조직에게 성과 압력은 뒷다리를 잡는 악성 문화일 뿐입니다.


성과 압력은 그저 그런 성과에 만족하도록 만들 뿐입니다. 결코 최고의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아직도 성과주의가 해답이라고 믿습니까? 



(*참고논문)

Heidi K. Gardner(2012), Performance Pressure as a Double-Edged Sword: Enhancing Team Motivation While Undermining the Use of Team Knowledge,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Vol.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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