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때 CEO 혼자만 떠듭니까?   

2011.03.04 09:00



예전에 '집단사고(Group Think)'의 위험에 대해서 포스팅한 바 있습니다. 집단사고란 집단지성과는 판이하게 달라서, 반대 의견이나 건설적인 비판 없이 집단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겉으로는 만장일치라서 좋아보일지는 몰라도 속으로는 뭔가 찜찜함이 오래 남는 회의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 집단사고의 결과물이라는 뜻입니다.

스키복 제조업체인 '스포츠 오버마이어'는 구매를 결정하는 임원회의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겨울 시장의 예측을 한쪽으로 몰고가는 집단사고의 현상이 자주 벌어졌습니다. 불행히도 여기서 나온 예측은 실제와 매우 달라서 회사가 곤경에 처하기도 했죠. 그래서 이 회사는 한 가지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기존의 회의 방식을 버리고, 각 임원들에게 각자 혼자서 예측치를 산정해보라고 한 것이죠. 그랬더니 각 개인의 예측치를 평균한 값이 회의를 통해 하나로 결정된 값보다 실제에 더 가까웠다고 합니다. 이런 방법이 항상 옳지는 않겠지만 집단사고가 만연한 조직이라면 차라리 회의를 하지 않고 각자 생각하게 해서 취합하는 방법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집단사고는 카리스마가 있고 재능이 뛰어난 리더가 존재할 때 흔히 발생합니다. 리더가 의견을 내면 그사람의 의견이 틀릴 리가 없다고 믿거나 감히 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할 용기를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쓰러져가는 크라이슬러를 살린 영웅으로 추앙 받을 만한 사람이지만 동시에 집단사고라는 폐해를 조직에 퍼뜨린 장본인이기도 한 아이아코카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누구에게나 자신을 반대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는 항상 옳았습니다'. 그는 크라이슬러를 수렁에서 건져냈지만 또 다른 수렁으로 크라이슬러를 밀어버리는 오류를 범했죠.

이런 집단사고의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더 스스로 자신이 틀릴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부하직원들이 자신의 의견에 열렬한 지지를 보낼 때 오히려 위험을 감지할 줄 알아야 하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은 집단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특별부서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그 부서의 역할은 처칠에게 최악의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었죠. 다른 사람들이 처칠의 입맛에 맞는 '걸러진' 뉴스를 전달함으로써 무사안일한 분위기를 형성할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처칠은 최악의 뉴스를 들은 후에야 편하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집단사고를 깨기 위해서 일부러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를 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 은행으로 부임한 신임 CEO는 첫 회의를 주관하는 자리에서 이상한 면을 알아차렸습니다. 자신이 CEO로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다들 자신만 쳐다보고 아무런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죠. 그도 그럴 것이 전임 CEO가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독재적인 경영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몇 주가 지나고 회의를 다시 주관했는데, 좋은 자문을 받기 위해 초대했다는 금융 전문 컨설턴트 한 명을 사람들에게 소개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고 15분 쯤 지난 시점에 그 컨설턴트는 손을 들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방금 한 말은 바보 같은 이야기입니다."  CEO를 향해 한 말이죠. CEO는 그에게 고맙다면서 숙고하겠노라고 답했습니다. 컨설턴트는 그후 매 15분 간격으로 손을 들고서는 "바보 같은 이야기입니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때마다 CEO는 컨설턴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죠.

사실 그 컨설턴트는 금융의 '금'자도 모르는, CEO의 이웃에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장례식에나 갈 복장으로 회의에 참석해서 15분마다 나에게 바보 같다고 말하면 근사한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CEO의 요청에 응했던 겁니다. 이 '악마의 대변인' 아이디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면 CEO의 입만 쳐다보면 사람이 악마의 대변인에게 자극을 받아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며 회의가 건설적인 비판의 장이 됐습니다.

물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집단사고 만큼이나 해롭습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 없이 모두가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분위기를 깨고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반대자를 두는 방법을 채택할 필요도 있습니다. 무사안일주의를 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또한 직원들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살리려면 반대자를 대우할 필요도 있지요.

HP(휴렛 팩커드)의 창립자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팩커드는 자신을 반대한 사람에게 상까지 수여했습니다. 팩커드는 연구소를 방문해서 모니터를 개발 중이던 젊은 엔지니어에게 개발을 포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그 엔지니어는 이에 불응하고 휴가를 냈습니다. 휴가를 낸 목적은 쉬기 위한 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를 돌아다니면서 잠재고객들에게 모니터를 보여주고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었습니다. 고객들은 그가 보여준 모니터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죠. 그는 연구를 강행하고 상사를 설득해 결국 모니터를 생산해냈습니다. 그 모니터는 3,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을 거뒀죠. 후에 팩커드는 그 엔지니어에게 "탁월한 경멸과 도전"이었다면서 메달을 수여했습니다.

집단사고가 만연하느냐 아니냐는 조직의 리더가 크게 좌우합니다. 회의 때 리더 혼자 떠들고 다들 고개만 숙인 채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척한다면, 여러분은 모두 집단사고라는 무언극에서 열연(?) 중인 배우들입니다. 건전한 갈등이 무언의 만장일치보다 항상 낫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Mind Set', '이기는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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