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가 애용했다는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메기 효과란,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넣으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져서 메기가 없을 때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말이다.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는 것보다 적절한 긴장감을 가져야 더욱 분발하여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스웨덴의 가구 회사 이케아가 국내에 매장을 연 후에 국내 가구기업들이 크게 타격 받을 거라던 예상이 빗나가고 오히려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 기자들이 자주 쓰는 메기 효과의 예이다. 




그러나 메기 효과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전혀 없는 이야기다. 포식자가 존재하면 먹이동물은 건강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에 사는 도마뱀은 천적인 때까치가 하늘을 맴돌면 확실히 움직임이 둔해진다. 좋아하는 먹이를 찾으러 다니기보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작은 먹잇감에 만족하니 생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연구가 있다. 잠자리 애벌레를 포식 물고기인 블루길 옆에 키웠더니 칸막이가 쳐져서 직접적인 위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벌레의 사망률은 블루길이 없는 조건보다 4배나 높았다. 포식자로 인한 스트레스가 면역 약화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토인비는 대체 어느 문헌에서 메기 효과를 전해 들은 걸까?


자기계발 강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소위 ‘독수리의 창조적 파괴’라는 우화는 또 어떤가(솔개라는 말도 있다)? 이 우화는 이렇게 전개된다. “일반적으로 독수리는 30년 가까이 살면 더 이상 사냥이 어려워져서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선다. 이때 독수리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두껍고 무뎌진 부리를 스스로 깨뜨린다. 그리고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면 구부러진 발톱도 뽑아내여 몸을 완전히 탈바꿈시킨다. 이렇게 환골탈태한 독수리는 그 후 40년을 더 살 수 있다.”




새로운 삶을 얻으려면 뼈를 깎는 혁신을 감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인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독수리는 절대 자기 부리를 깨뜨리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독수리의 수명은 동물원에서 살 때나 40년을 넘길 수 있고, 야생에서는 20~25년 밖에 되지 않는다. 부리를 깨뜨리고 발톱을 뽑는 등 자해 행위를 감행하는 대형동물은 거의 없다. 부리가 깨지거나 발톱이 빠지면 먹이를 사냥하지 못해 그냥 죽을 뿐이다.


매우 유명하지만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자. "개구리를 끓는 물 속에 던져 넣으면 바로 뛰쳐 나온다. 하지만 찬물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물이 끓을 때까지 헤엄치다가 어느 순간 배를 뒤집고 삶아져서 죽는다."는 이야기 말이다. 현실에 안주하다가 망한다는 의미로 기업경영이나 자기계발 분야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우화다.


이제부터 '끓는 물 속 개구리' 이야기를 하면 창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역시 낭설이다. 끓은 물에 개구리를 던지면 근육이 바로 익어서 빠져 나오고 싶어도 그러질 못한다. 반면 미지근한 물에 넣고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삶아지기 전에 개구리는 기어 나온다. 오클라호마 대학교의 빅터 허치슨이 실험으로 증명했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말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과학적 사실이 아닌 걸 주장의 근거로 삼아서야 되겠는가?




과학적으로 전혀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유포되고 확대 재생산되는 일은 SNS 때문에 더 빈번한 듯 하다. 2011년 채든 헌터라는 사진가가 우드 버팔로 국립공원에서 일렬 종대로 이동하는 늑대 무리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 사진은 2015년 12월 17일에 페이스북에 이렇게 공유되었다. "앞서가는 3마리는 늙거나 아픈 늑대인데 그놈들이 무리의 페이스를 결정한다. 안 그러면 행군에서 낙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 당할 경우엔 희생양이 되어 무리 전체를 구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우두머리는 행렬 맨 뒤에서 따라오는데, 그래야 무리 이동의 방향을 결정하고 적의 공격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으로 유포된 채든 헌터의 사진)



그럴듯한 이야기다. 하지만 당초 이 사진을 최초로 알린 BBC방송의 다큐멘터리에서는 맨 앞의 늑대를 리더격인 '알파 암늑대'라고 지적했다. 늙고 병든 늑대가 선두에 선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더욱이 생태학자 데이비드 메치는 1999년 논문을 통해 늑대 무리엔 인간의 시각과 일치하는 우두머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니 페이스북의 최초 유포자가 사진을 제멋대로 해석한 게 틀림없다. 


동물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는 날조된 것들이 많다. 과학적으로 증명됐는지 검증 후에 가져다 쓰면 좀 좋은가?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인간 마음대로 해석하고 재단해선 곤란하다. 



(*이 글은 월간샘터 9월호의 <과학에게 묻다> 코너에 실린 저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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