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6일(화) 유정식의 경영일기


“이런 교육 요청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올 초에 모 기업으로부터 어떤 교육을 의뢰 받은 후에 나는 H군에게 의견을 물었다.

“재미있는 주제인 거 같은데요?”

“그렇긴 한데 이쪽 분야에 대해서 그리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거든요. 제가 강의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그 회사에서 적합하다고 생각하니까 대표님에게 강의를 의뢰한 것 아니겠어요? 어렵겠지만 시도해 보세요.”


정말이지 내키지 않아서 할까 말까 무지하게 고민했던 강의 주제는 바로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의 몰입’이었다. 금년은 뭐든 시도해 보는 게 좋다며 싫어도 수락해야 한다는 H군의 반강제적(?) 조언에 따라 강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어떻게 말을 풀어가야 할지 몰라서 초반엔 엄청 애를 먹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련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았기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나 아마존을 뒤질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연구 조사 자료가 매우 많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연구자가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이렇다라고 말하면 다른 연구자가 근거를 들어 논박할 정도로 논의가 활발한 영역이라는 점을 새삼 알게 되었다. 갑론을박 논쟁이 벌어지는 분야라 어떤 주장이 옳은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서 여러 연구자들이 밀레니얼 세대에 공통적으로 내놓는 의견을 바탕으로 내 경험을 섞어서 강의 내용의 얼개를 잡아나갈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 보니 한달 내내 자료 수집하고 강의자료 만들고 대략의 강의 대본을 만들던 올해는 시작부터 ‘이걸 해? 말아?’라는 번민의 시간이었다. 





어찌어찌하여 4시간 분량의 강의 내용을 완성하여 고객사 앞에서 시험 강의를 한 다음 수정을 거쳤고, 3월에 ‘밀레니얼 세대의 이해와 조직몰입’이란 타이틀로 강의를 진행했다. 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나 또한 그 강의에 몰입했고, 강의를 끝내고 나오면서 느꼈던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강의 평가가 어떻게 나오든 일단 끝냈다는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주제로 어떤 기업이 또 강의를 의뢰하겠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 그동안의 시간 투자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란 의심이 마음 한켠에 남아서 허탈함 또한 컸던 것으로 기억된다.


헌데 어떻게 알아냈는지 모르지만 몇몇 기업에서 내가 밀레니얼 세대의 이해를 강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왔다. 조찬 강의를 해달라는 곳도 있었고 그때의 평이 좋아서 리더들의 집합교육 때 심화 교육을 진행해 달라는 곳도 있었다. 내가 운영하는 ‘중요한학교’에서 공개강의를 열기도 했다. 몇 번 강의를 수행하니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전문가로 나를 칭하는 분들도 있는데,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쪽의 전문가라고 호칭되기에는 너무나 부끄럽다. 그저 난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전달한 사람에 지나지 않으니 말이다. 전문가라는 호칭은 붙이지 말아 주시길 부탁 드린다. 


어쨌든, 강의를 의뢰할 기업들이 많지 않을 거란 예상이 틀렸다고 생각 들 정도로 제법 의뢰가 들어오는 걸 보고 많은 조직들이, 흔히 말하길, ‘요즘 젊은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고민이 크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현재 17~37세) 밀레니얼 세대가 예의가 없고, 힘든 일을 싫어하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충성심이 낮고, 보상에 관심이 많고, 의존적이라는 생각이 수강생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힘든 일을 싫어한다’는 것에는 베이비 붐 세대와 X세대에 해당되는 수강생들이 거의 만장일치로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흥미롭다. 자신들이 초년병일 때는 윗사람이 시키면 아무런 불평없이 수행했는데, 요즘 젊은 직원들은 ‘그걸 왜 해야 하는데요?’라며 반발을 한다는 것이 그들 주장의 맥락이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웠던 자신들에게는 이의를 제기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속된 말로 ‘싸가지 없다’고 느껴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솔직해지자. 예전에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 순응했다는 건 진짜 사실일까? 본인만 그렇게 생각했을 뿐 하기 싫어서 이런저런 표정을 드러내거나 동료에게 상사 욕을 쏟아내진 않았을까? 어떤 세대이든 누구나 힘든 일은 싫어한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해서 힘든 일을 언제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의미없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알고 싶을 뿐이다.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관행적인 일을 시키면서 그냥 예전부터 해왔으니까 ‘너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소통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그들에겐 ‘의미’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다. 학교 다닐 때부터 엄청난 경쟁을 몸으로 경험했고 어렵게 입사한 직원들이다. 경쟁을 해야 하는 이유가 다른 어떤 세대보다 뚜렷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떠안은 업무의 이유가 명확치 않으면 일할 동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출처: https://2020workforce.com/tag/millennials/



