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책을 내려 놓고 양손으로 깍지를 껴보기 바란다. 어느 손의 엄지손가락이 위로 올라왔는가?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 오른손잡이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왼손잡이는 왼쪽 엄지손가락이 위로 올라온다. 동물행동학자 데스먼드 모리스는 인간이 평소에 하는 행동들은 수천 번 반복되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깍지 꼈을 때 위로 올라오는 엄지손가락을 보고 우세한 손이 무엇인지 알아맞출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월등하게 많을까? 손이 두 개니까 50 대 50 정도로 나뉘는 게 맞을 듯 한데, 왜 열 명 중 하나 정도만 왼손잡이이고 왼손잡이 중 1%만이 양손잡이인 걸까? 혹자는 오른손을 쓰도록 문화적으로 강제화됐고 오른손잡이들을 위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왼손잡이들이 자신을 숨기고 오른손잡이인 것처럼 사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선사시대에 사용된 손도끼를 보면 하나같이 오른손잡이용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근본적이지 않다. 그 주장이 맞다면 왼손을 숭앙하고 오른손을 터부시하는 문명이나 사회집단이 존재해야 하는데, 왼손잡이가 득세했던 사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아기들을 관찰해도 인간이 대개 오른손잡이임을 알 수 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들을 볼 기회가 있다면 어느 손으로 아기를 감싸안고 있는지 살펴보라. 엄마가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열에 여덟은 왼팔로 아기를 안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엄마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아기를 안정시키려는 무의식적인 행동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의 오른팔은 엄마의 왼쪽 겨드랑이로 들어가거나 엄마의 가슴에 눌려서 왼손을 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왼손잡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발육조건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아기는 오른손잡이가 된다. 따라서 오른손잡이가 많은 까닭은 문화적 조건이 아니라 인간의 진화적 특성에서 찾아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인간은 좌우대칭이지만, 실은 중요 장기인 심장이 왼쪽에 있는 탓에 대칭이라고 볼 수 없다. 아마 길을 걸으면 벽면을 왼쪽에 두고 가는 게 편할 텐데, 적이 다가오면 벽쪽에 있어서 공간에 제약을 받는 왼손보다는 오른손으로 상대를 위협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인간이 유인원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때,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오른손 사용이 훨씬 안전했을 것이다. 실수로 나무에서 떨어져도 심장이 덜 위험할 테니 말이다. 이렇듯 왼손잡이들은 진화 과정에서 퇴출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캠페인을 늘 벌이지만 보행자의 ‘우측통행’이 잘 정착되지 않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심장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무의식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오른손잡이가 많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좌뇌는 신체의 오른쪽을,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관장한다. 심장을 지켜야 하는 왼손보다는 오른손으로 초기의 언어를 표현하고 보조했을 가능성이 큰데, 오른손을 자주 쓰면서 좌뇌에 언어와 관련된 영역이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이렇게 좌뇌가 발달하면서 오른손 사용이 더 활발해졌고 자연스럽게 오른손잡이가 월등히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글씨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쓰고, 피아노 건반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멜로디를 표현하는 고음이 위치하고, 운동장 트랙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도는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되도록 문화적으로 강제화된 것이 아니라 독특한 진화적 특성 때문이다. 물론 문화적으로 오른손잡이 세상이 되는 바람에 왼손잡이가 살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나, 애초부터 진화적 특성 때문에 문화적으로도 왼손잡이들이 압력을 받게 됐다고 봐야 맞다.


이렇게 진화적, 문화적 압력을 받는 탓인지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에 비해 취약한 경향을 보인다. 알리나 로드리게스의 연구에 따르면, 왼손잡이들에게 난독증, 정신분열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ADHD) 등의 정신질환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된다. 산모가 임신 중 우울증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아이가 왼손잡이 혹은 양손잡이가 될 가능성이 세 배나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글은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뛰어나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인간의 심장이 어쩌다가 왼쪽에 위치한 까닭에 오른손잡이가 많아진 것뿐이다. 크리스 맥머너스 런던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체 인구의 10%가 왼손을 더 많이 쓴다는 것 말고 뚜렷한 시사점은 없다”고 말한다. 어떤 손을 더 많이 쓰든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이 모두 존재한다는 뜻이다. 



(* 이 글은 월간 샘터 12월호 '과학에게 묻다' 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