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무엇보다 요구합니다. 제법 많은 회사에서 사훈이나 인재상에 '창의' 혹은 '창조'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고, 역량평가 항목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말하며 창의력을 함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창의력이 직원들의 문제해결력을 높이고 창의력을 갖춘 인재들이 시장을 석권할 새로운 해법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믿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노력으로 얻어지는 창의력은 오직 기업에 이득만을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력을 강조하고 독려하는 것이 직원들이 규정을 어기거나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와 듀크 대학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창의력의 어두운 뒷면을 일련의 실험 결과를 통해 경고합니다.1) 지노와 애리얼리는 먼저 광고기획사를 다니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창의력을 많이 요구 받는다고 생각하는 직원일수록 회사 물품을 집에 가져가 쓴다든지, 비용 정산서를 부풀려서 작성한다든지 등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더 많이 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엄밀한 방법으로 얻어진 결과는 아니었지만, 창의력과 부정행위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이 가능했습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통제된 실험실에서 창의력과 부정행위 간의 연관성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실험에 참가하기로 한 99명의 참가자들은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온라인으로 자신의 지능과 창의력을 측정 받았습니다. 1주일 후, 실험실에 모인 참가자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창의력과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테스트에 임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능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들은 직관적으로 대답할 경우 오류를 범하기 쉬운 것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은 합해서 1.10 달러이다. 야구 방망이는 야구공보다 1.00 달러 더 비싸다. 야구공의 값은 얼마일까?"란 문제였죠. 많은 사람들이 0.10 달러라고 잘못 말하지만, 정답은 0.05 달러입니다. 이런 류의 문제에 정답을 많이 말할수록 지능이 높다고 간주되었죠.


그런 다음,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을 모니터 앞에 앉히고는 점들이 무작위로 찍혀 있고 대각선에 의해 두 개의 삼각형으로 분할된 정사각형을 1초 동안 보여주었습니다(아래 그림 참조). 


왼쪽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이 많은지, 오른쪽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이 많은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하게 하는 과제였죠. 두 삼각형 안에 찍힌 점의 개수가 확연하게 다르지 않을 경우 참가자들은 헛갈리기 쉽습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에게 왼쪽 삼각형을 선택하면 0.5센트를, 오른쪽 삼각형을 선택하면 그보다 10배나 많은 5센트를 주겠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든 오답이든 돈을 그렇게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죠.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어느 쪽 삼각형 안에 점이 많이 있든지 신경 쓰지 않고 무조건 오른쪽 삼각형을 선택해서 돈을 많이 챙겨도 무방했으니까 말입니다. 


지노와 애리얼리는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도트(Dot) 과제'를 200회 반복시킨 후에 창의력과 부정행위의 관계, 지능과 부정행위와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창의력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행위의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창의력과 부정행위 간에 뚜렷한 '정의 상관관계'가 존재했던 겁니다. 하지만 지능은 부정행위와 별 관련이 없었죠. 도트 과제 이외에도 두 가지 과제(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를 더 실시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이 실험으로 창의적인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은 힘을 얻었습니다.


후속실험에서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라고 프라이밍될 경우에도 역시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높아짐이 밝혀졌습니다. 111명의 참가자들에게 5개의 단어로 구성된 20개의 조합을 보여주고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참가자들 중 절반은 창의력과 관련된 단어들이 포함된 문장을 접한 반면, 나머지 절반의 참가자들은 창의력과 관련되지 않은 중립적인 단어들로 과제를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런 조작을 통해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다', 혹은 '창의적이 되어야 해'라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준 것이죠. 참가자들에게 도트 과제를 진행시켰더니 창의력과 관련된 단어로 자극을 받은 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보다 오른쪽 삼각형을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창의적인 분위기에 자극 받을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부정행위를 더 많이 저지르게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개인과 조직의 창의력을 유도하고 독려하는 정책과 문화는 조직의 환경적응력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창의력이 개인과 조직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용과 복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댄 애리얼리는 자신의 저서에서 "창의력 덕분에 우리는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할 기발한 해법을 생각해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창의력이 있기에 자신에게 유리하게 정보를 재해석하는 식으로 기존의 원칙이나 규칙을 왜곡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2) 창의력을 권장하되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부정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유혹을 깨뜨릴 수 있도록 유념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창의적이되 긍정적이고 윤리적이어야 합니다. 창의력은 이득이 크지만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음을 염두에 두어야겠죠.



(*참고문헌)

1) Francesca Gino, Dan Ariely(2012), The dark side of creativity: Original thinkers can be more dishones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Vol. 102(3)


2) 댄 애리얼리,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이경식 역, 청림출판, 201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