물론 보상에 민감해서 더 많은 보상을 약속하는 조직으로 언제든 옮기고 싶어한다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평가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게 밀레니얼 세대만 그런가? 누구나 그렇다. 더 나은 기회가 손짓을 하는데 그에 응하고 싶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왜 밀레니얼 세대만 억울하게 그런 평을 받는 걸까? 몰입에도 여러 대상이 있는데, 크게 ‘조직몰입’과 ‘경력몰입’으로 나뉜다. 기성세대들은 조직과 자신 사이에 일체감을 느끼는 ‘조직몰입’이 출세 혹은 성공 방정식의 중요 변수라고 느끼지만(물론 요즘은 많이 옅어졌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의 경력에 훨씬 무게중심을 둔다. 경력개발 관점에서 조직을 바라보지, 조직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 좋은 상사를 둔 직원이라 해도 한 조직에 ‘충성’하며 오래 다니겠다는 생각보다는 더 넓은 세상에서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커진다. 그 좋은 상사가 그런 기회를 감지하도록 이끌어줬기 때문이다. 


조직몰입보다는 경력몰입을 우선하기에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의 조직충성도가 낮다는 평을 받지만, 이제 조직충성도라는 말의 정의를 바꿀 필요가 있다. 상사와 경영자가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지시를 내리더라도 묵묵히 따르는 게 조직충성이라고 생각하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군대식 사고방식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의 경력에 몰입하는 건 뒤바꿔 놓기 불가능한 거대한 방향이니, 그 경력몰입의 흐름을 조직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보다 현명할 것이다. 경력몰입의 장을 조직이 열어주고 그 성과를 같이 공유함으로써 조직과 개인이 동반성장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다. 그들이 조직을 떠난다면 더 넓은 세상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우리가 키워냈다’는 자부심을 오히려 느끼는 ‘쿨함’이 필요하다.


강의를 진행하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보니까 우리랑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요.’라는 말이 꼭 나오곤 한다. 맞다. 그들은 그리 다르지 않다. 같은 인간이니 욕망이 다르겠는가?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IT에 친숙하다는, 그 몇 가지 다른 점 때문에 우리가 그들이 특성이 확연히 다르고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더욱 증폭시키는 건 아닐까? 이것이 내 강의의 가장 키포인트이다. 다른 측면을 바라보기 전에 동일하고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직장 내 세대간 갈등의 해결 포인트일 것이다.


“내가 연변 아줌마 때문에 상처 받은 적이 있어요.”

H군은 모 기업에 밀레니얼 세대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를 하러 가는 나에게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일이 있었는데요?”

“아줌마가 힘들게 일하시길래 내가 이것 좀 드셔보세요, 라고 친절하게 말했는데 단칼에 ’일 없어요’라고 하더군요.”

“그 말은 ‘괜찮아요’란 뜻 아닌가요?”

“그렇지만 처음에 그 말을 들을 때 내 배려가 무시 당하는 것 같아서 진짜 상처 받았거든요.”


밀레니얼 세대들도 이와 같다. 그들의 어법와 사고 스타일, 취향이 조금 다른 것을 보고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여기고 어쩔 때는 '상처까지 받는 것'은 아닐까?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는, 아주 간단하지만 동시에 아주 어려운 ‘입장 바꿔 생각하기’가 해법이다.

“어, 이 사례를 강의 때 인용하려고 하죠?” 

H군이 사무실을 떠나는 나에게 묻는다.

나는 단박에 대답했다.

“일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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