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경제효과 65조원은 과연 옳은가?   

2018. 1. 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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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나 지방 행정가들은 크고 작은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는 일을 좋아한다. 임기 중에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기에 좋고 그 덕에 유권자로부터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들은 국제 스포츠 행사가 가져올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면서 유권자들의 동의와 성원을 기대한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경제적 효과 중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고용 효과이다. 경기장을 건설할 때는 물론이고 이벤트가 끝나고 경기장을 운영하려면 사람들을 고용해야 한다고 말이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인 듯 하지만, 여러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이 말은 거짓이다. 범위를 좁혀서 보면 스포츠 행사 관련된 일자리는 늘어나긴 한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서 보면 그렇지 않다. 경기장을 짓고 운영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은 다른 곳에 쓰인다면 고용을 더 늘릴 수도 있는 돈이기 때문이다. 즉,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 위한 비용 조달로 인해 다른 곳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장기적으로 탄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반이 약해져서 오히려 실업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스포츠 행사로 발생하는 일자리의 질도 그리 좋지 못하다. 경기장 건설 인력은 건설 기간이 끝나면 일자리를 보장 받기 어려울뿐더러 이벤트 이후의 경기장 운영 인력은 저임금의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크롬튼(Crompton), 바데(Baade), 홀(Hall)을 위시한 여러 경제학자들이 이같은 불편한 진실을 이미 여러 논문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국제 스포츠 행사가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치인들의 수사를 글자 그대로 믿지 말아야 하는 대목이다.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효과를 산정할 때 이벤트가 끝나고 남는 시설들의 유지비용은 고려하지 않는다. 멋있게 건설한 경기장들은 적절한 활용 방법이 없으면 어느새 돈 먹는 하마가 되고 만다. 텔로글로우(Telloglou)에 따르면, 시드니에 지어진 슈퍼돔의 1년 운영비용을 감당하려면 1주일에 한번씩 거대 행사를 유치해야 한다고 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으로 쓰였던 잠실 주경기장 부근을 지날 때마다 1년에 며칠이나 사용한다고 저 큰 경기장 유지에 돈을 쏟아 부을까, 란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는 뜨끔한 말이지만, 2002년 월드컵에 관해 연구한 만젠라이터(Manzenreiter)와 호르네(Horne)는 거대한 스포츠 행사를 치르려고 지은 경기장들이 경제를 활성화시킬 거라는 약속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그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곳은 일본의 경기장들이었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말도 실은 거짓이다. 물론 스포츠 행사가 치러질 때와 치러지는 장소에 사람들이 몰려 들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착시에 불과하다. 이벤트를 치르는 도시 이외의 지역을 방문할 수도 있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에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관광객의 순증가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차피 방문할 관광객들이 이벤트를 치르는 기간을 택해서 왔다가 갈 가능성도 크다. 반대로, 이벤트 때문에 혼잡스러워질 것을 우려하여 다른  국가나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자들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제 스포츠 행사의 관광객 증가효과는 신뢰할 만하지 않다.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기부양 효과도 의심의 대상이다.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증세 조치는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와 지역의 성장동력 창출에 기본인 교육, 의료, 복지 등에 투자돼야 할 공적자금이 길어봤자 한 달 정도인 스포츠 행사에 몰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국제 스포츠 행사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말은 틀렸다. 




그래도 거대 행사를 유치하면 국민들의 행복이 증진되지 않겠느냐며 이에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혹은 우리 도시)가 국제 스포츠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는 자부심이 클 테니 말이다. 그러나 조르지오스 카벳소스(Georgios Kavetsos)와 스테판 스지만스키(Stefan Szymanski)는 이와 같은 생각도 착각이라고 단언한다. 그들은 1976년부터 2000년까지 올림픽, 월드컵 축구, 유로컵 축구 경기를 치른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 국민들의 행복도가 특별히 높지 않다는 점을 밝혔다. 물론 행사를 치르는 해의 행복도는 높았지만, 그 효과는 급격히 사라졌다. 스포츠 행사를 치른다는 자부심과 행복감은 결혼에 비견할 만큼 크지만 그 효과는 금세 꺼지고 만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지방 행정가들이 국제 행사 유치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항상 제시하는 경제적 효과와 '행복 증진 효과'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오히려 거대 행사를 치르는 바람에 경제가 나빠진다는 사실을 많은 연구들이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가 거시적 경제 효과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도구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요즘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일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북한과의 단일팀 구성 및 동시 입장으로 연일 뉴스의 톱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혹여 올림픽 개최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잔뜩 기대한다면 이는 허황된 기대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로 64조 9천억원(약 65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참고논문)

Georgios Kavetsos, Stefan Szymanski(2010), National well-being and international sports events,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Vol.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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