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목을 없애지 말고 인정하라   

2011. 2.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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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글을 올립니다. 이 글을 처음 보신 분들은 어제 올린 포스팅을 먼저 읽으셔야 이해가 될 겁니다. 어제는 동전 옮기기 게임을 통해 '병목(제약)이 있어야 출하량이 오히려 늘어난다'란 이상한 현상을 실증해 보였습니다.

헌데, 병목을 만들어 두면 출하량은 늘지만 사람들 앞에 놓은 동전들은 많아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생산 라인을 예로 들면 재공품이 기계들 사이사이에 쌓여간다는 뜻이죠. 재공품이 많아지면 그만큼 돈이 묶이기 때문에 현금유동성의 큰 골치거리가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오늘 소개하겠습니다.



앞에서 했던 게임 규칙에서 두 개만 변경하면 재공품(사람들 앞에 놓은 동전)의 수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요점은 '병목의 처리 능력에 맞춰 동전을 공급하고, 병목 앞에 충분한 재공품을 투여한다'입니다.

말이 좀 어렵죠? 쉽게 말하면, 동전을 최초 공급하는 현빈에게서 주사위를 빼앗은 다음(주사위를 던지지 못하게 한 다음), 병목으로 설정된 태현이가 던진 주사위 수만큼만 동전을 라인에 투입하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태현이가 주사위를 던져 4가 나오면, 현빈이는 뒷사람인 동건이에게 동전 4개를 전달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병목인 태현에게는 12개의 동전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도록 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동전 4개로 게임을 시작하죠. 태현에게 동전 12개를 주는 이유는 동전이 모자라서 주사위에서 나온 수보다 적게 옮기는(즉, 처리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말해, 병목이 놀지 않고 최대한 가동되도록 만들기 위해서죠. 게임의 규칙을 이렇게 바꾸면 라인 상의 재공품은 줄어드는 효과가 금방 발생합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시죠(잘 안 보이면 클릭!).



처음에 28개의 동전으로 게임을 시작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오히려 재공품의 수가 하나 줄어 들었습니다. 게다가 출하량은 라인을 평준화시켰을 때보다 높습니다. 병목의 처리 능력에 맞게 동전의 흐름을 조절하니 병목을 두었을 때만큼의 출하량을 나타내고 또한 재공품이 크게 사라지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발생한 겁니다. 이 또한 신기한 현상입니다. 무조건 원재료를 투입하는 것보다 라인에서 병목을 일으키는 기계(혹은 사람)의 처리능력에 맞도록 생산을 계획해야 한다는 뜻이죠. 이는 비단 생산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하나의 프로세스 상에서 함께 일할 때에도 유념해야 할 교훈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지 모르겠습니다. 병목의 처리능력을 조금 높이면 출하량이 더 늘지 않을까, 라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병목인 태현이에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주사위를 2개 주면 어떨까요? 출하량이 늘어날까요? 이렇게 하면 라인을 평준화하는 것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주사위를 모두 1개씩 갖는 것과 모두 2개씩 갖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병목의 처리능력을 높이는 것보다 병목의 변동성을 줄이는 쪽으로 개선하면 앞에서 했던 3개의 게임보다 출하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병목 역할을 담당하는 태현이는 주사위를 하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1부터 6까지의 변동성을 가지는데, 이것을 4부터 6까지의 변동성으로 줄이면 됩니다. randbetween(1, 6)을 randbetween(4, 6)으로 바꾸면 되죠. 아니면 주사위가 1이나 2가 나오면 무조건 4로 치고, 3이나 4가 나오면 5로 치고, 5나 6이 나오면 6으로 치는 방법을 쓰면 됩니다.

이렇게 게임의 규칙을 한번 더 바꾸면 아래의 그림과 같이 출하량이 90개 이상이 됩니다. 똑같은 기간에 무려 20개 이상 많은 동전을 출하시킨 겁니다.


그리고 보다시피 한 달이 지난 후의 재공품 수(사람들 앞에 놓인 동전의 합)는 29개에 불과합니다. 병목인 태현이가 옮길 수 있는 동전 수의 변동성을 줄이니까 이렇게 놀라운 결과가 발생했습니다.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의 excel 파일을 다운로드해서 직접 시뮬레이션해보기 바랍니다.


자, 이제 정리를 하겠습니다.

첫째 라인을 평준화시키려고 애쓰는 것보다 일부러 하나의 병목을 설치하는 것(혹은 인정하는 것)이 더 많은 매출을 일으킵니다.

둘째, 병목의 처리능력에 맞게 다른 기계(혹은 사람)의 처리능력을 동기화시키고, 병목에게 충분한 재공품 재고를 갖게 하면, 전체 라인의 재공품 재고를 줄일 수 있습니다.

셋째, 병목의 변동성을 개선하면(줄이면),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드럼-버퍼-로프'라는 말로 설명하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제약이론을 재미있는 소설로 풀어 쓴 '더 골'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어제와 오늘, 동전 옮기기 게임을 통해 소개한 제약이론 이야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군요. 글로 읽는 것보다 직접 사람들과 게임을 진행해 보면 금세 이해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제약이론이 주로 생산 라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론으로 많이 쓰이지만, 개인의 삶이나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생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최적화 혹은 평준화가 답이 아니라, 부족함을 부족함 그대로 인정하는 관점이 더 현명함을 일깨우니 말입니다.

아무쪼록 어제와 오늘 올린 글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제약이론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제 제약이론은 어렵다는 제약(?)에서 벗어나셨나요? ^^

덧글 :
어떤 분이 어제 올린 글을 보고 '왜'가 부족하다고 언급하더군요. 그런 현상(병목을 인정하면 출하량이 느는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가 글에서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뉘앙스였습니다. 저도 이유를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중력은 왜 존재하는가?'란 의문과 같다고 생각했답니다. ^^

(*참고도서 : '더 골', '속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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