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가 평소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직원들을 학대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 휘하의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어떻게 느낄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직원들의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겠죠. 그렇다면, 어떤 상사가 모든 직원들을 모욕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특정 직원 한 명을 괴롭히는 경우라면 그 직원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의 자존감은 어떨까요? 아마 이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겁니다.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직원의 자존감은 당연히 떨어지겠지만 그 여파가 나머지 직원들에게 퍼지는지의 여부는 조사를 해보지 않고서는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미시건 주립대의 크리스탈 파(Crystal I. C. Farh)와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대학교의 치준 첸(Zhijun Chen)은 실제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파와 첸은 10개의 중국 기업에 근무하는 295명에게 상사가 얼마나 모욕적으로 팀원들을 대하는지를 물었습니다. 예컨대 “상사는 내가 다른 직원들의 난처한 상황을 도와주면 나를 비난한다”와 같은 문항에 답하도록 했죠. 그리고 “팀에서 나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등과 문항을 통해 각자가 조직 내에서 느끼는 자존감(Organization-based Self-Esteem, OBSE)을 측정했습니다.


출처: www.dailystar.co.uk



그러자 개인 수준에서 상사가 모욕적으로 대하는 경우에 해당 팀원들의 전체적인 OBSE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서 상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직원들도 특정 직원이 상사에게 ‘꾸준히’ 모욕 당하는 팀에 속해 있다면 조직 내에서의 자존감이 낮을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죠. 상사가 팀 전체를 강압적이고 모욕적인 방식으로 이끌어 가는 경우에도 팀원들의 OBSE는 낮을 수밖에 없는데, 흥미롭게도 이 경우보다는 상사가 개인들 수준에서 괴롭히는 경우 OBSE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컸습니다. 이것은 팀장이 1명의 직원만 괴롭히고 나머지 직원들에겐 유하게 대한다 해도 자존감의 저하는 파도를 타고 직원 전체에게 퍼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실험실 내의 조건에서 확인하고자 파와 첸은 276명의 학부생에게 경영대학원에서 4명씩 팀을 이뤄 진행하는 태스크 포스의 일원이라고 가정하게 했습니다. 일정에 맞춰야 하는데 매우 느리게 진전되는 바람에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전제 하에 참가자들은 ‘팀장’으로부터 이메일을 수신했습니다. 그 이메일은 조건에 따라 내용이 두 가지로 달랐는데, ‘비난조의 이메일’에는 해당 팀원(실제로는 실험 참가자)의 특정 행동이나 태도 때문에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다는 내용이, ‘중립적인 이메일’에는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지만 해당 팀원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런 이메일을 읽게 한 다음 OBSE를 측정하니 실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개인적 수준에서 느끼는 모욕감이 클수록 OBSE가 낮았고, 그 여파는 다른 팀원들에게까지 퍼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또한 이렇게 낮아진 OBSE는 팀을 떠나고 싶은 욕구를 증가시켰습니다.


파와 첸의 연구는 팀원들에게 모욕적인 말을 자주 구사하고 비난을 즐겨하는 상사가 팀의 분위기를 흐릴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증명했다는 의의가 있지만, 그것보다는 팀원 개개인 수준에서 상사가 행사하는 모욕이 괴롭힘을 받는 직원 개인에게만 부정적인 영향을 그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로 ‘나쁜 기운’이 퍼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이겠지만, 상사가 모든 직원들을 예뻐하지만 미운털 박힌 한 명의 직원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괴롭히는 행동이 지속되면, 상사로부터 존중 받는 직원들의 자존감(OBSE)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여러분의 팀은 현재 어떤 상황입니까? 혹시 한 명의 직원이 상사로부터 ‘왕따’ 당하지는 않습니까? 그걸 바라보는 여러분의 자존감은 어떻습니까? 혹시 회사를 떠나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던가요? 괴롭히는 상사의 부정적인 효과는 상당히 여파가 큽니다.



(*참고논문)

Farh, C. I., & Chen, Z. (2014). Beyond the Individual Victim: Multilevel Consequences of Abusive Supervision in Team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2014 Aug 11. [Epub ahead of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