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법칙’이란 말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렌스 피터는 “조직의 서열 구조 속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까지 승진한다”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무능이 완전히 드러날 때까지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죠. 피터는 “그래서 조직 전체의 역량 수준은 서서히 떨어진다”라고 꼬집습니다.


여러분이 느끼기에(여러분의 느낌이 맞든 틀리든) 높은 지위와 권력을 가졌지만 능력은 떨어져보이는 상사가 아마 한 명 이상은 존재하리라(혹은 존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 상사는 무능함이 드러날 때까지 승진한, 피터의 법칙에 딱 들어맞는 사람일 테죠. 여러분이 그런 ‘무능한’ 상사 밑에서 일을 한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여러분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제법 괜찮은 성과를 낸다면 그는 여러분을 후하게 평가할 것 같습니까, 아니면 박하게 평가할 것 같은가요? 그는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응원할까요, 아니면 뭔가 꼬투리를 잡고 공격하거나 기각시키려 할까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나타네얼 패스트(Nathanael J. Fast)는 세레나 첸(Serena Chen)과 함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끼는 경우에 다른 사람들, 특히 자신보다 권력이 낮은 사람들을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실험을 통해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패스트는 먼저 무능함과 ‘공격성’과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90명의 성인들에게 설문지를 돌려서 각자가 인지하는 본인의 권력 수준, 스스로 인지하는 자신의 역량,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성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권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무능함과 공격성의 상관관계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본인이 높은 권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여길 경우에는 무능할수록 공격적인 측면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무능함과 공격성이 상관이 있다는 점을 알려줄 뿐 인과관계에 대한 증거는 되지 못했습니다.


패스트는 실험적 조작을 통해 참가자들이 느끼는 권력의 수준을 프라이밍한 후에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한 후속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98명의 성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에게는 과거에 다른 이에게 높은 권력을 발휘했던 때를 글로 쓰도록 했고, 반대로 두 번째 그룹에게는 다른 이에게 굴종했던 기억을 쓰도록 했습니다. 이 그룹들은 각각 두 개의 소그룹으로 나뉘어 과거에 뛰어난 능력을 발산했던 기억과 무능함을 느꼈던 기억을 써야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어떤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그 학생에게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경고음의 데시벨을 0 dB에서 10 dB 사이에서 선택하도록 매번 요청 받았습니다. 이것은 공격성과 냉정함의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장치였죠. 그랬더니, ‘권력자’이고 동시에 ‘무능자’라고 인식한 사람들이 가장 공격적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비권력자’일 경우에는 ‘실력자’와 ‘무능자’의 공격성 차이는 미미했습니다(아래 그래프 참조). 이는 권력을 가진 상사가 무능할 경우 휘하의 직원들에게 가혹할 가능성이 큼을 엿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패스트는 또 다른 실험에서 무능한 권력자일 경우에 리더십 자질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역시나 더 공격적이라는 점을 규명했습니다. 이 결과는 자신의 무능함을 방어하려는 의도가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씁쓸하지만, 상사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직원들 평가에 박하고 직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폄하하기 쉽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조직에서 위로 승진할수록 힘들어지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아는 체'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입니다. 자신의 무지가 드러나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죠. ‘아는 체’를 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폄하하거나 틀렸다고 평가하는 것이고 직원들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가혹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무능한 상사를 두고 있다면 그 사람의 무능함 자체로 인해 해당 조직의 성과가 저조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휘하의 직원들의 기를 꺾고 평가를 박하게 주려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중고를 겪습니다. 이 때 직원들은 상사의 무능함을 지적하여 상사의 방어 기제를 강화시킬 것이 아니라 반대로 무능한 상사의 기를 살려주는 ‘아부의 기술’을 사용하는 게 직원 자신에게 유리하겠죠. 씁쓸하지만, 패스트의 연구는 이런 꼼수를 넌지시 시사합니다.


여러분의 상사는 어떠합니까?



(*참고논문)

Fast, N. J., & Chen, S. (2009). When the boss feels inadequate Power, incompetence, and aggression. Psychological Science, 20(11), 1406-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