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12만톤의 커피를 수입하는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이다. 전국적으로 약 2만개의 커피전문점이 성업 중인데, 도심의 거리를 걸으며 한집 건너 하나씩 있는 커피숍들을 보면 바야흐로 ‘커피 천국’임을 실감한다. 커피를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들을 과학으로 알아보자. 


가장 일반적인 의문,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잘 오지 않을까? 알다시피 커피에 약 1.5% 가량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 때문인데, 커피 색깔 탓에 카페인 역시 짙은 갈색일 것 같지만 결정 상태의 순수한 카페인은 백색이다. 몸이 피로해지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아데노신이 신경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신경세포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졸음이 오도록 만든다. 이것은 수면을 통해 아데노신의 농도를 감소시키고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자연스런 과정이다. 



문제는 카페인의 분자구조가 아데노신과 유사해서 아데노신 대신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신체는 피로를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회복된 줄 착각한다. 또한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고 간의 혈당 분비를 자극해 근육에게 운동하기 좋은 상태로 각성시킨다. 이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달아나 버린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디카페인 커피라 해도 카페인이 10mg 정도(일반커피의 1~3%) 함유돼 있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잠을 설친다.


커피를 못 마시면 불안감을 느끼는 ‘커피 중독’ 증세는 거짓으로 피로를 풀었기에 더 많은 카페인을 몸이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또한 카페인 중독은 ‘마약에 가볍게 중독’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카페인은 마약 성분이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늘리는 작용을 하는데, 도파민은 다시 신경세포를 흥분시켜 쾌감을 높인다. 어떤 측면에서 “시간 있으면 저와 커피 한 잔 할까요?”라고 이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고전적인 멘트는 나름 과학적인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커피 마셔도 잠이 잘 오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CYP1A2라고 불리는 카페인 분해 효소가 간에서 많이 분비되거나 소변을 통해 카페인 배출이 잘 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하버드 대학 메릴린 코넬리스의 연구에 따르면 커피와 관련된 유전인자를 대부분 가진 사람일수록 커피를 많이 마셔도 수면에 문제가 없기에 하루 4~5잔은 거뜬히 마신다고 한다. 몸으로 들어온 카페인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려면 보통 6시간이 걸리는데, 이들은 그보다 빨리 카페인을 배출한다.




하도 커피 소비가 많다 보니 ‘몸에 좋다 나쁘다’ 의견이 분분하다. 커피를 마시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서 체내 수분이 감소하는데 이 과정에서 커피 한 잔 당 4~6mg의 칼슘이 빠져 나간다. 골다공증에 취약한 폐경기 여성이거나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골다공증이 생기거나 고관절 골절의 위험이 있으니 커피를 마신 후에 칼슘이 많은 음식을 꼭 섭취해야 한다. 


또한 커피는 철분과 아연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빈혈 환자, 신경기능 또는 생식기능 이상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식사 후에 커피가 당기는 까닭은 커피가 위액 분비를 왕성하게 하여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인데, 빈 속에 커피를 자주 마시면 과도한 위액으로 위벽이 손상되고 위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커피가 만성 스트레스, 주의력 결핍증, 알츠하이머병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는 터라 마냥 커피를 유해하다고만 볼 수 없다. 특히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과 폴리페놀 등의 성분이 간암, 뇌종양, 피부암 등의 예방에 좋다는 연구들은 커피 애호가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추거나 핸드드립으로 추출해서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뜻이리라. 가장 맛있는 커피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미국 커피양조센터에서 수년간 커피맛 감별사들을 통해 실험한 결과, 최적의 커피 농도는 1250ppm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원두에서 물에 녹는 성분은 28% 가량인데, 모두 추출하는 것보다 16~22%만 녹여내야 맛과 향이 우수하다고 한다. 과하게 추출하면 오히려 맛이 텁텁해진다는 이유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추운 겨울날 방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커피가 아니겠는가? 낮은 기온이 커피의 향이 흩어지는 걸 막아줄 테니 말이다. 창밖에 눈이 내리면 그 향은 더욱 그윽할 것이다.



(*본 글은 월간 샘터 2월호(2015년)에 게재되었습니다.)